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망했다! 첫 이미지.
2020년, 불혹의 나이에 도달한 바로 그 해 생애 첫 집장만을 했다.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 끝에 영끌하여 계약을 했고, 다소 연식이 오래된 지라 4000만원 가량을 더 들여 인테리어까지 했다. 아이의 입학식은 3월, 입주는 일주일 정도는 늦게 정해져 며칠 간은 차로 10분 거리 이사 전 집에서 등하교를 해야해서 좀 힘들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기는 코로나가 창궐한 시기였다. 완전 초기인지라 다소 비싼 가격에 인테리어를 제 시간에 마무리 하고 난생 처음 이명을 앓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사도 완료했다. 입합식이 일주일 미루어지는 바람에 아이도 이사 후 등교를 할 수 있어 차라리 잘되었다고 얘기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시작된 등교 지연이 두달이 넘게 이어질 줄은, 아이는 첫 학교 입학 후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4월 20일 생일파티를 하면서 축하받고 싶어했다. 생일파티 이런 거 정말 안 좋아하지만 낯선 곳에서 새출발 할 아이를 위해 과감히 해 줄 생각이었다. 아이의 꿈은 무참히 깨졌고 아이는 울었다. 그래도 나름 집에서 전에 없이 화려한 파티를 준비했고, 아쉬운 마음에 파티하는 사진을 찍어 학교 소통방 사진첩에 올렸다.
아이가 만날 친구들을 생각하며 쓴 글과 함께.
"아이가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고 싶어해서 생일파티 사진 올려봅니다. 얼른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대략 스무명 남짓 학부모가 가입된 상태였지만 댓글은 담임 선생님만 달랑 달렸다. 아직은 얼굴도 한번도 보지 못한 수줍은 많은 학부모님이구나 생각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꼴불견일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 당시 엄마표 그림책 수업을 함께하는 친구 엄마들이 있었다. 어렵사리 몇달만에 만난 모임에서 한 엄마가 어떤 부모가 학부모 소통창구에 자신들이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에게 쓴 편지를 업로드하였더란 얘기를 꺼냈다. 자신들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열린 마음의 엄마들이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학부모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
아뿔싸! 누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 아시는 분 없나요? 내가 올린 글에 학부모들이 무플인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잘 꾸며진 식탁과 1학년 치고는 꽤 괜찮은 아이의 작품을 올린 뒤에 내 숨은 의도가 없질 않았다. 이걸 보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엄마들이 '어, 이 친구 괜찮네!'라는 마음을 갖고, 그런 뒤에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호감을 받는 효과를 이어지길 바라는 얼토당토 않은 야무진 꿈을 꾼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도록 학부모 모임에서 수많은 실수들을 저질렀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에 휴직까지 하고 시작한 엄마의 뒷바라지는 지금와 생각하니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다른 부모들도 아이들을 위한 과도한 사랑으로 오히려 아이의 건강하고 올바른 성장을 저해하는 실수를 저지르겠지? 아마도, 모두 부모가 처음이고 모든 부모가 현자가 아닌 까닭에 그러하리라 믿는다.
그리하여 이제 5학년, 3한년이 된 두 딸과 함께 자라는 어설픈 엄마의 흑역사를 이곳에 고해성사하고자 한다.
이런 부끄러운 흑역사를 낱낱이 파헤진 까닭은 나처럼 서툰 부모들에게 이런 위로와 응원을 건네고 싶은 이유다.
"그렇게까지 하지 말아요. 아이들은 웬만하면 자기가 스스로 학교에서 자리를 잡고 씩씩하게 나아갈 힘이 있어요. 지금도 잘 되진 않지만 우리 같이 믿어보아요. 이미 과도한 사랑으로 자칫 집에 돌아와 이불 킥할 실수를 저지른 부모님들, 그것도 괜찮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은 우리의 실수와 상관없이 자기 길을 가고 있으니깐요. 다시 떠올려보아요. 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역할은, 해결사나 조력자가 아니라 따뜻한 눈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빠, 엄마 일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