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지켜도 글이 깔끔해져요!
대다수의 글에 통용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소위 '이것만 지켜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원칙들이니 메모해두셔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중, 고, 대학생, 직장인 글을 첨삭하면서 직접 작성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봅시다!
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입니다. 글을 쓸 때 계속 구어체를 쓰는데요. 물론 수필이나 칼럼 같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글에는 구어체가 허용됩니다. 빈도만 잘 조절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나 논설문, 기사 등 딱딱하고 형식적인 글을 쓸 때는 구어체를 최대한 지양해야 합니다. 글이 가벼워지고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신문을 펼쳤다고 가정해봅시다.
'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국민들은 안행복했다.'
어떠신가요? 어떤 학생은 예문을 읽자마자 탄식을 하기도 했죠.
'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안-' 표현만 뒤로 보냈을 뿐인데 훨씬 낫죠? 이처럼 적절치 못한 구어체는 글쓴이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글이 신빙성 없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지사죠. 또, 논설문을 읽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것이 진짜 우려된다.'
논설문이 아니라 일기처럼 느껴지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것이 대단히 우려된다.'
표현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문장이 주는 느낌 자체가 달라집니다.
대표적인 구어체는
~한테 ('~에게'로 바꿔씁니다.)
정말, 너무, 진짜 ('매우, 대단히, 과도한'으로 바꿔씁니다.)
~안했다 (대부분 '~하지 않았다'로 바꿔씁니다.)
~이랑/~하고 ('~와/~과'로 바꿔씁니다.)
좀 더 ('조금 더'로 바꿔쓰거나 아예 삭제합니다.)
~게 ('것이'의 줄임말입니다. 풀어쓰도록 합시다.)
등이 있습니다. 앞서 '어떻게 읽는가?'에서 '다독'이 답이라고 말씀드렸죠? 많이 읽을수록 구어체는 자연스레 쓰지 않게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이야!' 생각하실 겁니다. 쉽게 알려드릴게요. 글은 중학교 2학년 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끔 쓴다고 가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글은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가령, 가벼운 에세이나 칼럼을 쓰는데 한자어, 전문용어를 남발한다면 주 독자층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풀어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풀어쓰는 것이 좋습니다.
'문명의 이기를 사유할 때면 종종 기술이 편리로 말미암아 인간을 휘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가요? 제 기준 가장 끔찍한 문장입니다. 바꿔봅시다.
'현대기술을 떠올릴 때면 종종 기술의 편리함이 인간을 휘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쓰면 읽기가 쉽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때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요.
그렇다면 '어려운 단어는 적재적소에'는 어떤 경우에 적용될까요?
바로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글', '주 독자층이 전문가'인 경우입니다. 주로 논설문이 포함됩니다. 이런 경우 독자에 대한 배려는 어느 정도 배제해도 괜찮습니다.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 없이 한 단어로 함축되기에 전문용어를 써도 좋고요. 남발하지만 않으면 한자어는 훌륭한 재료가 됩니다.
무엇보다 글쓴이가 '유식해 보이는' 효과도 있죠. '글쓴이가 똑똑하다'는 느낌을 주는 글이 신뢰받을 수밖에요. 그렇다면 '어떤 문장에 어려운 단어를 써야 효과가 증대될까요?'
답은 '모른다'입니다. 이 세상엔 셀 수 없이 많은 글이 있고, 그만큼 경우의 수도 굉장히 많습니다. 일일이 모든 문장을 예시로 가져올 수가 없지요. 여기서 필요한 것이 '센스'입니다. 어떤 문장에 어떤 어휘를 써야 신뢰도를 올릴 수 있는지, 어떤 문장을 쉽게 써야 재미있을지 판단하는 '감각'이죠. 이 때문에 앞에서 '읽기' 먼저 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센스는 다독밖에 답이 없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이것 역시 빈번한 실수인데요. 글 좀 쓴다는 사람들도 많이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기억하세요. '꾸미는 말은 꾸며지는 단어 옆에 붙입니다.'
'민수는 매우 달리기가 빠르지만 이번 대회에선 우승하지 못했다.'
언뜻 보면 이상한 점이 없죠? 그러나 우리는 이제 배웠습니다. '꾸미는 말은 꾸며지는 단어 옆에!'
'매우'라는 수식어가 '달리기'를 꾸미나요? '달리기'가 '매우'일 수 있을까요? 없죠. '매우'는 '빠르지만'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러니 붙여서 다시 씁시다.
'민수는 달리기가 매우 빠르지만 이번 대회에선 우승하지 못했다.'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죠.
'섣부른 상대방에 대한 판단은 오해를 불러온다.'
감이 잡히시나요? '상대방'이 '섣부른' 걸까요? 아니죠. '판단'이 '섣부른' 것입니다. 물론 문법을 배운 분들은 '상대방에 대한 판단'이 하나의 명사로 묶여서 '섣부른'의 수식을 받는다, 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요.
