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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서랍 Mar 04. 2024

진실 셋. 인류의 바늘과 검, SNS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옛날옛적, 금슬 좋은 부부가 살았다. 부부는 동산 위에 지은 그림 같은 집에서 늘 꿈 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집 근처에서 철광맥이 발견됐다. 당시 철은 귀한 광석이었기에 부부는 이 철로 무엇을 할지 골똘히 고민했다.


남편은 철을 녹여 검을 만들었다. 날카롭고 튼튼한 철검이 완성되자 그는 장군이 되겠다며 전쟁에 자원했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전한 남편은 몇날 며칠이 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기다렸다. 몇 개월이 지났을까, 남편이 돌아왔다. 옷은 헤지고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검에 베인 곳은 피가 멎질 않았고 아내는 남편이 곧 죽으리란 것을 깨달았다.


아내는 곧장 철광석을 캐내고 날카롭게 갈아 바늘을 만들었다. 그 바늘로 남편의 상처를 꿰매고 옷을 기웠다. 이듬해 봄, 완치한 남편은 검을 버렸다.


이 일화는 같은 재료가 주어져도 사람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 삶에 깊숙히 녹아든 SNS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이전에도 SNS는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탄생하자 그 발전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매일 수만 개의 뉴스가 쏟아졌고, 수십 억의 사람이 서로 연결됐다. Fourth wave, 즉 4차산업혁명이 도래한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 기준 2021년 SNS 이용률은 83.5%에 육박했다. 


호모사피엔스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SNS의 탄생은 필연이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망, 언제 어디서든 서로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인류. 그러나 SNS는 양날을 가진 검이다. 적을 무찔러야 할 검이 어느새 우리의 목을 겨누고 있다.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탓에 좁은 땅에 인구가 몰린 한국은 참견이 심한 사회다. 20대라면 응당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취직을 해야 한다. 30대는 결혼을 해야 하고 40대는 차와 집이 있어야 한다. 나이에 걸맞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사회적 낙오자로 취급하며, 별난 길을 가는 별난 사람들은 괴짜로 불린다.


모든 참견은 비교에서 기인한다. 비교의 정도는 정보를 나누는 이들의 숫자에 비례한다. 인스타그램에 단칸방 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전망 좋은 한강뷰 테라스나 근사한 호텔방을 찍어 올린다. 처지에 맞지 않는 명품을 '플렉스'하며 비싼 전자기기들을 늘어놓은 사진을 올린다. 비싼 자동차 핸들을 쥔(손목엔 롤렉스 시계를 감고 있어야 한다) 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이같은 행태는 SNS 플랫폼 이용자가 많을수록 극대된다. 자신의 자랑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오로지 자랑하기 위한 상향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SNS에 비정상적인 자랑문화가 팽배한 원인으로 (한국사회로 좁혀 보자면) 낮은 자존감을 꼽을 수 있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자신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며 '남들이 보는 나'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가치를 부여할 수 없으니 타인의 눈을 빌린다. 타인의 눈을 빌려서 자신을 봐야 하니 보여지는 것에 열중한다.


자신만의 색채를 내보이고 남들과 연결되는 바늘로서의 SNS는 이제 남들과 같은 색채를 내보여서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검으로 변질됐다.


직장인 SNS 역시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곳이다. 밈으로 활용됐던 대기업사무직의 '이 정도면 답이 됐으려나?'라는 어록을 보라.


누군가를 설명할 때 사회적 성과가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제 직업이 사람을 대신 설명해주는 시대가 왔다. 언뜻보면 좋은 직업으로 높은 자존감을 가졌기에 내비치는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직업으로만 설명하고 남들도 직업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기형적으로 낮은 자존감을 지니고 있다.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언제 어디서나 접할 있는 SNS가 사람들의 가장 좋은 이면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비교 올려치기 문화는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SNS는 성공포르노 확산에도 일조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들 덕분에 사람들은 점점 불안함에 갇히게 됐다. 불안함은 판매자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심리적으로 약해진 곳을 집요하게 공격해 자신에게 투자하도록 만든다. "언제까지 직장 다니면서 노예처럼 살 건가?"라는 물음부터 "그 나이 되도록 가난하면 당신의 잘못이다"라는 말로 소비자를 끌어 당긴다.


사회적 연결망이라는 성질을 이용해 증인들을 내세워 간증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강연을 보고 몇 억을 벌어들였다는 사람을 불러세워 증언하는 콘텐츠도 있다.


이 이야기는 다음장인 '진실 넷. 서로에게 씌우는 차안대(경주마들이 앞만 보고 달리게끔 시야를 차단하는 장신구)'에서 이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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