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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게 걷기 Aug 23. 2020

당신은 산타할아버지를 믿나요?

나는 아직도 위로가 필요하다

  준수는 자기 집 거실에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고 했다. 그 트리에는 장식이 달려 있고 제일 꼭대기에는 커다란 양말이 걸려 있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양말에 손을 넣으면 선물이 들어 있다고 했다.

 " 양말을 걸어 놓는다고? 양말에 어떻게 선물이 들어가?"

 " 누나, 우리가 신고 있는 이런 양말이 아니야. 양말처럼 생겼지만 엄청 커다란 양말이야. 안에 장난감을 넣을 수도 있고 책도 넣을 수 있어"

 준수는 신이 나서 점점 더 목소리가 빨라졌다. 준수 집에 걸린 양말은 빨간색 양말이라고 했다. 게다가 그 집에는 아이가 둘이니 양말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다고 했다.


 크리스마스에 양말이라니. 그런 건 텔레비전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집에 커다란 나무를 가져다 놓고 그 나무 위에 구슬을 장식하고 게다가 양말까지 걸어 놓는 아이들이 있다니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나는 이상하게 준수에게 화가 났다.  

"너는 산타할아버지가 정말로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산타할아버지는 엄마, 아빠들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야. 그걸 믿다니. 너 아직 애기구나"

준수는 약이 오른 눈치였다.

" 아니야, 누나. 내가 갖고 싶다고 기도했던 걸 놓고 갔어. 나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거든.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있으니까 내 비밀을 알고 갖다 놓은 거야"


이 녀석의 아이다운 순진함에 화가 났다. 너는 모르는구나. 너무 눈치가 빤해서 어른들 마음을 빨리 읽어 버리는 슬픔 그런 거 모르는구나. 크리스마스는 그저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많이 볼 수 있는 특별한 날로만 알고 있는 내 앞에서 그런 양말이니 선물이니 비밀이니 얘기하는 게 얼마나 유치한지 모르는구나.


 나는 흥분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산타 할아버지는 다 엄마, 아빠가 거짓말로 만든 거야. 1년 동안 착하게 지내라고 거짓말로 선물도 주고 카드도 주고 그러는 거야.  그냥 어른들이 만들어 낸 거지. 나는 벌써부터 그런 걸 다 알았는데 아직도 그런 걸 믿는 애가 있는 줄 몰랐네. 내 주변 애들은 다들 알거든. 너는 어떻게 그런 걸 모르니?"


 결국 준수는 말이 없어지더니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나 보다. 나는 생각했다.

준수가 울먹이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이겼다. 그런데 이겼는데도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준수를 따라서 그만 울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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