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안대(遮眼帶), 경주마가 앞만 볼 수 있게끔 좌우시야를 차단하는 장신구다. 뒤나 옆에서 달려오는 다른 말을 보고 공포에 질리지 않게 하려는 용도에서 제작됐다. 그러나 차안대가 사람에게 적용되면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 씌우는 차안대는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사회는 유례 없이 빠른 발전을 이뤘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획일화된 목표의식을 강요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매년 장래희망을 묻고, 중학생 때는 향후 진로를 계획해서 고등학교를 택해야 한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바라보고 3년을 쏟아붓고, 대학교에 무사히 입학하면 졸업 후 어떤 일을 할지 골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만족할만한 직장(주로 부모가 만족해야 한다)을 찾지 못한다면 자신 또는 환경을 탓하기 시작한다. 차안대를 쓴 상태에선 길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할 수 조차 없기에 오로지 좁은 길목만이 자신의 진로라고 믿기 쉽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0대 청년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56%가 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은둔성향'과 '경제적 고립'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20대는 10대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 뛰어드는 시기이므로 어느정도 일리 있는 해석이다.
이 글에서 한국사회 행태를 차안대로 비유했지만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좌우를 과하게 살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를 다시 정의해보면, 인간이 서로에게 씌우는 차안대는 앞만 보게 하는 동시에 불안감을 조성해 좌우를 살필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장치다. 성공포르노는 바로 이 점을 노려 싹을 튼다. '성공'과 '위치'라는 단어를 과용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야 장사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