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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Sep 07. 2021

단상

가을 장맛비의 계시

어제저녁부터 비는 줄곧 오고 있다. 올 가을 들어서며 비는 거의 매일 온다.  장마선이 가을로 밀려 자주 오는 비는 여러 가지로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왜?  무엇 때문에 장마선이 뒤로 밀려난 것일까?  이건 별로 좋은 징후는 아닐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변화로 어떤 조짐을 알려 주고 있다.


내리는 빗줄기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지상의 모든 물체들의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두드릴 때마다 울리는 소리는 아름다운 여운이 아니라 상처를 유발하는 아픔의 신음으로 세상을 일깨우는 소음과 같다. 이런 여름의 장대비를 연상케 하는 가을비의 소리는 결코 개운하지는 않다.


비는 때를 맞춰 잘 오면 복비가 된다.


봄,  만물이 소생해야 하는 봄이 되면 모든 식물들이 겨우내 강마른 몸을 부풀리려고 비를 기다린다.  조용히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는  말라버린 풀씨에게 단비가 된다.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즐거워하고 목말라 있던 앙상한 나무들이 가지와 예쁜 잎새들을 펼치며 반가워한다. 그래서 봄에 내리는 봄비는 희망의 싹을 틔워준 단비이고 복비다.


매미가 기승스럽게 우는 무더운 여름이면 꽃, 나무,  곡식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비를 기다린다. 바람 한점 없이 숨 막히는 여름이면 비나 왔으면 하는 바램을 향해 하늘이 하사하는 축복의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세상을 향해 쏟아지는 여름의 소낙비는 더위를 산산조각 내주는 통쾌하고도 시원한 기쁨을 안겨주는 복비다. 여름 장맛비도 너무 많거나 너무 길지만 않다면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나 산천초목에게도 더위를 가셔 주는 복비가 된다.


가을은 화창해야 한다.  지상의 만물들이 햇볕과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 가을이다.  바람은 화분을 나르는 자연의 매개체 작용도 하고 영글어가는 과일과 곡식들에게는 해님이 하사하는 볕이 둘도 없는 당분인 게다.  푸르고 청청한 하늘에 새틴 같이 가벼운 구름이 가볍게 떠다녀야 완벽한 가을 풍경인데 때 아닌 먹장구름이 하늘에도 우리의 마음에도 칙칙하게 드리워져 있으니 코로나로 인해 불안한 마음에 또 다른 걱정을 더해주는 게 이 가을 장맛비가 불청객처럼 반갑지가 않다.


지난밤에 내린 비의 물량이 만만치가 않은 모양으로 차들이 물을 치고 지나가는 소리가 마치 윙윙 불어대는 빗 바람소리 같다.  여름이면 시원했을 새벽이 제법 쌀쌀해져 마음이 춥다. 콕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불안함과 걱정으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져 시리고 아프다.

밖에서 때아닌 장맛비를 고스란히 받아 내고 있는 곡식들과 과수나무들, 그들을 쳐다보고 새끼 키우듯이 애지중지 하며 힘들게 일해 온 그들의 노고가 한낱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이다.  그로 인해   물가의 상승세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곤혹을 겪어야 할까?


눈앞에 당장 불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급해하지 않는 나태함 때문에 자연계는 무너지고 있다.


 당치도 않는 가을 장맛비에 안일하게 앉아서 걱정만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코로나도 일상처럼 늘 곁에 두고 불안하게 마스크를 쓰고 서로를 거리두기로 멀리해야 하는 세상에는 배달음식으로 배달용기가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자연계는  여러 가지 기괴한 현상으로 자기들이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되돌려 주고 있다. 자고로 인간은 스스로  만든 법을 어기면 그냥 인간의 세운 벌칙을 받게 될 때도 있고 관대함에 용케도 피할 때도 있다. 그런데 자연생태계의 법칙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  피할 수가 있을까? 모든 자연생태계가 파괴되어 무너지기 시작하면 원상태로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로 그 법칙을 어긴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된다고 한다.  가령 그 대가를 치를 상대가 우리가 아닐지라도 우리 아래 세대가 고스란히 치르게 되는 게 자연계의  법칙이다.  

가을 장맛비는 지금도 주절거리고 있다. 자연생태계가 입은 상처가 얼마나 아픈 것이지 일깨워 주듯이 밤새도록 내리고도 끝낼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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