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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Apr 16. 2021

시가 머무는 곳

매듭


사진/ 인터넷 출처


매듭

서로 수줍게 만나 손을 잡았지
깍지 낀 손가락 사이마다에
굳혀진 약속은 꽃망울로 맺히고

그대 건네 준 빨간 장미에
자잘이 뿌려진 희디흰 안개꽃
이슬은 망울망울 맺혀서

흔들고 흔들려 물이 된 두 마음
핑크빛으로 물들다 꽃으로 피어나
세상이 다 붉게 물들던 날들
스치는 바람처럼 날아가버리고

울고 웃으며 넘나든 고갯길마다에
얽히고설킨 선과 선을 스치며
은실을 토해 그물을 짜는 거미
꽃들이 피고 지는 고향 언덕길에
통나무집 짓고 시린 마음 기대면

불어오는 산바람 얹혀가는 풋 내음
자잘이 모여드는 냉이꽃 꺾어


옭매어진 매듭을 자르고 풀면서
허위허위 흘러 간 무뎌진 시간은
묻뎌진 가위 날에 보풀이 일어나고
매듭 위 오르락이던 기나긴 세월은

앙금으로 앙금앙금 자라서
위장 속 옹기 되어 위벽을 갉아내네

실타래 엉켜 붙어 조였던 시간마저
낙조가 지는 저녁 훈풍에
실실 히 풀어 풀어 수놓는 실크 바람
올곧은 흐름은 굽은 길 에돌아
명실에 드리워진 운명의 꽃
정자 뒤편 칡넝쿨에 가쯘이 묶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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