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유부터 알아봅시다!
'글'
현대인 대부분이 끔찍하고 지루한 매체라고 여깁니다. 그야 영상 매체가 주를 이루는 사회니까요. 영상은 스스로 묘사하지 않아도 되고 소리도 나오고 더 생생합니다. 반면 글을 읽으면 등장인물 모습부터 사건 전개까지 머리로 직접 묘사하고 엮어야 합니다. 그러니 정보를 빠르게 전해주는 영상 매체가 인기를 끌 수 밖에요.
그러나 글은 아직도 주류 매체로서 건재합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글만큼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펜과 종이 또는 스마트폰만 있어도 '누구나 어디서든 언제든지'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입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길을 가다가도 멈춰서 쓸 수 있는 거죠. 또한 글은 모든 컨텐츠의 원형입니다. 만화, 연극, 예능, 영화, 드라마를 비롯한 컨텐츠 모두 글에서 시작합니다. 대본과 각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훌륭한 컨텐츠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말과는 다르게 글에는 휘발성이 없고 왜곡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말은 녹음하지 않는 이상 그 장소에서 사라져버립니다. 말 그대로 휘발하는 거죠.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 한들, 기억이 얼마나 교활한지 모두가 잘 아실 겁니다. 모든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왜곡되기 마련이니까요. 말투, 표정, 제스처에 따라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가 오해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글은 그럴 위험이 적습니다. 어딘가에 게시하면 삭제하기 전까지 그 장소에 남습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짜깁기 하지 않는 이상 원형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왜곡된다 하더라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죠.
자, 그럼 글이 훌륭한 매체인 이유는 짧게 알아봤고, '왜 잘 써야 하는가'를 짚어봅시다.
첫째, 설득과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하는 데에 글쓰기만한 것이 없습니다. 지루하리만큼 자주 들어보셨을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여러분이 옆에 있는 친구를 설득해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처음에는 말로 생각을 전하겠죠. 그러나 말은 글에 비해 즉각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생각의 초안'입니다. 이는 이후 본격적인 글쓰기에 들어가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지만, 만고불변의 법칙 중 하나입니다. '모든 초안은 형편없다.' 퇴고라는 개념이 있는 이유죠. 말에는 퇴고가 없습니다. 뱉은 말을 수정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글은 가능하죠. 앉아서 몇 시간이고 생각한 다음 쓰고 나서 수정까지 가능하니까요. 말보다 훨씬 정제되고 강력한 주장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둘째,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데 탁월합니다. 글을 몇 번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글을 쓰다 보면 점점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니 초안-퇴고-수정본-퇴고를 계속 반복하는 거죠. 그렇게 점점 완벽한 글이 완성됩니다. 감정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단언컨대 대부분은 자신의 감정이 왜 요동치는지, 어디서 비롯된건지 제대로 알기 힘들어 하거든요. 글로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자기 내면 깊은 곳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정신의학과에서 우울ㆍ불안증 환자에게 '일기쓰기'를 괜히 처방하는 게 아닙니다.
셋째, 앞서 말했듯 '모든 컨텐츠의 원형'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이야기는 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시나리오 없이 만화를 그리고 촬영부터 들어갈 수 있을까요? (물론 인류 역사상 손에 꼽을 만큼 천재라면 가능할지도요.) 여러분이 훌륭한 예술가를 꿈꾸고 계신다면 우선 훌륭한 작가가 돼야 합니다.
글을 잘 쓰고픈 여러분! 이제부터 글쓰기의 A부터 Z까지 함께 살펴봅시다.
'잘 써야 하는 이유'를 알았으니 '어떻게 잘 쓰는가?'로 넘어가야겠죠? 글을 잘 쓰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관문이 있습니다.
모든 글쓰기의 시작은 '읽기'입니다. 남이 쓴 글을 읽어야 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음장은 '제2장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로 만나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