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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Jul 01. 2024

중년에서 노년으로 바뀌면서 변하는 것들

캐나다에서 보낸 중년의 시간과 시작하는 노년의 삶


중년의 정의는 그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지지만 현대에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중년을 정의하는 범위가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40대를 중년으로 이야기해 왔지만 변화한 사회상을 반영하여 50대를 포함하며 정의를 바꾸었습니다.


학술적인 정의도 연구에 따라 다양한 연령대를 보여주는데 정신의학은 50세에서 60세까지 중년으로 포함시키지만 실제 연구 사례에선 35 - 60세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중년과 장년을 구분하여 중년은 40~49세, 장년은 50~64세로 나누며 65세 이상을 노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미는 어떨까요?


미국의 인구 조사는 중년을 35~44세와 45~54세 나이대로 나누어  분류하지만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 (Erik Erikson)은 40~64세를 중년으로 정의합니다. 반면 캐나다에서의 각 연령대별 표현용어는 아래와 같습니다.

0~5세 어린아이: Peewee (infant + toddler )
6~12세 아이: Child
13~17세 청소년: Youth
18~64세 성인: Adult
65 이상의 연장자: Senior

이미 60세를 넘어 중반을 눈앞에 두고 있어 스스로 노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캐나다에서는 아직까지 성인으로 불리니 마음의 위안(?)조금 됩니다.


그러나 신체적인 노화는 어쩔 수 없어 조금 힘든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동작이 왜 안 돼요?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아이들이 조언을 하지만  이상 꽃중년(?) 아니고 자기들 나이 먹은 만큼 아빠가 늙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국어잘하는 작은아이는 이런 저를 배려한다고 부르는 호칭이 '나이 든 사람'입니다.

얼마 전 까지도 시중에 떠도는 설이나 나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신체에 관한 여러 이론에 관심이 있어 직접   테스트를 해서 과연 결과가 나오는지를 확인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시도몸이 젊고 기능이 정상일 때 가능한 이야기여서 이젠 무리한 실험은 하지 않고 최대한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년층을 위한 식단 (출처: national council on aging)




중년을 보내고 이제 노년의 삶을 시작하며 변화한 것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신체변화
결혼할 때 77kg이었던 체중은 지금도 76kg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 이민준비를 위한 신체검사에서 181cm이었던 키는 얼마 전 검사에서 179.5cm로 나와 나이가 들며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0대 중반 과도한 음주와 무절제한 식사습관으로 90kg까지 치솟았던 체중은 무릎에 심각한 문제를 주어 다이어트를 통해 원상 복귀한 적도 있습니다. 몇 년 2주간의 다이어트만으로 체중 4kg를 줄인 적이 있었는데 이 과정으로 식이요법 없이 운동만으로는 제 몸의 감량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었습니다.


10여 년 전 왼쪽어깨 인대가 찢어져 골프를 그만두었고 3년 전 심한 발목부상으로 테니스도 접었습니다.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1주일 2~3회 하는 1시간 트레일 걷기, 실내에서 하는 스트레칭, 프랭크, 스쿼트뿐이어서 있던 근육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어깨인대 부상 때 함께 얻은,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 (Spinal Disk Herniation)으로 요통이 가끔 나타나고 중년 이후 남성들에게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전립선 비대증 (BPH)과 빈뇨증상이 있습니다.

2. 식생활
20년 넘게 하고 있는 간헐적 단식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식사 전까지 , 에스프레소 한두 잔을 마시고 점심은 집에서 만든  overnight oat와 토마토, 과일을 조금 먹습니다. 반면에 저녁식사는 잡곡밥, 육류, 생선, 야채 등 먹고 싶은 음식을 원하는 양만큼 먹는데 섭취량은 아무래도 50대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독립해서 이제는 집에 와이프와 둘만 있다 보니 점점 간단한 음식만 만들어 먹게 되고 외식은 전보다 덜 하게 됩니다.

