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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Mar 22. 2018

편지2_어린이들에게

괜찮은 지혜가 생기면 알려주세요

세상에는 참 어려운 문제가 많습니다. 이것저것 생각을 해 봐도 답을 찾지 못할 때가 생깁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답을 원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연구하는 사람, 토론하는 사람, 다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 참 곤란합니다. 환경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말은 쉽지요. 환경을 더 생각해야 한다고, 지구를 사랑하자고. 그렇지만 행동은 어떻습니까? 말과 행동이 얼마나 비슷한지요? 나무와 숲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는 생각하겠지요. 누구나 그렇게 말해요. 하지만 나는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30년을 산 나무 한 그루로 약 59kg의 종이를 만들 수 있답니다. 59,000g입니다.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사에서 발행한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무게를 재 봤습니다. 489g이었습니다. 59,000을 489로 나누면, 몫이 120이고, 나머지가 약 65입니다. 그러니까 나무 한 그루로 120권의 <톰 소여의 모험>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876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판됐고 지구촌 곳곳에서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 발행됐으니까 적어도 수백만 권은 팔렸을 테고, 그렇다면 필경 이 책 때문에 숲 하나가 베였을 터입니다. 


책을 만들 때마다 나무의 목숨이 필요합니다. 나무의 숨소리를 지키자고 책을 안 만들 수는 없지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나무도 소중히 여기면서 책도 만들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그럴싸하게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지혜, 환경을 생각하는 지혜는 ‘환경만을’ 생각하는 지혜는 아니겠지요. 나무와 숲만 생각하고 책을 외면하는 환경사랑은 지혜가 아닐 테니까요. 물을 아끼되 위생도 생각해야 합니다. 전기를 함부로 쓰지 않으면서 냉장고는 하루 종일 켜 놓고 휴대폰을 빵빵하게 충전합니다. 음식을 아끼고 필요한 식재료만 사용하면서도 이른바 ‘먹방’을 즐기기도 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혜는 이렇게 어려운 일입니다. 


너무 많은 낭비 때문에 환경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또 난처해집니다. 무엇이건 환경을 생각해서 조금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가격이 오르고 인간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가난한 사람이 더 살기 힘들어집니다. 세상 곳곳에서 공장이 생기고 사람들이 일합니다. 기계가 돌아갑니다. 그것을 산업이라고 하지요. 모든 산업에는 큰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어떤 에너지냐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에너지를 많이 쓰면 이번에는 이산화탄소 문제가 생깁니다. 이리하여 지구는 늘 아픕니다. 지구를 살리자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못살고 굶주린 시절로 돌아갈 리도 없으니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어린이들은 환경을 아끼고 보호하자며 여러 가지 좋은 생각을 실천하고 있는데, 어른 주제에 이렇게 맥없이 모르겠다고만 말하니 참 쓸모없는 어른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수십 년 전 내가 어린 시절에는 헐벗은 뒷동산의 나무 걱정만 하면 됐답니다. 물과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한다고 강조할 필요도 없었지요. 물과 에너지 모두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아껴 써야만 했습니다. 지금처럼 마냥 풍요로운 세상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답니다. 그렇지만 모르는 게 많은 어른도 우리가 사는 지구 별을 걱정하기는 합니다. 단지 답을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어린이 여러분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자라서 혹시 괜찮은 지혜가 생기면 알려주세요. 여러분이 어른이 됐을 때 나는 노인이랍니다. 노인에게도 듣는 귀가 있습니다. 


(2018. 2. 아이들 초등학교 교지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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