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곳 (시간은 시간 속으로)
시간은 시간 속으로
시간은 시간 속으로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보고 싶다는 그 말 얼마나 큰 위안으로 다가 갈지
아니 얼마나 무겁게
가슴을 누를지
그래서 그냥 서로 투명하기로 했다
일몰이 불게 타고 있을 때
일출을 꿈꾸는 해의 이글거리는 붉은 열망을
별이 빛나는 새벽에
이슬로 떨어지는 별똥별의 낙담을
그냥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다
홀연히 사라지듯이
별이 밤의 심층에서 깜 밖 깜 밖 졸다가 잠기 듯이
그냥 그렇게
중천에 뜬 해가
어느덧 저녁노을에
진붉은 옷자락을 날릴 때
문뜩 그런 날이 있었음을
타는 노을이 가슴에 뜨거운 것을 올리 밀 때도
그냥 그렇게 그리움은 멍울처럼 울다가 사그라드는
그냥 잠이나 자다가
눈물 없이 조용히 마른 울음 잘근잘근 씹다가 그렇게
잦아드는 것조차 힘든 시간이
가위로 눌리울 때
바람은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을까
그런 바람의 거처를 궁금해하다가
허우적거리는 손에 만져지는 허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조차
욕 될 것 같은 이 시간들을
잠재우며 잠재우며
이렇게 고요가 고요를 감싸는 날에는
그냥 시간이 시간을 건너가듯이 그렇게 시간에 잠겨
투명하게
아무도 모르게
어쩌면 처절하게 무너지는
몰락을 외면한 채
천 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또 다른 구원의 절규 속에서 찾는 평온한 아침을 그리며
시간은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