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삶에 책갈피를 끼울 수 있다면, 하여 다시 읽어볼 수 있다면….
사람 목숨이 한없이 가벼워, 어찌나 허망하고 기가 막힌지, 생명의 가치,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미희는 더는 울 기력도 남지 않아, 남편의 웃는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영정사진 속 남편은 무엇이 그리도 편안하고 기쁜 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고 있었다. 앞에 놓인 흰 국화들은, 약하게 튼 에어컨 바람에 꽃잎이 미미하게 흔들렸고, 미희의 동공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맥없이 흔들리는….
중환자실에서 남편은 하루를 꼬박 버텨냈다. 제 몸도 잘 가누질 못하는 아픈 첫째는, 흐느끼는 자신이 쓰러지지 않게, 몸을 꼭 붙잡아 주었고, 막내인 둘째 아들은 조용히 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주의에도 아이처럼 소리내어 울어댔다. 연신 아빠, 일어나세요, 제발요, 했다. 미희는 아픈 허리를 붙잡고 간신히 서 있었다. 병실 침대의 차가운 쇠기둥에 손을 얹고서, 이를 악물었다. 혹시 내가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잠에서 깨어나면, 담배의 필터, 그 끄트머리를 깨문 남편이 장난스럽게 웃고 있지 않을까.
헤매도는 시선으로 영정사진을 더듬던 미희는, 부서진 문장을 간신히 꺼냈다.
“내가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빨리 돌아온다면서….”
미희는 입술을 비틀며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 눅눅했다. 아무도 그녀의 오열을 듣지 못했다. 바스라진 단어들이 엉겨붙어 겨우 하나의 문장이 되었던 탓이다. 파도가 밀려오듯, 눌러왔던 감정이 밀어닥친 미희는 상복이 온통 땀으로 젖을 만큼 큰 소리로 남편을 찾았다. 조문객을 비롯한 가족들이 그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미희는 영정사진에 시선이 붙박혀 있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목에는 힘줄이 돋았다. 억센 느낌 없이 그저 처연하기만 한. 거센 바람에 뽑혀나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땅을 움켜쥔 꽃의 뿌리와도 같은.
“우리, 우리 잘 살아보자면서…!”
조용히 허공만 응시하던 미희가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자, 구석에 앉아있던 여동생 셋이 달려와 양쪽 어깨에 매달렸다. 언니, 그러지마. 언니 하며 울부짖는데 미희는 달라붙은 동생들을 기어코 떼어내고 영정 사진 바로 앞에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맨 바닥을 연신 내리쳤다. 손이 이대로 으깨져 뭉그러져도 상관없다는 듯, 몇 번이고 주먹질을 해댔다. 남편을 데려간 하늘이 원망스럽고, 사고가 있기 전 대학원 공부가 어쩌고 했던 자신의 입이 밉살스러웠다. 미희는 손톱이 깨지는 줄도 모르고 바닥을 긁었다. 자신의 마음을 할퀴듯, 영혼에 생채기를 냈다.
“백합, 좋아하는 백합탕을 끓여주려고 했는데, 왜!”
미희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성이난 사람처럼 영정사진에대고 고함을 쏟아냈다. 두 눈은 눈물로 번들거렸다. 남편이 바로 앞에서 듣고 있기라도 한 듯, 미희는 삿대질을 했다. 손은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아 그 끝이 말려 있었다.
“왜!”
장례식장이 떠나갈 정도로 소리를 지른 미희는, 뜨겁게 삼킨 숨과 함께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세 명의 여동생이 재빨리 미희를 안아서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팔과 다리를 연신 주물렀다. 큰 소란에 조문객들은 입을 가리고서 말을 아꼈다.
“왜…. 왜 안 와. 왜애….”
미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멀리 앉아있던 둘째 아들이 다가와서 바닥에 누운 미희를 끌어안았다. 녀석은 흐느껴 울면서도, 결이 단단한 말투를 만들려 애썼다.
“엄마, 괜찮아요. 우리가 있어요.”
“내 남편, 불쌍해서 어떻게 해. 저렇게 가버리면 불쌍해서 어떡해.”
“엄마, 울지 마세요….”
미희는 한 손을 내려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의 눈물 방울이 미희의 뺨에 마구 쏟아졌다. 돌밭을 구르던 여린 마음이 빗물에 씻기듯, 영혼의 생채기에 박힌 흙 알갱이들이 하나 둘, 빠져나갔다. 미희는 둘째 아들의 머리를 세게 끌어안았다. 심장에서 더운 울음이 거슬러 올라와 목에 뜨겁게 걸렸다. 목의 통증을 느낀 미희는 더욱 세게 아들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사진 속 남편은 여전히 웃고만 있었다.
조문객들이 하나둘 귀가하는 새벽. 장례식장이 휑해져서 마음이 더 헛헛했다. 첫째 아들이 돌아가는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돌아오자, 미희는 입을 뗐다.
“네 아빠한테 돈 없으니까 대학원 공부하지 말라고 했는데….”
“말씀하신 게 후회 되세요?”
첫째 아들이 나지막히 물었다. 미희는 벽에 기대 앉은 채로 넋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네 아버지 떠날 때, 마음이라도 편하게 끔, 그런 말은 하지 말 걸.”
