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강이 보이는 멋진 회의실에서 A사 Culture & People팀 (이하 C&P팀)과 만났습니다. '조직 Principles 전사 내재화 프로젝트'를 위한 실무진 미팅이었지요.
저는 이 미팅부터 합류했지만, 프로젝트에 대한 대표님과 C&P팀의 열정과 진정성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성원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질적 성장'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을 세세하게 인터뷰해 달라고 먼저 의뢰해 주실 정도였지요.
2. 프로젝트 이름명부터 다양한 Intervention 활동까지 폭넓게 이야기하던 중 Change Agent (조직문화 전파자) 이슈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Principles 문화 전파자를 선정하는 제도를 운영해 왔는데, 경영진에서 '그렇게 롤모델인 사람이 없다'라고 판단하여 없어졌다고 해요. '경영진의 기대와 구성원 마음의 간격이 크다'라는 Survey 결과 분석과도 이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럼 '문화 전파자'를 찾기보다 먼저 '이야기 제공자'를 찾아보자라고 제안드렸습니다. Principle 중 일부라도 잘 지키는 분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조직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공유하면 의미가 있다고 보였어요.
아주 좋다고 하시며 말씀하시더군요. "경영진이 생각하는 완벽한 사람은 여기 없을 거예요. 롤모델을 찾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구성원의 이야기를 찾고 공유하면, Principle을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고 경영진과 구성원 간의 거리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
3. 롤모델보다 스토리텔러가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팀에서도 그렇지요. B사 팀단위 워크숍의 '칭찬 타임'이 떠오릅니다. 꽤 시니컬한 팀들도 이 시간을 참 좋아했어요.
B사의 일하는 방식 10가지가 있습니다. 이를 모두 잘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내 앞에 있는 C책임님이 잘 지키는 일하는 방식과 사례를 생각하여 칭찬하게 했지요. 워크숍 후 만족도 조사에서 '상대방에게 아쉬운 점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긴 했어요. 즉 상대방을 칭찬하면서도 그 사람 전체적인 모습에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칭찬 타임 세션은 모든 워크숍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한 팀장님은 해당 세션이 끝나고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야"
상대방을 '롤모델'이 아니라 일부라도 일하는 방식의 '스토리텔러'로 바라보고 칭찬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요?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만의 멋진 이야기는 존재하지요. 이를 발견하고 공유할 때, 조직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4. 개인 차원에서는 어떨까요? 여러분은 롤모델이 있으세요? 저는 롤모델을 찾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닮고 싶은 사람이 없었어요. ^^; 제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선한 영향력을 준 사람들은 많았어요. 그 사람들의 (일부) 특성이 빛나는 이야기들을 만날 때였습니다. 선망했던 제 지인이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누가 나한테 롤모델이 있냐고 물어보면, 전 없다고 해요. 다만 A님께는 OO를, B님께는 OOO를, C님께는 OOOO를 배웠어요. 주위 사람들의 특정 강점을 배워서 나한테 적용했지요. 그러니까 그분들의 이야기가 모아져서 제가 된 거예요."
5. 살아보니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선한 스토리텔러는 되고 싶어요.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발견하려 노력합니다. 그분에 대한 전체적인 판단보다는 특정 이야기를 먼저 경청하는 게 좋더라고요.
세상에 선한 롤모델, 특히 '좋은 어른'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저는 이야기부터 쌓아두려고요. 소소하더라도 진실된 나만의 이야기. 누군가가 필요할 때 쓰임 받는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