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리게 걷기 Aug 26. 2020

후회는 아프다

나에게 아이란 무엇인지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를 전학시키던 날, 교실 밖에서 남편과 나는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아이는 창가 쪽에 앉아 있었다. 아이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간 후에도 아이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이는 어색함을 온몸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나는 전학을 가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아이의 감정이 어떤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교실문 밖에서 그저 아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이는 떨고 있는 작은 새처럼 보였다.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남편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우리는 똑같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곧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때 아이를 전학시키지 않았다면 지금과 달랐을까? 

 


 

아이가 템플스테이 가기로 한 날, 아이를 데려다 주기 위해 휴가를 내고 집으로 갔다. 옷가지와 간식을 챙겨서 나가려 할 때 아이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가기 싫어졌다는 게 이유의 전부였다. 그때 결정을 쉽게 번복하는 행동이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템플스테이 신청을 하고 입금을 하고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우편으로 받으면서 오랜동안 준비한 일이었다. 

 

 아이가 더 커서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냥 하기 싫어졌다는 건 이유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받아 주면 아이가 영영 책임감 없는 사람이 될까 두려웠다. 

 

 그때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 있던 아이를 때리지 않았다면 지금과 달랐을까?


 결정은 어렵고 후회는 너무나 아프다. 그때 내가 한 결정이 달랐다면 지금과 달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픈 희망이다.  내가 내린 결정이 좋은 결정이었는지 알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어떤 형태로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받는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