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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Nov 08. 2022

시가 머무는 곳

가을 전당


가을이 겨울로 건너가는 건넘 길에


노란 은행잎이 등불을 밝힌다


빨간 단풍


주단처럼 펼쳐진 전당에 서서


다가올 겨울에 가을 건네준다




담담하게 내려다보는 저 파아란 하늘은 말없이


파란 물감 짙게 풀어


빈 가슴을 가린 채


한송이 흰 구름도 안아 줄 수 없는


비워진 그 품에


뛰여 들고픈 욕망마저


고개를 숙이도록 청청하다




입동의 소식을 물고 온 바람의 손끝이 예리해지고


새틴처럼 가벼워진 잎새들이 산지사방에 흩어지면


다 내려놓은 듯 홀가분히 선


나목의 앙상한 가지는


가시가 되어 하늘을 찌르고


구멍 난 상처는


밤하늘 꽃으로 피여나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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