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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Jun 10. 2024

고장난 쿠쿠 압력밥솥 직접 고쳐 보았습니다

분해해서 발견한 솔레노이드 밸브의 문제와 수리방법


수입 농산물, 특히 곡물류에 대한 제한이 많았던 한국과는 달리 다양한 종류의 류를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어 캐나다에 와서는 여러 가지 잡곡밥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잡곡류는 미리 조리해서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일반 취사로는 조리가 완전하지 않아 한국에서도 보지 않았던 쿠쿠 압력밥솥을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압력밥솥 내부의 상태가 고압이 되면 물의 끓는 온도가 100도보다 높아져 재료가 고온에서 조리되므로 밥에 더욱 좋은 식감과 맛을 주게 됩니다. (반대로 산에 올라가 밥을 하면 낮아진 기압에 물의 끓는점이 낮아져 쌀이 완전히 익지 않아 밥이 설게 됩니다). 이런 압력밥솥의 편리함과 높은 인기 덕분에 미국으로 수출되고 캐나다까지 진출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주방 가전제품이 되었습니다.


처음 구입해서 15년 넘게 잘  고장난 쿠쿠 압력밥솥 대신 2018년에 새로  밥솥얼마 전부터 갑자기 밥의 찰기가 없어지고 보온을 해도 밥이 금방 딱딱해지며 색이 변하는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뚜껑 부분에 있는 패킹이 오래되어 밥솥의 실링이 안 되나 싶어 새것으로 바꾸어 봤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취사과정을 자세히 관찰하던 중 끓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내부의 증기가 밥솥 밖으로 모두 빠져나가것을 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취사가 끝나면 음성 멘트와 함께 자동증기 배출구로 빠지던 증기가 전혀 없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문제가 된 자동증기 배출구 (3개의 구멍난 부분)


시작 버튼과 함께 모든 과정이 잘 작동되고 있어 전기적인 문제나 프로그램 이상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끓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내부압력과 증기가 빠져나가막아주는 밥솥 뚜껑에 있는 밸브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가전제품 AS의 천국인 한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캐나다의 수리비는 많이 비싸고 막상 수리해도 다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박싱데이 세일기간에 150불을 주고 구입일제 DVD플레이어가 고장 나 수리를 요청했더니 견적이 100불로 나와 포기하고 버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병(?)인 귀차니즘으로 고장 난 밥솥 수리를 맡길지 아니면 새 제품을 구입할지 한동안 고민하다 결국 직접 고쳐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모델별 분해와 수리에 관한 동영상을 몇 편 감상(?)하고 난 전반적인 압력밥솥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고치다 완전히 망가져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서로 원망하지 않기로 와이프의 약속을 받은 후 분해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동영상이 밥솥뚜껑을 닫는 과정이 빈번하기 때문에 몸체로부터 연결되는 전선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끊어진 선을 찾아내 다시 연결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분해해서 뚜껑 커버를 열어보니 전기선들은 이상이 없었고 동영상에서는 거의 언급이 안되었던 증기를 자동 배출하는 솔레노이드 밸브 (Solenoid Valve) 발견하였습니다. 취사가 시작되면 이 밸브는 자동으로 닫히고 끝나면 증기를 배출하기 위해 열리는데 시작할 때  닫히지 않아 끓기 시작하며 생기는 내부의 압력과 증기가 밖으로 빠지는 문제가 고장의 원인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밸브의 상태와 작동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분리하고 테스터로 체크해 보니 전기적인 이상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밸브를 자동으로 열고 닫는 중앙에 위치한 둥근 부분이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뚜껑 안의 자동증기 배출구(검은 튜브)와 솔레노이드 밸브


 문제가 원인이 맞는지 아니면 그 외에 다른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엔지니어인 회사 동료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새 밸브로 교체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품 및 부품판매와 수리를 하는 대리점에 연락해 솔레노이드 밸브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문의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리점에서는 '소비자가 그 부품이 왜 필요하냐', '여기서는 구할 수 없고 판매하지 않는다', '수리가 필요하면 고장 난 밥솥을 가지고 오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대리점과 부품구입에 대한 문의를 하면서 원인으로 생각한 문제에 대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역시 솔레노이드 밸브가 문제였구나!'


인터넷을 찾아보니 Aliexpress에서 쿠쿠 압력밥솥용 솔레노이드 밸브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부품의 전기사양이 다른 것 같아서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회사 동료에게 밸브를 보여주자 그도 역시 테스터로 체크해 보고 밸브의 가운데 둥근 부분을 계속 눌러주고 고압 스팀으로 밸브관을 불어줍니다.


'이물질이 끼어있어 작동이 됐다 안 됐다 하는 것 같은데 블로어로 불어서 깨끗이 제거하면 작동할 거야'




집으로 가지고 와서 다시 꼼꼼히 청소를 하고 테스트를 해보니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밥솥의 취사량을 최대(6인분)로 하면서 끓어오른 밥물이나 다른 요리에 사용할 때 넘친 음식물이 안쪽의 밸브연결 구멍으로 들어가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져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Aliexpress에서 판매하는 압력밥솥용 솔레노이드 밸브


청소를 마친 솔레노이드 밸브를 다시 원위치하고 분해한 역순으로 밥솥을 조립해서 잡곡밥으로 시험 취사를 해보았습니다. 취사버튼을 누르자 조금 뒤 밸브가 닫히는 작은 소리가 들리고 증기가 빠지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과정으로 증기배출이 정상적으로 되고 맛있는 잡곡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와이프가 놀라며 물어봅니다.


'어떻게 고쳤어? 혹시 했는데 당신 공대출신 맞네.'


분해과정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동영상을 보고 천천히 순서를 따라가면서 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솔레노이드 밸브가 막히지 않고 밥솥이 잘 작동되기 위해서 사용  몇 가지 사항을 잘 지켜야 할 것 같았습니다.


첫째, 최대용량으로 취사를 하지 말 것. (최대 6인분 용량이라면 3~5인분 정도만)
둘째, 밥과 죽 이외에 되도록 가능한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 것 (와이프가 오븐 대신 밥솥으로 대용량 치즈케이크 만들다 뚜껑 안쪽으로 넘친 적이  번 있었습니다.)


이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살고 있는 모든 한국인의 가정에서 볼 수 있게 된 전기 압력밥솥, 깨끗하게 잘 사용하여 항상 맛있는 밥을 드실 수 있기 바랍니다.


전면사진 (출처: bloomingdal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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