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처음, 나의 처음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근 1년간 일기장에 아이의 사소한 '처음'을 꼭꼭 적어 넣었다.
처음 뒤집은 날
처음 엄마라고 부른 날
처음 기저귀 단계 높인 날
처음 이가 보인 날
처음 엄마의 행동을 모방한 날
처음 새 놀잇감을 가지고 놀이한 날
누가 테스트하지 않겠지만, 아이의 모든 걸 다 아는 엄마이고 싶었다.
어머님께 남편의 어린 시절을 물으면, 열에 여덟은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씀하셨다.
얼마나 정신없고 고되었을지 알기에 웃어넘기지만, 나는 아이가 자라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물으면 일기장을 뒤적여서라도 추억을 좀 더 나누고 싶다.
아이의 처음에는 나의 처음도 함께 따라왔다.
나의 웃음이 그중 하나였다.
친구들과 수다 떨 때, 남편과 연애할 때의 웃음과는 다른 것이었다.
아이와 있을 때는 무방비 상태에서 가장 순수한 날 것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처음 듣는 나의 웃음소리가 낯설면서도 좋았다.
참여수업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하는 어려운 자리도 아닌데 목소리 톤이 이만큼 높아진 건 또 언제였더라
이 소중한 생명체와 함께 있으니 종종 찾아오던 행복이 나에게 딱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아기는 잘 먹는 편이었다.
10개월이 되어 분태기가 처음 왔으니까 꽤 오랫동안 잘 먹어 준 셈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지나칠 줄 알았던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 봤다.
이때 오트밀 포리지에 넣을 블루베리를 6분의 1로 처음 잘라 보았다.
하지만 아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세끼 먹던 이유식을 두 끼로 줄여도 보고, 이유식을 먼저 먹이던 스케줄을 분유 먼저 먹이는 것으로 바꿔 보았다.
그래도 120미리 밖에 먹지 않는 아이를 보며, '에라 모르겠다.'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다시 첫 끼를 이유식으로 바꾼 날,
정말 오랜만에 분유 200미리를 먹었다.
그때 튀어나온 말이 "잘 먹으니까 예뻐!"였다.
'밥 잘 먹어서 예쁘다'는 어른들 말뜻을 알게 된 날이다.
게다가 내가 먹는 것도 아닌데 정말 배가 불렀다.
이렇게 예쁜 걸 사람들은 자식 예쁜 마음을 어떻게 숨기고 살까?
어머님이 그 어린 시절 기억 안 난다 하신 말씀이 떠올랐고, 납득이 됐다.
이 마음 그대로 귀하고 예뻐선 평생 밖에 내놓지 못할지 모른다.
아마 나도 이 마음 조금씩 다듬어지고 무뎌지겠지..
그래야 잘 살아질 것 같다.
확실한 건
아이는 내 평생 할 수 있는 가장 깊고 큰 사랑,
어떤 위기가 닥쳐도 변치 않을 절대적인 사랑이다.
아가야, 1년 동안 잘 자라줘서 고마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안녕하세요 매일의 푸입니다.
글 밖으로 나와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더운 여름날 연재를 시작하고, '어쩌려고 겁 없이 시작했을까' 후회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임신준비기간부터 1년 차 엄마로 지내는 동안의 과정과 감정을 잘 담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이, 아이는 쑥쑥 자라 얼마 전 돌잔치를 마쳤고, 1년 차 엄마 딱지를 떼게 되었습니다.
뛰어난 글솜씨가 아님에도, '1년 차 엄마 다이어리'를 꾸준히 찾아와 읽어주신 작가님들이 계셨습니다.
덕분에 쳇바퀴 도는 듯한 육아 속에서 글쓰기를 활력 삼아 힘내서 연재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