3. 의생활
젊었을 때부터 내 몸 청바지를 멀리하게 되고 유행하는 스타일보다는 몸이 편한 옷을 찾게 됩니다. 새 옷을 구입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고 안 입는 옷은 여전히 쌓아두고 안 입게 되어 도네이션을 통해 은퇴를 위한 다운사이징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예전 스타일이라도 좋아하고 자주 입는 옷으로 깨끗하게 맞춰 입는 편인을 때 보다 조금 화려한 색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이 된 요즘 흰색이나 네이비블루의 긴팔 셔츠에 빨간색 또는 흰색 반바지를 맞춰 입고 셔츠와 같은 색의 로퍼, 그리고 페도라를 착용하고 다닙니다.

4. 직장생활
베이비붐 세대로 유치원부터 경쟁 속에서 자란 탓인지 치열한 경쟁상황에도 익숙해 왔습니다. '빠르고 정확하게'를 추구하는 한국식 사회생활의 틀맞춰진 어떤 부정적인 것들이 캐나다에서는 긍정적인 면으로 보이는 아이러니 한 상황도 있습니다.


이민 초기 직장에서의 빠른 업무처리가 장점처럼 보였지만 개인 업무 능력에 대한 인정보다는 단순히 일을 잘한다는 평가와 함께 업무량이 더 많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빠르게 일할 필요가 없다는 알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업무속도로 일주일 안에 끝낼 수 있는 프로젝트도 2~3주는 걸린다고 너스레를 떨며 천천히 처리합니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서는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를 더 조절하며


'노력을 아낍시다'
'Over work under pay'

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동료들과 우스갯소리를 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나이에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5. 주생활
현재 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와이프와 함께 은퇴하면 토론토 다운타운의 타운하우스나 콘도로 옮길 계획입니다. 주택은 노년이 되면서 직접 관리하는 일이 힘들어지고 매년 유지 보수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특히, 해외여행 때는 장기간 집이 비어있어 보안 또는 갑자기 발생한 문제 (누수, 화재 등)처리하기가 어려워 장점은 있지만 한국의 아파트와 같은 이곳의 콘도를 선호하게 됩니다.


모던한 Senior용 주거시설 (출처: Delia design)


반면 콘도의 경우, 공동주택이 가지는 여러 가지 편리함이 있지만 좁은 실내 공간과 인건비와 물가상승으로 매년 오르는 관리비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다운타운을 선호하또 다른 이유는 토론토 도심에 집중되어 있는 많은 종합병원들과 걸어서 갈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함도 있습니다.

6. 문화생활
예전에는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와 보고 싶은 영화관람을 위해 아이들과 극장에도 자주 갔었는데 팬더믹 이후로는 거의   좋아하는 미술작품을 보기 위해 가끔 전시회에 다녀옵니다. 특히 대형 스마트 TV를 구입한 이후 Netflix나 다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집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영화와 TV 시리즈를 포함해서 저의 위시리스트에 있는 'BBC's 100 Greatest Films of the 21st Century'를 틈틈이 보고 있는데 이미 50편 이상 감상한 것 같습니다.


한국이라면 이미 오래전 구조조정이나 명퇴를 했을 나이지만 캐나다에서는 아직 현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3시 30분 사이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저녁 식사 전까지 와이프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캐나다와 한국의 뉴스와 시사방송을 시청합니다. 날씨가 좋으면 식사 후 1시간 이내로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취침 전까지 각자 보고 싶은 방송, 영화, 스포츠 중계를 봅니다.


주말에는 집으로 오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거나 하루 또는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캐나다에서 여행을 다녀옵니다. 은퇴 후에는 와이프 또는 아이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30대 그렇게 자주 해외 여러 곳의 출장을 다녔었는데 각 나라 도시의 공항, 기차역, 레스토랑, 바와 호텔 외에 다른 곳에 대한 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은퇴 후 여행 때에는 그때는 가보지 못했거나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건강을 잘 유지해야겠지요.


얼마 전 근무 중 사무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 있는 지인의 소식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직장, 가정 그리고 자녀들까지 모든 것에 성공한 삶을 이루었지만 건강을 잃으며 지키지 못하게 된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제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와서 중년을 보내고 이제 노년이 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면서 돌아갈 다리를 없애버리고 뒤돌아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수구초심인지 나이가 수록 커지는 한국을 향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러나 한국에 남아있는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중년과 노년의 삶을 보내고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이곳에서 남아있는 인생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전면사진 (출처: retirement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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