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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게 걷기 Aug 24. 2020

물놀이의 기억

나는 아직도 위로가 필요하다

 그 날은 아침부터 평소와 달랐다. 엄마는 물놀이를 갈 거라고 했다. 장소는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냇가였다. 나는 소풍을 가면서 그 냇가 옆을 여러 차례 지나가 봤다. 그 냇가에서 노는 사람들도 봤다. 내가 그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게 될 거라고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엄마는 아침부터 마당에서 커다란 찜통에 닭을 삶았다. 이내 닭 익는 냄새가 났다.


  아빠는 오토바이를 꺼냈다. 아빠는 오토바이로 여러 번 우리를 실어 날랐다. 그 날 아빠는 얇은 체크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오토바이에 오르고 나서 아빠 허리를 붙잡는 게 너무 어색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빠 셔츠는 얇았고 아빠는 불편했다. 나는 냇가까지 가는 내내 내가 손을 놓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겁에 질려 있었다. 아마 나는 뒤로 심하게 날아가서 처박히고 머리를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빠 옷 귀퉁이를 어떻게든 웅켜잡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는 우리를 다 실어 나른 후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이었다. 나는 혹시 아빠가 우리들과 같이 물놀이를 하겠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막내는 3살이었다. 막내는 늘 악을 쓰듯 울었는데 그 날은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우리는 물을 퍼서 서로에게 퍼붓기도 하고 물에 얼굴을 담그고 물속을 구경하기도 했다. 물속에는 반들반들한 돌들이 있었다. 


 냇가 주변에는 나무가 없었다. 우리에게는 파라솔 같은 것도 없었다. 우리는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빛을 그대로 받으면서 뜨거운 닭죽을 먹었다. 궁둥이를 받치고 있는 돌들도 뜨거웠다.


 엄마는 우리에게 다슬기 잡는 법을 알려줬다.  물속으로 가만가만 걸어가서 돌을 살짝 들어보면 어김없이 다슬기들이 있었다. 우리는 누가 더 다슬기를 많이 잡는지 정신없이 고개를 물에 처박은 채 그렇게 물속을 헤맸다.


 해가 넘어가자 오토바이가 다시 왔다. 우리는 올 때처럼 오토바이를 나눠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는 마당에서 큰 통에 다슬기를 삶았다. 다슬기 삶는 냄새가 마당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삔침으로 다슬기를 빼서 먹었다. 요령 있게 삔침을 살살 돌리면 다슬기가 돌돌 말려서 쏙 나왔다. 다슬기는 짭조름하고 맛있었다.



  다슬기가 그렇게 맛있는데도 아빠는 다슬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빠는 다슬기를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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