'가독성' 때문에 수식을 주고 받는 단어끼리 붙여 쓰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히 위 문장 둘 다 뜻은 통하죠. 그러나 '뜻이 통하니까 예문처럼 써도 된다'는 생각은 틀렸습니다. 말의 높낮이를 멋대로 발성하는 연설가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사투리 얘기가 아닙니다!) 그가 하는 말의 의미는 알겠는데 듣기는 어색하고 때론 메세지가 왜곡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그 연설가는 얼마나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다들 싫증을 내고 떠나갈 것입니다. 글도 정확히 같습니다. 뜻만 통하는 문장들은 독자를 잡아둘 수가 없습니다.
자기소개서나 논설문 등을 쓸 때 자주 보이는 표현이죠?
나는, 저는, ~라고 생각한다, ~같다는 표현은 쓰지 않도록 합시다.
어차피 글은 '내가' 씁니다.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굳이 '나는 ~했다'라고 쓸 필요가 없습니다. 글 형식을 떠나서 최대한 쓰지 않도록 합시다. 다만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이전 문장에 다른 주어가 나왔고, 이제 '나'를 주어로 써야 한다면 씁니다. 쉽게 예를 들어 드릴게요.
'옆동네 김씨 아저씨는 소주를 좋아하셨다. 그가 싫었다.'
뒷문장이 다소 생뚱맞죠? 이럴 때는 '나는'을 넣어도 됩니다.
'옆동네 김씨 아저씨는 소주를 좋아하셨다. 나는 그가 싫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 그 와중에 밥을 먹었다.' ->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 그 와중에 나는 밥을 먹었다.'
어렵지 않죠? '나를 꼭 지칭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나는, 제가, 저는 등'을 '전부' 지워버리면 됩니다.
'생각한다, ~같다'도 전부 지웁시다. 어차피 내가 쓰는 모든 글은 '내 생각'이니 '생각한다'고 쓸 필요가 없지요. '~같다'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는 거죠. 자기 주장에 자신이 없는 글은 매력이 없습니다. 뭔가를 강하게 주장할 때는 융통성을 발휘하지 마세요. 최대한 자신 있게 독자를 설득하세요.
(그리고 '~인 것 같다'는 말할 때도 자주 쓰이는 표현인데요. 자제하도록 합시다!')
스티븐 킹은 그의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를 통해 '최종본 = 초고 - 10%'이라는 공식을 알려줍니다. 말 그대로 최종본은 초고 분량에서 10%를 삭제한 분량이라는 뜻이죠.
생텍쥐페리가 말했습니다. '완벽함은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성취된다.'
글을 처음 쓰는 사람들은 욕심이 지나쳐 글을 수정할 때마다 계속 살을 붙이고 구조를 바꾸길 반복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요. 단언컨대 글을 업으로 삼는 모든 사람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글은 뺄수록 완벽해진다.'
군더더기를 지우고, 필요 없는 문장을 삭제하고,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수식어를 전부 빼는 작업이 '퇴고'입니다. 문장이나 단락을 더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최대한 지우세요!
-10%도 부족합니다. 20%는 빼세요. 1,000자를 썼다면 800자로 줄이세요.
앞뒤맥락을 순접하는 '그래서', '그러므로' 등
맥락을 역접하는 '그러나', '하지만' 등
접속사는 최대한 지양하도록 합니다. 이 또한 가독성 때문인데요. 굳이 없어도 되는 문장엔 넣지 않아도 됩니다. 접속사는 단순히 문장과 문장, 맥락과 맥락의 부드러운 연결 또는 반전을 위해 쓰일 뿐, 남발하면 읽는 호흡이 자꾸 끊깁니다.
바로 앞에 나온 단어를 또 쓰는 행위는 자제합시다. 글의 질이 한순간에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걱정이 많지만 손님이 많아지고 수입이 많아지면 기분이 많이 좋아질 것이다.'
어떤가요? 문장 퀄리티를 떠나서 '많아지다'라는 표현이 계속 나오니 어색하죠? 이럴 땐 단어를 바꾸거나 아예 생략하는 편이 좋습니다.
'여전히 걱정이 많지만 손님과 수입이 많아지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문장이 길어지면 읽는 호흡도 늘어나 독자들로 하여금 피로감을 유발하고 흥미를 떨어트립니다.
-> 문장이 길면 읽는 호흡도 늘어납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피로감을 유발하고 흥미를 떨어트리죠.
자, 이렇게 기본 원칙 8가지를 알아봤는데요. 웬만한 글엔 전부 적용되는 원칙이니 꼭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다음부턴 글 종류별 쓰는 법을 알려드릴 텐데요. 기본 원칙보다 더욱 상세하고 심화한 법칙들이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2023년 한 해도 수고하셨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