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교사들은 학급경영과 생활지도뿐만 아니라 개인의 교육적 역량을 기르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저마다 관심 있는 교육 분야를 찾아 연구하고 이를 교실에서 효과적으로 일반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꼭 해야 하는 의무는 아니지만 호기심을 갖고 관심 있는 분야에 접근하다 보면 학교 안에서 보거나 들을 수 없는 많은 정보와 교육 트렌드를 마주하게 되기에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트렌드는 이른바 '에듀테크'라 일컬어지는 과학융합교육, 코딩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래밍 교육, AI, 딥러닝 등 인공지능활용교육이 대세라 상당히 많은 예산이 과학교육에 투입이 되고 있고 그와 관련된 연수가 부지기수처럼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세계시민교육 교육청 선도교사로 업무를 수행하고 연수를 듣고 있긴 하지만 좀처럼 변방에 머무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10월의 끝자락에 세계시민교육연수의 마지막 오프라인 연수가 있어 나는 신도림에 있는 APECIU (아시아태평양 국제교육원)에 방문했다.
지난 10년간 나름대로 정도(正道)는 아니지만 대학원에서도 관련된 교육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18년에 이어 2번째로 서울시 세계시민교육 선도교사 연수에 참석하고 있다. 3층에 마련된 회의실에 도착하니 우리를 연수단으로 모집하고 행사를 진행해 주는 세계시민교육 중앙선도교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프라인 연수를 기획하고 장소 섭외, 예산 확보 및 결산 등을 위해 봉사해 주시는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애잔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노력하는 것에 비해 그만큼의 인적, 물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업무에 종사하시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존경심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은 연수를 성실하게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연수에 임하리라 다짐했던 순간이다.
연수는 그 간의 여러 연수들과 마찬가지로 학교 현장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했다. 선생님들께서는 각자 본인의 수업에서 진행했던 세계시민교육 수업을 서로 공유하고 소감을 나누며 잘된 점과 미흡한 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최근 세계정세에 대해 교육적 자료롤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연수를 전개해 나갔다. 확실히 관심이 있고 아는 것이 많은 선생님들이시라서 그런지 얻게 되는 정보도 많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계 여러 이슈를 분석하는 모습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 특히 연수 말미에 진행되었던 '모의 UN 총회 해보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선생님들이 각각 세계 여러 나라의 대표가 되어 그 나라의 산업과 환경, 경제 등을 고려해 기후협약에 관한 의견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독일, 미국, 중국, 인도 등을 대변하는 선생님들께서는 선진국들은 개발에 대한 책임과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민감도도 상당히 높은 군에 속해 꾸준히 경제 개발과 환경 보전에 힘쓰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나는 '아일랜드'라는 나라의 대표가 되어 개발 도상국의 입장에서 선진국이 이미 구축해 놓은 경제적 제재를 피해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여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어필했다. 1차 산업이 아닌 금융, IT 이른바 4차 산업으로의 해외 자본 유치라는 강수를 두어 경제 성장과 환경 보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음을 이유로 들어 선진국의 책임이 더욱 강화되어야 개발 도상국들도 그에 따른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렇게 모의 의회를 체험하고 나니 생소한 나라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학생들도 무척 즐겁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수가 끝나고 15시간의 세계시민교육 선도교사 연수를 마쳤음을 알리는 이수증이 도착했다. 그런데 막상 연수를 통해 전달받은 프로그램이나 후속 연수에 대한 안내가 없는 게 다소 아쉬웠다. 5년 전에 받았던 연수에서는 그래도 가이드라인과 수업 우수 사례를 전달받아 학교 현장에 투입할 만한 교보재가 제공되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이 연수를 통해 과연 세계시민을 선도하는 교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커져가는 현실이 좀 씁쓸하기도 했다. 누가 나를 알아주기 위한 교육을 원했던 게 아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건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 터. 이것도 또 언젠가 계절처럼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까지 늘 그랬듯 꾸준히, 조금씩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차근차근 재미있는 수업을 연구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