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정서랍 Feb 22. 2024

나는 억만장자다

단기간에 10억 버는 방법

제목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뻔한 스캠이라고 생각했는가? 아니면 단기간에 10억 원을 벌고 싶어서 클릭했는가? 기대하고 들어왔다면 미안하지만 이제부터 진실만을 말하고자 한다.



억만장자의 이야기, 사실일까? 정말?


모두가 밤낮으로 공부하고 일하며 꿈꾸는 야망의 종착지는 '성공'이다. 약 5천170만 명 중에서 으뜸가는 상류층은 누구나 꿈꾼다. 물론 성공하면 실보다 득이 많다. 아니, 어쩌면 잃는 것은 거의 없을지도.


하루가 다르게 매체가 발전하는 현대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구'를 이용한 성공포르노가 횡행하고 있다. 이 글의 제목처럼 자칭 '억만장자'라는 사람이 나와 '저를 따라하면 3개월 안에 10억을 벌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거짓말이다. 단기간에 10억을 벌 수 있는 파이를 어떤 바보가 남들과 나누려고 할까?자칭 억만장자가 노리는 것은 '쉽게 성공하고 싶어서 자신의 콘텐츠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당신'이다.


성공 포르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멀끔한 차림을 한 사람이 단호하게 얘기한다

그는 깔끔한 옷을 입고 매우 자신감에 차 있는 어조로 단호한 어휘만 사용한다. 특히 '무조건'과 '단기간'을 좋아한다.


2. 직업은 모호하게, 액수는 장황하게

예컨대 자신의 직업을 '재무설계사'라고 소개한 그는 재무설계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더불어 포트폴리오도 밝히지 않는다.) 자신이 쟁취한 액수는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주로 10억 이상이다.


3. 직장인은 멍청이다

그들은 정해진 월급으로 정해진 인생을 사는 직장인은 모두 멍청이라고 치부한다. 직장에서 시간과 건강을 버려가며 고작(?) 2~300만 원 벌 바에 자신의 말을 믿어보라는 식이다.


4. 수상하리만치 비싼 강의료, 책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 댓글란에 자신의 홈페이지 링크를 삽입한다. 홈페이지엔 미리 찍어 놓은 성공 강의가 즐비한데, 세 달에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구독권부터 한 영상목록당 몇 십만 원을 받는 단일시청권이 있다. 아예 자신의 계좌번호를 공개해 후원을 유도하는 이도 있다. 참고로 공무원에 합격할 때까지 모든 강의를 제공하는 수강권은 200만 원도 안된다.


책 장사 또한 그들의 수입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나는 어렸을 때 가난했지만 노력 하나로 이만큼 성공했다, 그 방법 중 일부가 여기 있다'고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참고문헌은 자신이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스토리고 대부분의 책이 천편일률적인 구성을 자랑한다.


5.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노리는 건 사람들의 간절함이다. 사람들이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수입은 배가 된다. 간절한 사람에게 건네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 도전해 보라'는 말은 지갑을 여는 방아쇠로 작용한다.


6. 업적을 내세운다 그리고 회사도

자신이 어느 기업의 대표라고 소개하지만 우리는 그 회사를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그냥 그 사람이 '직원은 100명 가량이고 연매출은 몇 억이다'라고 했으니 '오, 굉장한 사람이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권위의 원칙' 때문이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이 소개한 개념인데,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 교수 '론지 라구'의 대형 실험에 따르면 경찰복을 입은 실험참여자가 누군가에게 '지나가는 사람과 키스하라'고 하니 정말로 모르는 사람과 키스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거짓말이다. 론지 라구라는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거꾸로 읽으면 '구라지론.' 이처럼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 교수'라는 권함이 붙으니 사람들은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성공 장사를 하는 이들의 전략도 정확히 같다. '성공한 사람'이라는 권위를 믿게 하기 위해 '기업 대표', '직원 000명'등의 칭호를 스스로에게 붙이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은 회사재무재표를 찾아보고 그들이 하는 사업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것이다. 꽤나 우스꽝스럽게도, 보통 그런 회사들은 자칭 '사장'이 성공하는 법으로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 설립된 경우가 많다. 게다가 회사가 행하는 사업도 가짓수가 다양한데 대부분 성공법, 동기부여 강의 사업이다.


7. 상품화된 스토리

그들이 주로 판매하는 것은 간절함을 인질로 잡은 '극적 스토리'다. 대다수가 어렸을 때 가난했었고 가난이 싫어서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고 (이 과정에서 정말 죽을 뻔 했다면 효과는 극대화된다) 주장한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사실 중산층 부모님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성공하고 싶어서 일단 노력해 봤고 하루에 9시간은 꼭 잤다'고 말하면 아무도 사지 않을 테니까.


8. 온갖 이론을 집대성한 사이비 멘트와 장황한 메시지

'양자역학을 활용한 도파민 중독 고치기',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시사하는 돈의 속성' 같은 문장을 꽤나 애용하는데, 이는 '있어보이기 위함'이기도 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어려운 영상을 보는 자신이 똑똑하게 느껴진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 양자역학과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다루는 깊이도 매우 얕으며 심지어는 현대과학 이론과 부합하지 않는 헛소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그들이 담는 메시지는 대부분 장황한데, 한 번쯤 모두가 들어봤을 법한 말들을 애매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꾸준히만 하면 된다. 인류의 대다수는 꾸준히 하지 않아서 불운한 삶을 산다'고 말하는 식이다. 꾸준히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은 바보 취급하면서?


더이상 속을 순 없다. 성공포르노와 이를 이용한 스캠이 유튜브, 블로그 등 모든 매체를 파고 드는 작금의 현실에서 냉정한 사고와 결단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성공포르노에 왜 빠지는지, 그들이 갈취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진실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하나의 거짓을 파헤치려면 열가지의 진실이 필요하다.


자, 이제부터 사회를 멍들게 하는 '성공포르노'를 깨부숴 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