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시간에 교과서에는 없는 특별한 수업시간을 종종 진행하곤 한다. 그것은 바로 Djing 수업이다.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는 Djing 컨트롤러를 다루는 수업이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 음악교육의 목표에는 '생활 속 다양한 음악 경험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자기 주도성을 기른다'라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음악과의 여러 가지 목표 중에서 위의 조항을 가장 충실하게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은 바로 DJing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친구들에게 들려주며 소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음악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음악적 스펙트럼이 더 광범위해지기 때문이다.
수업 대상은 주로 고학년으로 한정 짓는 편인데 저, 중학년은 아직까지 음악에 대한 기초와 취향 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5, 6학년 학생들은 자신만의 음악적 취향과 장르가 확실하게 존재하고 요즘 유행하는 '랜덤 플레이 댄스' 릴레이가 가능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조예가 나름 깊은 편이다. 그래서 Djing 수업을 할 때 본인만의 플레이리스트를 5~6곡 마련하여 곡의 분위기와 흐름에 맞게 플레이하는 법을 알려주기 수월하다. 이 과정에서 BPM의 변화, PITCH 조절 및 EFFECT 활용 등의 변주를 주는 법을 팁으로 지도하면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플레이하는 법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준비물은 노트북, DJ 컨트롤러, 블루투스 스피커, Serato 계정이 필요하다. Serato는 Djing 프로그램 이름으로 세계적인 DJ들이 활용하는 대중적인 소프트웨어 중 하나이다. 10만 원가량을 들이면 Serato 평생 계정을 활용할 수 있어 투자 대비 활용도가 상당히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은 음악 시간 외에 DJing의 믹싱과 짧은 퍼포먼스를 촬영하고 싶은 학생들을 모집하여 간단하게 쇼츠를 찍어보기로 했다. 학생들은 본인들이 직접 플레이하는 영상을 자신들의 SNS 계정에 올릴 수 있어 좋고, 나는 교사로서 좀 더 효과적인 지도방법에 대해 연구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략 90분간의 수업이었지만 수업이라기보다는 '서클'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연습 과정에서 컨트롤러에 좀 더 흥미를 붙일 수 있어 좋았고, 나는 나대로 영상 찍는 꿀팁이나 편집, 음향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 9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SNS에 올리니 학생들의 반응도 꽤 괜찮았다. 얼른 다음 편이 업로드되길 바라는 학생들이 많았다. 12월 즈음되면 음악 교과서의 진도를 모두 나가고 평가도 마무리가 되니 그때 다시 집중적으로 '재능기부'를 진행해보려 한다고 안내했다. 얼른 추운 겨울이 와서 학생들과 또 재미있게 DJing을 연구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