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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열린 토론 패널로 참여하다

아빠 육아는 특별하지 않다. 어느 누구도 할 수 있다. 나조차도 했기에.

by 홍윤표

3월 12일, 연차를 내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생전 가 본 적도 없고 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방송국으로 향했습니다. 왜냐하면 <kbs 열린 토론 : 아빠가 변화시키는 육아의 미래>에 패널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지적 아빠 육아 시점' 발간을 눈여겨보셨던 PD님께서 연락을 해주신 덕분에 뜻깊은 자리에 참여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편으론 아빠로서 당연한 일을 그저 해내고 있을 뿐인 범부인데 무슨 멘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녹음 방송 전날 밤까지 질문지와 씨름하며 하나라도 유익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촬영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10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방송국은 여의도에 있고 집은 그와 정반대여도 한참 반대인 경기도 하남이기에 이른 아침 서둘러 나왔습니다. 아이들을 8시에 딱 맞춰 등원시키고 자차로 가게 되면 혹시라도 차가 막혀 늦을까 봐 지하철을 타고 갔습니다. 1시간가량의 지하철 이동길이 쏜살같이 지나갈 줄 누가 알았을까요. 전날 준비한 질문지 이외에 캠페인 관련 인터뷰 답변도 함께 준비해야 했기에 지하철에서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스튜디오에서 옷매무새를 다듬고 목을 풀 여유가 생겼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담당 PD님께서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저는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윽고 진행을 맡아주신 배종찬 사회자님과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젊은 아빠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반성해야겠다는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셨죠. 뒤이어 오늘의 토론을 함께 할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김기탁 님, 경기도 하이멘토이자 기업 인사팀장이신 김진환 님, 너무나도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씨가 스튜디오에 들어왔습니다. 기대 반, 떨림 반의 마음으로 녹음실로 들어가며 다짐했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그동안 아빠로서
내가 해 왔던 것을 이야기하고 가자.

촬영은 사회자님의 차분한 톤과 매끄러운 진행과 버무려져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모두 아빠로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묵묵히 해야 할 것들을 해 온 분이라서 그런지 듣는 이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그들의 고충을 어루 먼저 주는 말들로 스튜디오를 수놓았습니다. 알베르토 님도 유럽과 한국의 아빠 문화를 재치 있는 유머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내어 녹음하는 내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었습니다. 100분의 시간 동안 중언부언한 것은 저밖에 없었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빠들을 단체로 만나서 얘기하니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순식간에 100분이 지나가고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훈훈하게 포토 타임으로 오늘 녹음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저는 뜻깊은 자리를 함께 해 준 분들께 무언가 보답할 것이 없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결국 드릴만한 것이라고는 제가 쓴 육아에세이 밖에 없더라고요. 초면에 책 홍보하러 온 사람으로 비치면 어쩌지라고 걱정하며 조심스레 책을 드렸는데 다행히 모두 좋아라 해주셨습니다. 마침 제가 알베르토 님의 저서 '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를 갖고 있던지라 작가의 사인도 받고 함께 사진도 찍는 영광도 누렸습니다.

그렇게 방송국을 나와서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의 하원 시간과 맞물려 또 신나게 놀이터에서 원 없이 놀았습니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놀이터는 그야말로 '모여라 꿈동산'이 따로 없었습니다. 늘 제가 해오던 아빠 육아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서 얘기하고 왔는데 다른 패널들의 위용과 정성을 보고 들으니 우리 아이들에게 다소 미안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더군요. 앞으로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 행복할 수 있도록 곁에서 잘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 <kbs 열린 토론> : '아빠가 변화시키는 육아의 미래' 방송은 3.13(목) 오후 7:20 97.3 mhz 또는 유튜브 kbs1 라디오를 통해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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