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시차
달빛 한줄기를 머금으려고
설쳤던 밤이 자정을 건너고 있다
새벽 찬 이슬이 입술에 떨어져도
꽃망울은 달빛에 매달린 채
꽃을 피우려고 빛을 삼키고
흩어진 옷 섭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새벽시간 눈 뜨고 보면
잎새마다 함초롬히 이슬 머금고
영롱한 꽃잎으로 한 잎 두 잎 부풀린 몸은
간밤 꽃잎의 구애에 이끌려
밤 속을 뛰쳐나온 낮달이
반공중까지 달려 간 해를 쫓느라
창백한 얼굴마저 푸름에 묻힐 때
쏟아지는 빛을 한 아름 안고
황홀하게 반짝이던
꽃 잎을 다물고
오침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