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올 때 와이프, 9살인 큰 아이 그리고 저 이렇게 세명이었던 가족이 몇 년뒤 작은 아이가 캐나다에서 태어나며 1명이 늘어 4명이 되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임신으로 처음에는 기쁨과 놀라움으로 먼저 다가왔지만 곧 노산으로 인한 와이프와 태아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이를 덮어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와이프를 맡게 된 담당 산부인과 의사와 가정의는 노산으로 우려되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할 것을 추천했는데 그중에는 다운 증후군 (down syndrome) 테스트도 있었습니다.
통계적으로 노산의 경우 발생 확률이 더 높다고 되어있어 테스트를 꼭 해보기를 권했지만 위험도가 무척 높은 테스트여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산모의 복부에 바늘과 같이 생긴 기구를 주입하여 태아의 체액을 채취해 다운 증후군을 발현하는 염색체를 검사하는 테스트였는데 산모의 복부에 기구를 주입하는 과정과 태아에게 어떤 손상을 주지 않고 정확한 부위에서 체액을 채취하는 과정에 위험성이 좀 높았습니다.
건강한 태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렇게 위험하고, 혹시라도 잘못될 경우 아이에게 평생 장애가 될 수 있는 후유증을 줄 수도 있는 테스트를 과연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와이프와 고민에 고민을 하였습니다. 결국은 건강하게 태어나든 아니면 다운 증후군이나 다른 장애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든 이 모든 것은 우리 부부에게 주신 귀한 생명이기에 감사함을 가지고 받아들이기로 하고 테스트를 하지 않고 낳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노산으로 인한 이유였는지 아니면 와이프 본인의 체질적인 문제였는지 뱃속의 태아와 함께 혹(Uterine Fibroids)이 생겼는데 이 혹도 태아와 같이 자라는 상태가 되어 이로 인한 조산 증상으로 7개월째부터는 여러 번의 응급상태가 발생하여 병원으로 실려가는 등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운전이 힘들어져 지하철을 혼자 타고 가다 쓰러져서 위험했는데 주위의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응급구조를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힘들고 위험한 과정을 모두 이겨내고 마침내 예정일에 맞추어 건강하게 둘째 아이를 낳는 기쁨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임신 기간 중 3번의 응급실로 실려가는 상황과 출산일을 함께 겪으며 직접 보고 느낀 점은 캐나다에서는 사람의 생명을 정말 귀하게 여긴다는 점이고 특히 신생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의료진의 노력과 정성은 정말 감동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작은 아이를 낳은 토론토 다운타운 종합병원 산부인과의 경우 별도의 진통실, 분만실이 따로 없고 수속과 함께 바로 1인실(샤워실, 화장실과 보호자용 침대도 함께 있는 제법 큰)로 입원시키고산모의 이동 없이 그 입원실로담당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동하여 그곳에서 직접 분만까지 하도록되어있었습니다.
보호자인 저도 입원실에 함께 있으며 와이프를 독려하고 아이의 출산을 직접 지켜보았고 한국에서 낳은 큰 아이 때에는 경험하지 못한 탯줄을 직접 자르는 감동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와이프의 경우 진통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심해서 무통분만 주사를 요청했으나 미리 예약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분만 당일에 시행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해주고 경험 많은 조산원을 추가로 의료팀 참여시켜 자연분만으로 끝까지 잘 마칠 수 있도록 한 점이었습니다.
캐나다 병원의 입원실 (출처: Google)
모든 장비는 필요시 바로 입원실로 들여오고 분만 담당 의사와 간호사가 수시로 체크하며 필요한 조치를 하는 시스템입니다. 한국에서는 분만 후 퇴원과 함께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일정기간아이와 산모의 몸을 회복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캐나다는 한국과 다르게 분만 후 이틀 밤을 보내고 바로 병원에서 퇴원합니다. 아무래도 동양인과 서양인의 체질과 몸의 회복 속도가 다르다 보니 이점에서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와이프도 분만 직후 며칠 동안 많이 힘들어했는데 같은 날 분만한 백인 산모들은 부축을 받고 이미 걷기 시작하며 샤워도 하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병원에서의 너무 짧았던 회복기간과 제공하는 식사(특히 아침식사)가 머핀과 우유, 찬 주스 등 서양식이라서 전혀 입에 대지 못하고 집에서 준비해온 미역국과 죽으로만 겨우 먹을 수 있었던 점들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몇 번의 응급상황에서의 입원과 퇴원, 출산 입원 후 퇴원 수속을 하면서 지불하는 병원비가 전혀 없어서 병원에서 나올 때마다 뒤통수가 좀 따가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내가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으며 이 세금이 모여 저와 함께 이곳에 함께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복지, 교육 및 생활에 필요한 모든 곳에 사용된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나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이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글을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