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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Mar 23. 2018

편지3_주례사

주례사

종로 수송동 85번지에는 작은 카페가 있습니다. 그 카페에는 아침을 전하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그 청년의 아침인사 레시피는 이러했습니다. 눈빛을 마주치기, 웃음을 전하기, 커피를 내려주고, 하루를 축복하기. 지금 그가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85번지 카페에는 손님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낙관적인 그녀는 아침마다 카페를 찾습니다. 그러면 청년이 들이키는 실내 공기가 달라집니다. 그 미인이 그 청년과 함께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신랑 남혜준 군, 신부 구윤주 양, 두 분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양가의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하객을 대신하여, 이제부터 주례는 인생의 선배로서, 또한 두 분의 인연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85번지 사람으로서 짧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신랑 남혜준 군, 신부 구윤주 양, 인생을 쿨하게 사십시오. 인생의 팔 할은 운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이 인자해집니다. 이런저런 고단함과 실패가 두 분의 인생에 익숙하게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탓하거나 서로를 책망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운을 탓하십시오. 사람을 미워하거나 세상을 비난하지도 마십시오. 그저 재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럴수록 성실함을 잃지 말고 스스로 격려하고 서로 응원하십시오. 넘어지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일어나십시오. 


때때로 이른 시간에 성공과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부러워하겠지요. 그러나 우쭐대지 마십시오. 당신들의 탁월한 능력과 재능, 매력과 미모 때문이 아닙니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성공할 때 그 공을 행운으로 돌리면 더 좋은 행운이 찾아옵니다. 그러므로 항상 겸손하고 따뜻하게 살아가십시오. 


신랑 남혜준 군, 신부 구윤주 양, 낮은 수준으로 사랑하지 마십시오. 결혼이 연예와 다른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을 감정만으로 묶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감정은 휘발됩니다. 위대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감정이 아닙니다. 감정이 식었을 때 사랑을 비추는 촛불은 꺼집니다. 그러나 알몸의 감정에 옷을 입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성입니다. 이성으로 충만한 사랑을 하십시오. 그것은 의무와 의지를 낳습니다. 그러면 더 밝은 등불이 켜집니다. 해야만 하니까 하는 것, 그것이 위대한 사랑입니다.  


신랑 남혜준 군 그녀를 빛내주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의무입니다. 신부 구윤주 양 그를 충만케 하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의무입니다. 그녀를 기쁘게 하시고 그를 행복하게 하십시오.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도와주십시오. 그것이야말로 부부로서의 의무입니다. 사랑은 연약해서 의무로부터 비롯되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칸트 할아버지는 실천이성이라고 불렀답니다. 


신랑 남혜준 군, 아내의 아침을 사랑하십시오. 눈빛을 마주치기, 웃음을 전하기, 커피를 내려주고, 하루를 축복하기. 신부 구윤주 양, 남편의 밤을 낙관적으로 사랑하십시오. 두 사람은 이제 침범할 수 없는 부부입니다. 이 세상은 온통 당신들의 빛으로 가득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멀리 뉴질랜드에서 신부의 친구, Miss Diana가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Welcome! 그녀를 위해서 본 주례사를 영어 한 문장으로 요약하겠습니다.  


“Life is fortune, Love is Duty.” 감사합니다. 


(2016년 5월 길, 친애하는 젊은 남녀의 결혼식에서. 당사자의 이름을 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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