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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게 걷기 Aug 20. 2020

우리 가족이 교실에 나란히 앉던 날

나에게 아이란 무엇인지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은 흐린 날이었다. 아이는 초록색 더플코트를 입고 다른 아이들과 줄을 맞춰 운동장에 서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 선생님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그녀 뒤로 아이들은 줄을 지어 교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인자하거나 따뜻해 보이지 않아서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어머니, 아이를 지도하는 게 너무 힘드네요. 아이 때문에 학급 분위기가 엉망입니다. "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짜증스러웠다. 선생님은 남편과 나에게 다음 날 수업을 참관하러 오라고 했다.


 남편과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일찍 학교로 갔다. 남편과 나의 책상은 교실 뒤에 있었다. 남편은 창에서 가까운 쪽에 앉고 나는 출입문 쪽에 앉았다. 아이는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웃지 않았고 나와 남편도 웃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이상한 상황에서 이상한 공간에 같이 앉아 있다는 게 어색했다. 우리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  


  선생님은 아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의미 없는 말을 던지거나 발표하겠다고 손을 들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식으로 수업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날 아이는 문제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 날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더 화가 난 얼굴이었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생님은 우리에게 보여 주려고 했던 무엇도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없었다. 선생님은 심술이 난 것 같은 표정을 하고 교실을 나가 버렸다.


나는 안도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아이에게 "왜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아이는 "선생님이 나를 미워해요. 그래서 선생님을 화나게 할 거예요"라고 했다. 나는 알 수 없었다.




그 날 남편과 나는 생각이 많았다. 우리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우리는 그때 어렸고 세상을 잘 몰랐다. 그리고 아이에 대해서도 역시 잘 몰랐다. 초록색 더플코트를 입고 교실에 앉아 뒤를 돌아보던 아이의 눈이 생각난다. 그 코트는 꽤 비싼 브랜드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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