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윤표 Aug 23. 2023

Punchline놀이

말 장난하면서 각운 맞추는 걸 좋아해. 난 어쩔 수 없는 문돌이인 듯.

펀치라인 (Punchline) 
- 힙합에서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중의적 표현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가사.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워온다. 흔히 Nursery Rhyme이라고 일컫는 동요 부르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집에서 잠자기 전에 영어 동요를 함께 부른다. 그중에서 'do you like broccoli ice cream'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재치 있고 엉뚱한 가사 때문이다.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맛있지만 막상 두 음식을 섞어서 먹으려니 그야말로 '괴식'이다. 이러한 다소 기발하고 엉뚱한 구성이 주는 매력에 우리 부자는 이 노래를 자주 따라 부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노래에서 마지막에 "Yucky"라는 구절이 나온다. 한마디로 '맛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이 단어가 마치 '굽다'를 뜻하는 일본어 '야끼'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항상 '야끼' 뒤에 '만두!' 또는 '소바' 등을 붙여서 노래를 마무리했다. 옆에서 어이없다는 듯 늘 쳐다보는 와이프의 등쌀을 뒤로한 채 말이다. 그랬더니 며칠 뒤부터는 아들도 킥킥 웃으면서 이 노래 마지막 구절에 '만두!!'를 붙이면서 부르는 것이 아닌가. 이런. 펀치라인 놀이는 아빠 혼자만 해도 될 텐데. 

출처 : super simple learning
"난 구라를 못 쳐. 내가 구라 치면 패륜아" 

펀치라인이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중의적 표현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가사'이다. 방송인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 a.k.a MC 그리의 가사를 보면 펀치라인의 대표적인 특징을 알 수 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솔직한 사람이다 -> 만약 내가 거짓말을 친다면 그건 패륜행위 일 것이다. -> 왜냐하면 우리 아빠 이름은 구라(거짓말을 속되게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라며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가 전혀 없다. 벌스 하나로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재치 있고 통렬하게 표현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펀치라인이 주는 매력이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최근에 꽂힌 펀치라인은 소위 국힙원탑이라고 불리는 '이센스'의 저금통 앨범 1번 트랙 'No bos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처럼 힙합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래퍼가 한 명 있는데 그는 바로 '도끼'이다. 세금 문제로 인한 도덕적 해이로 이미지가 많이 실추된 뮤지션이지만 랩 실력 하나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그가 뱉은 펀치라인은 바로 이것이다.

"다 날 동물원 동물 보듯 했지 cuz I'm the goat"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다른 리스너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을지 모를 구절이다. 하지만 한때 도끼의 열렬한 팬으로서 저 구절을 듣는 순간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었다.'Goat' 단어 한 개에서 '염소'의 뜻과 'Greatest of all time' 뜻을 동시에 뽑아서 표현하다니. 자신을 실제 동물원에서 '염소'를 보듯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매 순간 최고'라는 뜻으로 우러러본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표현을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표현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이렇게 보면 래퍼들의 가사는 시와 참 비슷하다. 둘 다 함축성과 독창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며, 읽는 이에게 즐거움과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출처 : 유튜브 채널 '핫클립스'
"complex 그냥 두면 complex mall처럼 커져 길을 헤매지"

한창 가사를 쓰고 랩에 심취했던 시절, 펀치라인에 대해 연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가사 하나에 다양한 각운을 탑재해 박자에 얹어보기도 하고, 괜찮은 구절 하나를 상상해 내면 늘 휴대하고 다니는 '라임 노트'에 기록하던 그 시절 말이다. 지금 다시 꺼내 읽어보면 이불속으로 숨고 싶은 심정이지만 열정하나만큼은 불 같았구나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12년 전 뱉었던 랩으로 요즘 새롭게 고통(?) 받고 있는 방시혁 님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더라. 기선을 제압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음껏 상상하고 꾸준히 표현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게 랩이 되었든 글이 되었든 간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