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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Mar 25. 2022

노란 집


 


 


 

피가 따뜻해지는 느낌

한줄기의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1)


 기차는 서서히 기차역에 도착했다. 작은 시내의 기차역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노란색 건물 쪽으로 걸어가는 여행객들 뒤를 따라 걸어가면서 윤희는 잊은 지 오래된 철로를 살짝 밟아 보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 한 조각이 철로 우에서 반짝인다. 참 많이도 밟고 다녔는데~그 수많은 발자국들은 굵고 무거운 기차 바퀴에 쓸려서 자리할 새 없이 사라져 버리고 눈부신 은빛 철로만 반짝이고 있다. 기차역의 집들은 거의 다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람들이 별로 없네요.”
 “그때는 제법 있었는데…”
 아들 준이가 따라오면서 툭 던지는 따분한 목소리다.
 한 낮인 데도 사람은 별로 없는 기차역 광장에서 잠깐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건물들이 있나 두리번거려본다.  그 시절보다 비어진 듯 스산하고 높이 치솟은 옆 건물 때문인지 더 작아진 기느낌이다.
 고향집으로 가는 길은 세 갈래로 뻗어 있다. 두 갈래는 다른 마을을 통하고 한 갈래는 철길 옆에 좁다랗게 생긴 오솔길이다. 마을을  통과하면 소란스러울 것 같아서 철길로 가기로 했다. 어쩌면 아직도 있을 것 같은 철길 옆의 작은 노란 집도 그대로 인지 궁금하다. 기억은 저편에서 가물거리는 그 작은 집을 준이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철길 량 옆으로 우거진 나무숲을 따라 걷노라니 옛일들이 새록새록 얼굴을 내민다.
 20년 만에 오게 된 고향에는 아는 얼굴이 없을 것이다. 아빠, 엄마가 없는 고향은 고향 같지가 않다던 형제자매들도 삶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친구들도 하나하나 철새처럼 떠나버린 고향, 아무도 없는 고향이라고 해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속 깊은 곳에 늘 웅크리고 있었나 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잊고 산 것 같았는데 정작 고향에 오니 여기저기서 추억들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할 일 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려본다. 누군가는 있을 것 같아서 둘러보고 싶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서 목을 여기저기로 기웃거려 본다.
 잔뼈를 키우며 자란 고향에는 울고 웃으며 보냈던 어린 시절로부터 소녀시절까지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묻혀 있다. 고향을 그리는 것은 어린 시절의 지난 추억들을 먹고사는 그런 일이다. 화사한 봄날 같은 예쁜 학창 시절도, 생의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던 이삼십 대 생사를 넘나들었던 파란만장한 그 잊을 수 없는 지난 이야기가 묻혀 있는 우리들 추억의 저장고 같은 것이다. 걸음은 더디지도 빠르지도 않게 추억과 함께 보폭을 맞추며 걷고 있었다.
  좁고 작은 돌멩이들로 가득한 기찻길을 따라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나뭇잎을 흐느적거리며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반짝이는 해 빛이 반들거리는 철로 위로 빛 한줄기를 긋고 저 멀리까지 달려가는 그 철로를 다시 한번 걷고 싶어 진다. 간들거리다가 엎어져서 무릎을 찧더라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그 아찔함을 맛보고 싶다는 충동으로 이 길을 택했던 것 같고 한참 가면 볼 수 있는 작은 노랑 집,  그 신비로왔던 그 집이 자꾸 생각이 난다.
 차길 옆에는 한 사람만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이 량 쪽으로 네 갈래 반짝이는 철로를 사이 두고 나 있다. 버드나무와 잡풀들이 우거진 그 아래로 5~6미터 정도의 그 닥 위험하지 않는 경사지 밑으로 내도 강도 아닌 흐르지 않는 습지 같은 고인 물은 엉켜진 잡풀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아도 퀴퀴한 냄새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존재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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