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또니,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이번 여름 방학은 일본, 너로 정했다.
법 개정으로 다시 아홉 살, 열한 살, 둘이 합쳐 스무살이 된 두 딸은 카카오 프로필로 얼마전부터 일본여행 D-day를 세고 있다. 이제 서른 한밤만 자고 나면 오사카행 비행기를 타고 있을 자매다.
싱가포르에 이어 나라 밖 여행지를 고르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여 여행지를 검색하고(그 사이 오사카에서 괌, 오키나와를 돌아 다시 오사카로 돌아왔다.), 도서관을 들락날락 거리며 얼마나 많은 일본여행 관련 책을 빌려 보았던가! 결국 서점에서 산 두 권의 여행책 덕분에 오사카행 항공권을 예약하고, 교토 2박, 오사카 2박 숙소까지 예약을 마쳤다.
일본 여행 이야기가 막 나올무렵 샀던 책으로 잠자기 전 일본어 한마디씩을 연습한다던 아이들은 탄력을 받았는지 노래까지 만들어가며 여행어 공부에 열을 올린다. 벌써 혼또니송과 방향송 두 곡의노래가 완성되어 안무까지 곁들여 연습중이다. 나름 중독성 있는 안무와 멜로디로 따라 흥얼거리고 다음 곡까지 기대하게 되었다.
확실히 싱가포르 때와는 아이들의 기대와 준비자세가 다르다. 사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첫 여행에서는 긴장하기는 남편과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막판까지 자유여행을 늘릴까 가이드여행을 늘릴까 고민하다 가이드 여행을 2박으로 정했었다. 끝까지 자유여행으로 마음이 기울던 남편은 생각보다 해외여행을 위한 생존영어가 가능했다. 남편이 그 정도 대응능력을 갖추었던 걸 미리 알았더라면 엄청나게 후회한 가이드 여행을 아예 넣지 않고 완전 자유 여행을 했을 것이다. 나름 인지도 있는 중견 여행사 상품이라 신혼여행 때 가이드로 받았던 선택 관광에 대한 무언의 압박을 받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었더랬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본인의 머리색깔이 보라색인 이유와 젊은 가이드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길게 들었고, 산토사섬 자유시간 30분 후 버스를 기다리며 40분을 허비한 여행객들은 사과 보다 먼저 버스기사와 가이드의 싸움 소리를 들어야했다. 큰 아이가 가장 실망스러워 한 부분은 하필 돌아오는 날 마지막 메뉴가 김치찌개 였다는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마지막 선택 관광을 선택하지 않은 죄로 김치찌개를 먹던 식당에서 우리는 스스로 알아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이번 여행은 일본 여행 경험이 두차례 있다는 남편과 영어영재원을 다니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을 거라 기대하는 첫째의 영어실력과 해외 여행에서 나름 강세를 보인 둘째의 체력과 대범함을 믿고 살짝 가벼운 마음으로 전일 자유여행을 택했다.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두 발로 곳곳이 돌아다니면 소소하고 깊은 일본 맛을 체험해볼 계획이다.
두 자매에게 이번 여행이 또 어떤 경험과 기억으로 남을까?
# 여행 후기
요즘 하늘 보셨어요? 하늘이 그림처럼 파랗습니다. 호들갑스런 말 대신 물끄러미 바라만보고 싶어지는 하늘입니다. 꼭 얼마 전 여행에서 본 일본 하늘 같습니다. 원래 일본은 미세먼지가 별로 없어 요즘 우리 하늘처럼 파란 날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일본 하늘에서 더위에 맞서 여행을 하고 돌아온 지 일주일이 조금 지났습니다.
여행 어땠냐구요?
여행은 항상 좋지요. 우연히 찾은 인적드문 치쿠린, 할머니와 손녀의 정겨운 대화(알아들을 수는 없지만)가 인상 깊었던 게이분샤이치조점, 도톤보리 그 혼잡함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 이끼노에 미술관에서 본 JAPAN BLUE.....지하철과 버스, 그리고 두 다리로 네가족이 오사카와 교토를 누비고 다닌 추억은 바래지 않고 오래도록 가슴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도 일본 '난카이대지진 주의'가 발령된 그 시기를 오롯이 견뎌낸 시간이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내 자신, 엄연히 말하자면 아직 초등학생인 두 딸을 위해 매 순간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유튜브에서 언뜻 본 최악의 상황들을 떠올릴 때면 아마도 내가 일본에서 살았더라면 심장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풍경들이 참 마음 아팠습니다. 태어났더니 일본이란 불안정한 지질구조를 가진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과 일상들이 뭉클해졌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장면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결코 그 나라 땅을, 그것도 거대지진 주의가 발령된 시기에 밟지 않았다면 느끼지 않았을 감정들.
매 순간을 겸허하게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리란 다짐을 거듭하며 한국 땅을 다시 밟았습니다. 일상에 돌아간 나는 쉬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가졌던 그 느낌들을 오래 간직하고 꺼내보고 싶습니다.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그러한 까닭에서 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공백을 다시금 무엇으로라도 채워야겠습니다. 글은 사람을 닮는 말이 아파서 쓰지 못했는데 못난 나라도 좀 꺼내어 놓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하늘이 너무 파랗고 예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