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희선 Jul 07. 2021

시가 머무는 곳

함몰된 기억

함몰된 기억



그 소리는 가슴을 갉아먹는 소음이었다


바람에 섞여 오는 새의 울음소리가


허파에서 빠져나오는 실낱같은 한줄기


그리운 이를 부르다 끊어진 부름 소리




장기 속 벽에 부딪혀 닳고 닳아


빠져나오다 걸린 응어리의 부스럼이


창자에 박힌 멍울로


끝내는 또 다른 장기를 끊어내는 소리




출구를 찾지 못한 기억 속에


굳어진 언어를 해독하는 시간이


어두웠다 밝아지며


침전하는 기억의 잔해들의


억눌림을 비집고 나오는 한 마리 새




아련한 이름 석자를 찾아


샛별을 이고 나가도


달이 지는 다음 날 새벽까지도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되돌아가서는


안방을 쓸다 초점 잃고 흔들거리다




창문 틈서리로 기어드는


늦가을 억새의 슬픈 소야곡이


고요한 밤을 갉아먹는 시간이면


갈갈이 찢어진 가슴이


너덜너덜 흩어져도




안개 자욱한 갈림길


기억의 저편에 하얀 웃음이


방긋이 바람꽃으로 아른거리면


반짝이는 은발머리 날리며


비뚤비뚤 찾아가는


이방인의 슬픔이


낙서처럼 뒤따라 선다

작가의 이전글 시가 머무는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