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자로 원어민 코티칭 담당선생님이 새로 발령받아 우리 학교에 오셨다. 23세의 대학을 갓 졸업한 '조이'선생님으로 영국 노팅엄에서 나고 자랐으며 대학에서 화학 전공을 하고 졸업하신 분이다. 이번 한국 방문도, 학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경험도 처음이신 분이라 잘하실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나도 영어가 그리 유창하지 않은지라 Co-teaching 수업 시 조이 선생님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도 똑똑한 조이 선생님은 초등학교에서의 영어 수업에 대한 이해와 습득력이 굉장히 우수하여 1~2주 사이에 이전 원어민 선생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적응을 했다. 그래서 5, 6학년 영어 협력 수업 시 더욱 신나서 함께 진도도 나가고 게임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오개념(誤槪念) -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잘못된 지식 예) 과학 공부에 있어 용어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부하다 보면 오개념이 생길 수 있고, 한번 생긴 오개념은 잘 바뀌지 않고 다른 단원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최근 5학년 단원은 과거 시제와 현재 시제의 규칙 동사와 불규칙 동사를 공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New words와 Key Expressions를 함께 살펴보는 와중에 세상 처음 보는 단어를 접해서 잠시 당황한 기억이 있다. 평생을 learn의 과거형은 learned라고 배웠고 학생들에게도 learn의 과거형은 learned라고 가르쳤던 내가 마주한 단어는 바로 'learnt'였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표기하고 실생활에서도 learnt라고 자연스럽게 표현한단다. 미국식 영어가 익숙하고 옳다고 믿고 살아온 나 자신의 얄량함에 절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mommy도 mummy로 표현하는 게 영국에서는 옳다는 것까지도 알려주었다.
'아... 엄마 상어를 mummy shark라고 쓰는 게 틀린 표현이 아니었구나.
수개월 전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접한 'TIGI BOO'라는 채널에서 '상어 가족'을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온 가족이 함께 율동을 하면서 보다가 엄마를 mummy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발끈했던 기억이 있다.
"아니 엄마가 mommy 지 mummy가 뭐냐 도대체가. 멀쩡한 엄마를 왜 미라로 만드는 거야 왜?"
"아이 실수로 그럴 수도 있지. 어쨌든 맥락상 엄마 상어라는 이야기잖아 춤도 그렇게 추고"
"애들 보는 채널일수록 더 실수가 없어야지. 이게 수십, 수백만이 보는 프로그램인데 저러면 쓰나"
조이선생님과 수업을 함께 하지 않았으면 나는 평생 'TIGI BOO' 채널을 '엄마'라는 단어와 '미라'라는 단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채널로 하대할 뻔했다. 학생들은 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으나 조이선생님과 코티칭을 함께 하는 입장에서 자꾸 '상어 가족'을 디스 했던 것이 생각나서 부끄러움과 민망함 그 어느 중간 지점에서 표류했다. 고마워요 조이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영어 단어와 철자에 대한 나의 오개념과 편견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었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한번 더 의문을 갖고 정답에 접근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5학년 일부의 친구들아. 선생님이 이렇게 부끄러워하듯 너희들도 기왕이면 이제는 알파벳을 읽고 쓸 줄 아는 학생으로 발전해 보면 안 될까? 선생님이 일일이 영어 발음을 한글로 써주는 게 (물론 언제든지 써 줄 수 있고 힘들거나 귀찮아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님) 너희의 영어 실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한 번 찬찬히 고민해 보고 너희의 생각을 말해주면 좋겠구나. 싫으면 어쩔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