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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Nov 04. 2023

모르포나비

곧 출시될 소설중 문장


(진짜 무게감 있고 좋은 문장들로 짜여진 스토리거든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

* 비가 멎었다. 어스름이 물러가면서 온전한 아침이 왔다. 늪 수면 위로 물안개가 피여올랐다. 늪이 품고 있는 눈물중에서 가장 맑은 방울들만이 공기속에서 흐터지고 잘게 잘게 부서져서 가볍게 가볍게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듯 하였다. 늪은 고작 이렇게라도 눈물을 날숨처럼 보일듯말듯 그러나 아름답게 날릴수 있어서 다행이리라. 말라가면서 비틀려지고, 누렇게 탈색되여 가던 갈대밭이 비물이라는 물감이 올려져서 짙어지고 부풀려져서 늪은 더 중후한 무게에 눌리우는듯 하였다. 그녀가 접어서 들고있는 검정 우산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까만 구두위에. 갈대밭이 끝나가면서  둑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진 비탈진 경사면으로는 코스모스가 외로운 사슴처럼 목을 길게 빼들고 있었다.

* 여섯권의 일기장,  어떤 소녀의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섬뜩한 이야기에 홀려서 읽어내리면서 어데서 들어봤음직한 이야기였었다는 추론이 생기면서 그녀는 어떤 단서라도 알아내려고 소녀가 쓴,  환희라고 부르는 청년의 엄마로 된 여인의 일기를 또박또박 한글자 한글자 고심해서 읽었다.  희경이라고 부르는 소녀에 대한 분노와 그녀에게로 향한 질투, 방앗간집 소년에게 향한 연모의 정과 미움, 방앗간집 소년이 희경에게 선물한 나비머리핀은 소녀의 분노를 펄펄 끓게 하며 나중에는 희경의 오빠 초막의 담요 밑에서 획득한 또 하나의 나비머리핀으로 복수를 하는 소녀,  종당에는 희경의 오빠를 억울하게 강간범으로 몰아가는 소녀,  희경이라는 소녀에게 퍼부은 저주는 신통방통하게 주술적인 힘을 입어 희경네 가족의 오리부업은 망하고 희경의 엄마는 자살로 끝나면서 한 가족은 파멸한다.  

* 어창에 참치 한가득 싣고 상륙하여 하역을 할 때 말이지. 말 그대로 망망대해에서 물밖에 보이지 않다가 육지와 가까워지면서 섬 자체의 윤곽이 바닷물 위에 감도는 안개 속으로 나타날 때는 신기루를 보는 것만 같더라. 저게 뭐지? 저게 뭐지 하면서 눈을 부비부비했지. 어떤 슬픔이 몰려오는 거 있지. 딱히 뭐라고 할 수 없는 슬픔,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젖어드는 거 있지. 그러고 보니 우리는 슬픔의 작디작은 배들이 아닐가. 먹먹한 정적을 떠돌아다니는 작은 배들. 작은 배들의 슬픔은 그리움이었겠지. 슬픔은 슬픔대로 잠깐, 육지와의 8개월 만의 재회라는 설렘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어.

조원 작가님의 연작소설<<모르포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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