“엄마의 잘못이 아니예요. 제가 아픈 탓이에요.”
첫째 아들은 자신의 손 끝만 매만졌다. 파리한 안색의 녀석은 옆에서 잠든 둘째 아들과 달리 정신력으로 상주의 자릴 지키고 있었다. 녀석은 주머니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손을 넣어 바스락 만졌다. 미희는 약 봉투가 아닌가 싶어 물음표를 건냈다.
“아홉 시에 약 먹어야 하잖아, 챙겨 먹었니?”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마세요.”
첫째는 영정사진을 바라보다가 미희에게 시선을 옮겼다. 약간 풀어진 넥타이와 흐트러진 상복이 피로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땀 냄새가 나는 몸으로, 녀석은 마음을 조금 내비쳤다.
“항상 죄송해요, 건강하지를 못해서….”
“네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은 할 필요없어.”
“아버지의 대학원 공부 뿐만 아니라, 어머니께서도 전문적으로 사진을 공부하고 싶어 하셨었잖아요. 저만 아프지 않았더라도, 두 분 다 하고픈 일은 충분히 하셨을 거에요.”
“아냐.”
미희는 첫째 아들의 손을 마주잡았다. 첫째 아들은 부끄러운지 손을 빼내려다가, 미희의 눈을 보고 팔을 거두려던 것을 그만두었다. 남편을 닮은 걸까, 안색이 파리한 와중에도 아들의 손은 참 따뜻했다.
“네가 없었어도 삶에 지쳐 공부할 여유는 없었을거야.”
미희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여보, 우리의 삶이 어째서 이런 모습이 되어버린 걸까.
우리 두 사람 모두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미희는 아들의 손을 잡은 채, 영정사진 속 남편과 눈을 마주쳤다. 하얗고 고른 치아가 가지런해서 참 예뻐 보였다. 저렇게 활짝 웃는 모습을 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결혼식 때도 저렇게 웃었던 것 같은데….
장난끼가 많던 남자였다. 농담도 많고, 그렇게 웃음도 많았다. 욕심이라고 해야할까, 삶의 포부도 원대했던, 주머니는 비록 가벼웠어도 내적으로 가진 것이 많던 풍요로운 남자였다. 영혼이 꽉 여문 그와 함께하면 유한한 삶이 즐겁고 기쁠 것이라 여겼다.
좋았던 날들도 분명 있었다. 너무 행복해 역으로 불안하던 날들도 손으로 다 헤아리지 못 할 만큼. 하지만 중년에 들어서자, 일백년 삶의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을, 현실이라는 해일에 난파될 때마다 뼈에 저릴만큼 잘 알 수 있었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삶의 순간순간 허락되지 않은 기쁨들을 갈구하며, 갈증에 속이 끓었다. 곁에 선 인생의 동반자에게 애꿎은 화풀이를 한 적도 많았고, 해갈되지 않는 욕망에 발을 굴렀다.
지친 미희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첫째의 다리에 머릴 대고 누었다. 아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조심조심 쓰다듬어주었다. 미희는 눈을 감았다.
해외여행 한 번 제대로 가 본 적 없이 열심히 살았는데, 인생 그 뿐.
좋은 옷 걸친 적 없이, 비싼 음식도 멀리하며 살아왔는데, 인생 그 뿐.
놀라울만큼 명석하고, 어딜가나 빼어나게 훌륭해서 다들 그이더러 뭔가 한 자릴 해도 크게 할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미희는 마지막으로 남편이 입었던 피묻은 허름한 옷이 떠올라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상복을 갈아입기 전, 자신의 차림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아까운 사람….”
미희의 중얼거림에 첫째 아들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우리가 없었더라면, 두 분의 삶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말은 하지 말래도 ….”
미희는 천천히 눈을 떠서, 첫째 아들과 눈을 맞췄다.
“너희를 낳기 위해서 엄마와 아빠는 결혼을 했을지도 몰라. 소중한 너희 덕분에 그 날의 선택을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 다시 태어난대도 엄마는 아빠와 결혼해서 너희를 꼭 다시 만날거야.”
미희의 말에 아들은 옅게 미소지었다. 녀석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겨주며 작게 말을 이었다. 재밌는 상상을 하듯, 말에는 장난기가 어려있었다. 미희는 아들의 장난스런 얼굴에서 남편의 젊을 적 미소를 읽었다.
“그래도 만약, 엄마의 삶을 다시 한 번 더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이미 한번 살아본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엄마가 다른 선택을 한다면, 너희는 태어나지 못하게 될텐데….”
미희는 머리를 만져주는 아들 덕에 졸음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첫째 아들은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가족이잖아요.”
“그럴까….”
미희는 첫째 아들이 조용히 불러주는 자장가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꿈 속의 남편은 무엇이 그리 기쁜지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미희는 남편과 마주 앉아 수박을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삶의 갈증이 모두 가실만큼 달콤한 즙이 입 안 가득 머금어져, 목에 걸린 아픔, 그 불덩어리가 깨끗하게 녹아버렸다. 미희는 남편을 따라 웃었다. 오래 전 잊었던 행복이란 감각이 마음을 포근히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