20호 | 문과도 이해하는 과학이야기
며칠 전 일입니다. 저녁식사 중에 아들이 느닷없이 접시 위로 머리를 박는 것입니다. 지금 뭐하냐고 말하니, 요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안경을 뿌옇게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거, 좀 재미있긴 하지.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느닷없이 세 가지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1. 아빠, 중력의 법칙이 있잖아. 그런데 어째서 연기는 위로 올라가지?
2. 아빠, 구름은 왜 안 떨어져?
3. 아빠, 중력의 법칙이 있는데 왜 비행기는 날 수 있지?
순간 땀이 났습니다. 설명을 하긴 했는데 너무 어설픈 데다 아이들이 아빠의 어설픔을 아주 예리하게 간판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얘들아, 일단 저녁을 먹자. 아빠가 지금 너무 허리가 아파서.. (도대체 허리란 무슨 상관이냐;;;) 내일 아침에 설명해줄게. 라고 말했지요. 그리고 아침이 됐지만, "아침이 됐으므로", 정신없이 각자 준비해서 아이들은 학교에 갔고 저는 출근했습니다. 출근길에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아들! 저녁에 보자. 아빠는 준비한다.
직장 동료들에게 아들의 질문을 공유했습니다. 이런저런 설명이 나타났으나 대체로 흐지부지 꼬리를 내리더군요. 만족할 만한 답은 얻지 못했습니다. 학창시절 공부한 거 다 까먹은 거지요. 이야, 어른들도 별수없군. 아들의 질문은 답하기 꽤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정확한 해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초등학생 4학년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면 되는 것이고, 오, 아빠 똑똑한데? 라는 정도의 존경 어린아이들의 눈빛이면 됩니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은 다음, 아이들을 양옆에 앉히고,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습니다.
언제나 무엇에나 영향을 미치는 힘을 <언제나 힘>이라고 해. 아빠가 만든 말이야. 뭐라고? 그래 "언제나 힘". 중력은 언제나 힘이야. 언제 어디에서나 중력이 있는 거야. 아래에 지구가 있어. 그리고 아빠는 네 가지 물체를 준비했지. 1번 비행기. 2번 졸라맨, 3번 공. 4번 머리카락. 이들 네 개의 물건을 지구는 끌어내리고 있어. 모두에게 중력이 있는 것인데, 중력은 무게가 중요해(f=mg를 설명할 수 없으므로). 더 무거운 놈이 더 큰 중력을 받는 거야. 4번 머리카락은 매우 가볍지만 1번 비행기는 매우 무겁거든. 그러니까 비행기가 받는 중력이 머리카락보다 훨씬 커.
힘은 언제나 힘만 있는 건 아니지. 중력만 있는 게 아니야.
<잠시 동안의 힘>도 있어. 뭐라고? 그래, "잠시 동안의 힘". 잠시 동안이지만, 그 잠시 동안 어떤 힘이 생기면 중력을 이길 수 있어. 그래 점프력이 있겠네. 점프하는 그 잠시 동안에는 중력을 이길 수 있어. 흐름도 있어. 바람이나 파도처럼.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 같은 강한 바람이 생기면 물건들이 막 위로 올라가. 중력을 이길 수 있어. 방해라는 것도 있어. 이걸 학교에서는 밀도나 압력 같은 걸로 설명하는데, 어쨌든 다른 녀석이 더 빨리 떨어지겠다며 내가 떨어지는 것을 방해하면 난 빨리 못 떨어지잖아? 잠시 동안의 힘으로 또 뭐가 있을까. "열"이 있지. 매우 중요해. 열받으면 중력을 이길 수 있어. 새가 나는 거? 그래 새 날개 근육 장난 아닐 거야. 근육을 이용한 힘도 잠시 동안의 힘이라고 하자.
만약에 <잠시 동안의 힘>이 <언제나 힘(중력)>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그 잠시 동안에는 떨어지지 않아. 잠시 동안의 힘이니까, 결국은, 중력이 이겨. 떨어지지. 그 잠시 동안의 힘을 우리는 "에너지"라고 부르기로 약속했어. 잠시 동안의 힘을 유지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에너지를 쓰지 않고 중력의 법칙을 이길 수는 없다는 이야기야. 큰 에너지는 있어도 영원한 에너지는 없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 중력의 법칙이 있는데 어째서 연기는 위로 올라가냐고?
불로 열을 만들어서 그 열이 잠시 동안의 힘을 만든 거야. 그것 때문에 물이 수증기가 돼서 위로 올라갈 수 있었어. 열을 잃으면, 결국 공기 중으로 흩어진 다음에, 언젠가는 떨어지게 되지. 수증기도 중력을 받아.
아, 그런데 더운 여름날 생각해 보면, 에어컨을 틀어놓고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어땠니? 그래 미친 듯이 더웠지. 그건 왜 그럴까? 차가운 공기는 아래쪽에 있기를 좋아하고,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기 때문이야. 온도와 공기는 그런 관계야. 나중에 이게 (더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 둘 중 어느 것이 위로 올라가는지) 되게 헷갈릴 거야. 그럴 때마다 기억해. "여름 2층은 정말 더웠다"
태양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언제나 뜨거운 열을 지구로 보내지. 태양 때문에 열을 받아서 강가나 호수나 바다나 따뜻해지면 수증기가 생겨. 수증기가 주위 공기를 덥히면서 위로 올라가. 그러면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지. 그래서 흐름이 생겨. 그런데 수증기가 무작정 올라가는 건 아니야. 중력의 법칙이 있으니까. 대충 올라가다가 갑자기 추워지겠지. 높은 곳은 춥잖아. 그래서 수증기들이 모여. 커져. 그래서 구름이 돼. 구름에도 언제나 힘(중력)이 있어서 밑으로 떨어지는데 그게 너무 느려서 보이지 않을 뿐이야. 머리카락보다 수증기가 더 작거든. 그래서 수증기는 잘 안 떨어지는 거야. 그렇지만 결국은 떨어져. 수증기가 얼어서 얼음이 되거나 덩어리가 되면 그게 비가 되든 눈이 되든 어쨌든 팍팍 떨어지게 돼.
응? 왜 냄비 안의 수증기는 구름을 만드는 수증기보다 조금 올라가다가 마냐고? 그건 잠시 동안의 힘이 다르니까. 불이 만드는 잠시 동안의 힘(열 에너지라고 해)보다 태양이 만드는 열 에너지가 훨씬 크니까. 중력을 이기는 힘도 태양이 만드는 열 쪽이 크지 않겠어?
잠시만, 다시 확인. 구름은 덩어리가 아니야. 그렇게 보일 뿐이지. 자세히 보면 수증기와 얼음들의 모임이란다. 이제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질문은 끝났을 것 같고.
세 번째 질문이지. 응? 이제 다 안 다고?
그래, 비행기가 연료를 써서 잠시 동안의 힘이 생기는 동안에는, 그 에너지 때문에 날 수는 있어. 하지만 잠시 동안의 힘이 사라지면 언제나 힘이 이기고, 결국 떨어지지.
세상에는 두 종류의 힘이 있었어. 뭐라고?
그래, <언제나 힘>과 <잠시 동안의 힘>
중력은 언제나 힘이야. 잠시 동안의 힘은 잠시 동안만 언제나 힘을 이길 수 있어. 그래서 중력의 법칙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는 게 생기지. 하지만 그런 시간이 사라지면 다시 언제나 힘이 이길 수밖에. 떨어지는 거야.
이리하여 아빠 물리학 강의 시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답니다. 더 정확한 것은 학교에서 배우거나 자기들이 알아서 공부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