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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Jan 23. 2022

시가 머무는 곳

벽속에 갇힌 꽃


햇빛이 낮동안 앉아 졸고 있던 곳

달과 별빛이 조용히 내려와 들여다봅니다


창은 마음을 닫고

커튼을 병풍처럼 두르고

벽만 어둠을 키우며

사면팔방 다가옵니다



몸속에서 갸웃거리다

눈으로 입귀로 살며시

그대 눈을 즐겁게 하던

꽃은 빛을 잃어갑니다



사면이 벽으로 쌓인 공간에

벽만 끝없이 자라

시간도  햇빛도 사라져

공기마저 소실된 공간에서

꽃은 시들시들 말라갑니다



불안이 마음 가득 쌓여

혼탁해진 그대  눈동자

창백한 화강암처럼 굳어져

벽이 되어 버린 마음



미소를 그려야 할까 생각해보다

붓을 찾아봅니다


펜 끝처럼 뾰족한 손톱이

다보며 끝을 오므리자

그만한 천연 붓이 또 어디 있을까요


장미를 닮은 색감을

흐르는 눈물에 반죽하여

밤낮없이 덧칠하면

꽃잎에 웃음이 번질까요



비바람에 균열된 틈서리로

바람과 공기가 비집고 들어서면

벽 사이 꽃씨의 부푼 희열이

따뜻한 등꽃으로 피어

바람의 코끝에 그  향기  얹혀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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