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일기 시리즈
만화로 일기를 볼수 있다면 난 얼마든지 보겠어
1993년 1학년 1반에 입학했다. 초등학생이 아닌 국민학생으로. 국민학교 담임선생님은 학생을 안아주지 않는다는 것도을 처음 알았고 신주머니, 책가방, 월에 한 번씩 학교로 가지고 가는 폐품까지 모든것이 새로웠던 그때. 우유를 비롯해 나를 위로해준 또 하나의 친구는 다름 아닌 '소년신문'이었다. 격일인지, 격주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우리 학교는 '소년동아일보'를 보았고 난 그 신문을 읽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재미있고 신기한 소식이 가득했고, 특히 어른들 신문에 빼곡하게 들이차있던 한자가 하나도 없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인기 코너는 단연 '네 컷 만화'였는데 당시 기억으로는 '코망쇠 형제'가 인기리에 연재되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돼 '만화일기'라는 타이틀로 수십 가지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 발매되었는데 매일 책대여점에 가서 'ooo 만화 일기 있어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만화일기 덕후'가 되었다. 왜 그렇게 나는 만화일기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어린 마음에도 다른 친구들의 일기를 엿본다는 행위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때문이었을까. 더 정확한 이유는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문체, 에피소드에 크게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만화는 학생들에게 그리 권장되지 않던 다소 빡빡한 시대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그 이후로 일기 숙제가 전혀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기 하나를 쓰는데 1시간 이상 소요할 정도로 정성 들여서 쓰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마 '따옥이 만화일기'를 본 이후였을 것이다. '따옥이 만화일기'는 다른 만화일기와는 달리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를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 땡칠이를 산책시키다 분식집 앞에서 영철이를 만났다"가 아니라 "내가 오늘 땡칠이를 산책시킬 때 있었던 일이야. 분식집 앞을 지나가는데 마침 영철이를 만났지 뭐야?"
그래서 그 이후로 나도 일기를 쓸 때 문어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담임선생님이 많이 칭찬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좋아했던 만화일기는 이제 내 기억 속에 잔잔한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쩌면 만화일기가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밑바탕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만화일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초등학교에서 누군가의 일기를 검사하고 있다.
숱하게 많은 일기 속 유일하게 구어체를 사용했던 ㅅㅇ이. 만화일기의 존재조차 몰랐을 아이에게서 친근감이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또한 장래희망이 학급에서 유일하게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그 친구이기도 했다. 잘 지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