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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Jul 16. 2024

캐나다에서 자동차 사고에 대처하는 자세

자동차 보험의 Deductible과 이 트랜스퍼 (E-Transfer)


캐나다에서 살면서 모두 3번 자동차 사고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뒤차가 들이받는 추돌사고였습니다. 그런 우연 때문인지 와이프는 제 운전 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의문을 갖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않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사고가 없었는데 6월 마지막 주 비가 오는 오후 퇴근 하던 중 오랜만(?)에 사고가 났습니다. 이번에도 공교롭게 뒤에서 받은 추돌사고였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운전습관을 점검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빗길을 주행하다 정지신호에 멈추었는데 갑자기 쿵하며 차 뒤쪽으로부터 충격이 전해지는데 안전벨트가 앞으로 쏠리는 몸을 막아 주었습니다.


일단 비상 경고등을 켜고 사고를 낸 뒤차로 가 보았습니다. 운전석 창문을 내려고 운전자를 확인하니 작은아이 나이 또래의 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였습니다. 몸을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면허증과 보험카드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손을 덜덜 떨면서 건네는데 서류를 살펴보니 아버지 소유의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 같습니다.

'사고가 처음이구나. 다친 사람이 없고 차만 손상이 있으니 괜찮다.'

비슷한 나이의 저의 작은아이도 운전하다 이런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고 현장과 손상된 부분을 사진으로 찍고 차를 도로에서 이동해 안전한 골목에 주차시키고 차량을 확인했습니다. 충격으로 범퍼가 약간 찌그러지고 흔들거립니다. 운전자에게 가서 몸은 이상이 없고 차는 고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다시 한번 그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리고 차는 점검해 보고 수리가 필요하면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차량 추돌사고 모습




캐나다에서 차량사고가 나면 운전자들이 서로 큰소리를 지르거나 멱살잡이로 싸우거나 하지 않습니다. 먼저 사고 정도를 확인하고 서로의 정보 교환이 끝나면 각자 Corrison Centre로 가서 경찰에게 사고 리포트를 합니다. 그 뒤 보험회사에 사고를 접수하면 서로의 보험회사에서 확인한 후 보험을 통해 사고 처리를 하게 됩니다. 가끔 대형 사고로 인명 피해가 있거나 서로 상대방의 과실이라고 우기는 경우 경찰에 연락해서 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단순한 접촉사고는 운전자끼리 서로 협의하여 처리합니다.


캐나다의 자동차보험은 한국보다 비싼 편인데 보험계약 시 차량의 수리 부분에 Deductible (공제금액)을 지정하게 됩니다. 이것은 보험으로 수리비용을 청구할 때 계약자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입니다. 사고로 인한 수리가 필요하면 보험회사에 비용을 청구하고 보험 회사는 계약 시 정해놓은 Deductible을 청구 금액에서 빼고 수리비용을 지불합니다. 또는 보험 회사에서 지정하는 수리업체에 맡기게 되면 보험회사는 Deductible을 제외한 수리 비용을 직접 지불하고 잔액은 피보험자인 자신이 부담해야 합니다.

보험에 가입 시 Deductible 금액을 정하게 되는데 높게 정하면 전체 보험 납입금을 줄일 수 있지만 사고 수리 때마다 공제액을 부담해야 합니다. 반대로 낮게 하면 수리비 청구 시  부담은 줄어들지만 보험 청구 기록에 따른 높은 보험 요율이 적용되어 다음번 계약에서 내야 할 보험 납입금이 많이 올라가게 됩니다.




딜러샵 지정 업체에서는 견적이 높게 나올 것 같아 소개받은 수리업체를 찾아가 점검을 받았는데 범퍼 교체비용으로 1,500불 정도 견적이 나왔습니다. 신호대기 추돌사고로 명백한 뒤차의 과실이고 가해쪽에서 수리비를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에 금액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가해 운전자는 구두로 한 견적이 아닌 수리업체가 발행한 견적서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사람을 못 믿나 싶어 기분이 상했지만 캐나다데이의 긴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이어서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주말연휴가 끝나도 답변이 없어 견적 금액을 못 받아들이면 그냥 보험으로 처리하겠다고 통보를 했습니다. 그러자 바로 개인비용으로 사고처리를 원하니 정식견적서를 보내달라고 다시 연락이 옵니다. 알려준 견적은 업체에서 점검한 후 받은 대략적인 금액이고 수리가 결정이 안된 상태에서는 업체에서 정확한 금액 견적서를 발행하기 어렵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수리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서


한편으로 생각하니 개인비용이건 보험이건 발행한 견적서 없이는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수리업체에 연락해 수리를 맡기기로 약속하고 정확한 금액의 견적서를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수리업체에서 견적서를 만들어 보내주었고 이것을 사고 운전자에게 바로 보내주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자의 아버지인 차량 소유자에게 직접 통화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퇴근 후 저녁에 통화하기로 약속하고 무슨 이유로 직접 통화를 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깎아달라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잘 아는 업체에서 수리하자고 하는 걸까?


밤 시간 직접 전화연결이 되었습니다.


'애가 어리고 처음 사고인데 잘 처리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수리비를 어떻게 보낼까 해서 전화했습니다.'
'이 트랜스퍼가 좋습니다.'
'제가 나이가 많아서 이 트랜스퍼는  사용을 하지 않는데 어떡하죠?'

이 트랜스퍼 (E-Transfer) 범죄 수익금(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법 [Proceeds of Crime (Money Laundering) and Terrorist Financing Act]에 따라 타행 간 송금이 안되고 입출금액 한도가 철저히 제한되는 캐나다에서는 E-Transfer를 사용하면 국내에서 개인 또는 사업체에게 송금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이메일 주소 또는 유효한 캐나다 휴대폰 번호, 시스템에 포함되어 있는 캐나다 금융 기관의 합법적인 은행 계좌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다른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이 트랜스퍼에도 해킹 험이나 서버 충돌 또는 네트워크 문제로 인해 트랜스액션이 지연되거나 처리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사용하는 이 트랜스퍼 (출처: Google)


'그렇다면 체크로 보내주세요.'
'체크를 우편이나 사람을 통해 보내면 혹시 분실되거나 받았다는 확인도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럼 어떤 방법을 원하세요? 저를 못 믿겠으면 나중에 수리업체에 직접 보내셔도 됩니다.'
'그런 뜻이 아니고...'

이야기는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이 트랜스퍼 낫겠네요'
'네. 그럼 보낼 이메일을 알려주세요.'

이메일을 알려주자 바로 제 이 맞는지 답장을 해달라는 메일이 들어옵니다. 받았고 본인이라고 답신을 보내니 조금 후 이 트랜스퍼로 계좌에 금액이 입금되었다는 메일이 옵니다. 은행계좌에서 금액을 확인하니 1,600불이 입금되어 있어서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견적금액보다 많이 들어와 차액은 보내겠습니다.'

그랬더니 괜찮다고 답신이 왔습니다. 그렇게 1주일 만에 차량수리에 대한 비용처리는 끝이 났지만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차량 주인이며 사고 운전자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이메일 주소가 회사 도메인으로 되어있어 이름과 회사명으로 찾아보니 다운타운에 위치한 캐피털 금융회사의 세금 관련부서 이사 (Taxation Director)였습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은퇴하지 않았고 아직 현직에 있는, 더구나 금융 그것도 세금에 관련한 전문가가 이 트랜스퍼로 송금하는 것에 대하여 왜 그렇게 불편하게 생각했을까요. 다시 연락해 물어볼 수도 없고 여전히 찜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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