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초등학교 오학년 감동이와 초등학교 삼학년 행복이
어느새 고학년 반열에 들어선 감동이를 보며 시간의 빠르기를 실감한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학년을 즐겁고 무사히 잘 보냈지만, 늘 새학년은 적응이 더딘 엄마를 더 긴장하게 한다. 이번 새학년의 시작의 화두는 반장선거였다. 2년 동안 반장이었던 감동이는 나름 노하우가 있었으나, 또 4학년 1학기 선거에선 한표 차이로 아쉬운 탈락을 하고 온 교실이 떠나가라 울었던 경험이 있던지라 스스로 떨어져도 절대 울지 않을 거란 다짐으로 선거를 준비했다. 내성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했던 행복이도 언니의 영향인지 아니면 내재된 욕심이었는지 반장선거에 출마할 거란 얘기를 2년 동안 줄곧 해왔다. 막상 닥치면 하지 않으려나 했는데, 반장선거가 일정이 정해지자마자 언니보다 더 열심히 선거를 준비했다. 큰 애는 여전히 어떤 공약을 할까 엄마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2년 동안 반장을 하겠노라 벼려왔던 둘째는 이미 마음 속에 공약을 정해놓았다고 했다.
"어떤 공약인데?"
"응, 세가지 정도 생각했는데요, 첫번째는 힘들어 하는 친구가 있으면 도와주는 거, 두번째는 하기 싫은 세번째는 하기 싫은 일을 먼저 나서서 하는 거, 마지막으로 소외되는 친구가 없이 함께 어울려 노는 거요."
"우와 멋지다! 이미 준비 다 된 거 같은데."
나는 진심을 가득 담아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어느새 이렇게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만큼 자랐지? 아니 언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 자란거지?
하지만 행복이가 척척 공약카드를 써서 꾸미고, 공약발표 대본을 써서 연습 하는 모습을 보니, 키만 더디게 자랄 뿐 아이는 정말 훌쩍 커있었다.
감동이는 머릿 속으로는 대충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은 했지만, 학원 스케줄로 인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공약카드 대신 홍보 포스터를 만들고, PPT를 제작하고, 발표 대본을 쓰기 위해 열시 잠들기 약속은 잠시 미뤄둘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하기 싫은 내색 없이 수학도 영어 숙제도 자신이 해야 할 분량을 척척 해내는 걸 보면, 첫째 역시 많이 컸다. 되려 늦은 시간까지 옆에 있어주서 고맙다며 엄마를 안준다.
글을 쓰다보니 녀석들, 더 기특하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두둥!
둘 다 무사히 반장이 되었다. 둘 중 하나만 되어도 오늘 불금의 분위기는 마치 우산장수와 부채장수 아들을 둔 부모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당선이다. 마음껏 기뻐하고 함께 축하해줄 수 있어 그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 두 아이가 반장이 되고 보니, 반장 선거 준비에도 나름 노하우가 필요했다. 물론 절대적으로 인기가 많아서 아이들 지지를 받는다면 노하우 따위는 필요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절대적인 인기나 초반에 톡톡 튀는 성향의 아이가 아니라면 선거 준비를 열심해 해야한다.
저학년의 아이라면, 약간의 재미와 믿음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둘째가 하는 식의 봉사와 배려 친절 정도를 강조하는 연설문에 연설문 발표 시 포퍼먼스와 함께 자신을 각인시켜주는것이 필요하다.
고학년은 눈에 보이는 선명한 공약이 있어야 한다. 큰 아이가 4학년 1학기 반장을 놓친 결정적인 이유는 삼학년 반장선거처럼 준비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4학년 반장이 된 친구들은 대부분, 영화보기, 과자파티, 담임체육 등 눈에 보이는 확실한 공약이 있어야 표를 얻을 수 있다. 4학년 정도되면 아이들은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공약을 제시하는 친구에게 표를 던진다. 아이는 "마음우체통"과 "학급올림픽" 두가지 공약을 앞세워 당선되었다. 마음우체통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미안하거나 고마운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배달하겠다는 공약이다. 생각보다 이용하는 친구가 많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른들이 보기엔 나름 괜찮은 공약같아 보인다. 두번째 공약은 2024년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7월에 학급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시기와도 어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나 배구, 보드게임 등을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한다는 공약인데 아마 이 공약에서 인기를 많이 얻은 듯 하다. 이런 공약을 정할 때는 담임 선생님께 가능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이렇게 반장이 된 두 아이가 한 학기를 어떻게 지낼지, 걱정 반 설렘 반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클테고, 큰 마음에 비해 할 수 있는 역량은 작을테니 그 차이로 인해 분명 어려움이 있을텐데, 다부지게 잘 이겨내고 한뼘 만 더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좌충우돌, 우당탕당
반장이 된 두살터울 두자매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