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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서랍 Dec 24. 2023

실전 글쓰기 입문 2.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글쓰기의 시작, 읽기.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왜 읽기부터 해야 하나요?'


글 종류에 따라 어떤 어조를 써야 하는지, 독자를 매료하는 문장은 어떻게 쓰는지, 어떤 어휘를 배치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독서의 알파이자 오메가, '사유의 확장' 때문입니다.


이는 이론을 암기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독밖엔 방법이 없습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저서 <논리철학논고>에서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다’라고 말했지요. 물론 이에 여러 해석이 있지만, 담백하게 읽읍시다.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습득할수록 세계는 확장됩니다. 확장한 세계를 글로 빚어낼 때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는 것이죠. (독서와 글쓰기는 그만큼 멋진 일입니다!)


그럼 어떤 글을 읽어야 할까요?


정답은 '모두 읽어라'입니다. '그럼 못 쓴 글도 읽어야 하나요?' 네, 맞습니다. 못 쓴 글도 읽어야 합니다. 반면교사 또는 타산지석이라고 합니다. 잘 쓴 글보다 못 쓴 글이 더 큰 도움을 줄 때가 많습니다.


자, 그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빠르게 알아봅시다.


1. 비판적 읽기

누가 무엇을 썼든 간에 모든 글을 비판적인 태도로 읽으세요. 단순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뜻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사유하며 읽으라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문장에, 모든 주장에 '왜?' 또는 '정말 사실일까?' 두 질문만 던지면 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외모지상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왜냐하면 외면보다 내면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맞는 문장이죠? 자, 비판적으로 읽어봅시다. (단순 예문일 뿐, 제 생각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외모지상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 왜? : 단순히 외면으로 평가하는 문화는 나쁘니까?


'외면보다 내면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 사실일까? : 우리는 외모가 뛰어나거나 외양이 깔끔한 사람에게 호감을 본능적으로 갖지 않던가?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로버트 치알디니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호감 원칙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건가?


두 번째 예문을 볼까요?


'님비는 집단 이기주의다. 왜냐하면 사익을 위해 공익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님비, 핌피는 이기주의'라고 배웠기 때문에, 역시나 맞는 문장처럼 보이죠? 그러나 여러분은 지금 비판적 읽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님비는 집단 이기주의다.' -> 왜? : 님비가 왜 집단 이기주의일까? 혐오시설이 단순히 땅값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일까?


'사익을 위해 공익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 사실일까? : 땅값 문제는 차치하고, 쓰레기매립지 건립 후 지역민의 건강이 악화하거나 토질이 저하돼 경작을 방해하는 일이 있지 않던가? 악취문제와 폐수배출 또한 지역 사회의 문제 아닌가? 과연 나는 우리 동네 혐오시설 건립에 찬성할 수 있을까?


감이 잡히시나요? 물 흐르듯 수긍만 하며 읽으면 완독은 할 수 있겠지만 반쪽짜리 독서입니다. 계속 생각하며 읽으세요.


2. 감상문 쓰기

우선, 인문학 저서를 읽고 있다면 챕터별로 정리하세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근거를 쓰고 그가 인용했던 통계나 자료를 뒤에 삽입하면 됩니다. 이를 통해 머릿속에서 내용을 재구성 하는 활동입니다. 문학을 읽고 있다면 에피소드 또는 전개양상에 따라 (본인이 정해도 됩니다.) 정리하세요. '주인공이 ~를 했다. 주변 인물이 ~하는 반응을 보였다.'로만 정리해도 됩니다.


독서 및 정리가 끝났다면 감상문을 씁니다. 감상문의 두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됩니다.

 1)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쓸 것.

 2) 책의 구절을 그대로 옮겨 적지 말 것.


책을 소개하는 글에 스포일러를 듬뿍 담는다고 생각하세요. 축약한 내용을 제시하고 느낀 바를 쓰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책에 나온 문장을 그대로 베껴쓰는 행위는 '절대' 하면 안됩니다. 자신의 문장으로 바꿔서 옮깁시다.


'감상문을 왜 써야 하나요?'


공부할 때 복습이 생명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감상문은 독서의 복습입니다. 앞서 말했던 '사유의 확장'에 크나큰 기여를 하죠. '똑똑한 독서'는 누군가의 글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바꾸고 자신의 생각을 덧댈 수 있을 때 이뤄집니다. 그러기 위해 감상문으로 되새김질을 하는 거죠! 글쓰기 연습도 되고요.


3. 필사(筆寫)하기

말 그대로 따라쓰기 입니다. 타이핑 말고, 손으로 직접 써야 효과가 좋습니다. 손도 아프고 지루하겠죠? 하지만 장담컨대, 그 어떤 방법보다 좋습니다.


필사는 일종의 '치트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자, 여러분이 피겨스케이트를 배운다고 생각해 봅시다. 단번에 김연아 선수처럼 뛰어오를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죠. 아주 오랜 기간 같은 동작을 수 천, 수 만번 연습해야 합니다. 몇 년이 지난 뒤에야 김연아 선수와 비슷한 몸짓을 낼 수 있겠죠?


빙판에서 연습 중인 김연아의 몸과 내 몸이 잠시 동기화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김연아가 하는 그대로 내 몸이 따라가면서 근육은 어떻게 쓰는지, 시선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쉽게 터득할 수 있겠죠.


그런데 말이 되지 않죠? 타인의 몸과 내 몸을 어떻게 동기화할까요?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 '필사'입니다. 작가가 이 글을 쓸 때 왜, 어떻게 썼는지 느낄 수 있죠. 눈으로 읽는 것과 글쓴이의 입장에서 한 번 써보는 건 천지차이고요. 길게는 몇 십년간 글을 써온 베테랑 작가와 동기화될 수 있다니! 아까 말씀드렸지요. 치트키라구요!


책이나 글을 통째로 베낄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챕터를 꼽으세요. 독서가 끝났을 때 꼽은 부분들만 필사하면 됩니다.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자, 여기까지 똑똑하게 읽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배울 텐데요. 대부분의 글에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기본 원칙'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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