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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Nov 08. 2022

캐나다에서도 한국과 같이 의료보험료를 낼까요?

한국과 비교되는 캐나다 의료시스템의 허와 실


기본적으로 캐나다의 모든 의료서비스(치과와 몇 가지 특별한 검사를 제외한)는 무료입니다. 그럼 캐나다에서도 한국과 같이 의료보험료를 낼까요?  내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온타리오주에서는 건강보험료(Ontario Health Premium)라는 이름으로 2004년부터 부과되어 매년 주세 (Provincial Tax)에 포함해서 내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소득세(Income Tax)는 크게 연방세(Federal Tax)와 주세(Provincial Tax)로 나뉘어 있는데 과세소득(Taxable Income)따라 매년 4월 말까지 하는 소득세 신고(Income Tax Report) 기간 중에 납부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온타리오주의 경우 주세 부분 중 과세소득에 따라 0불부터 최고 900불까지 건강보험료가 정해져 있습니다.


과세소득에 따라 차등 지불하는 Ontario Health Premium 금액


20년 넘게 살면서 겪어  저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늘 부족한 예산과 의료인원으로 운용하다 보니 서비스는 갈수록 열악해지고 치료보다는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막고 발병을 최대한 줄이는 예방 의학 쪽으로 더 집중하는 정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캐나다에 온 지 몇 년 안 된 크리스마스 연휴기간 중 스키장에서 충돌사고가 일어나 상대방의 스키무릎이 찍혀 정강이 앞쪽이 크게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캐나다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부터 박싱데이 (Boxing Day)인 26일까지 연휴인 까닭에 스키장 의무실엔 당연히 의사, 간호사들이 없었고 간호조무사 (Licensed Practical Nurse) 한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해 준 치료는 압박붕대로 한 지혈, 얼음팩의 응급조치와 빨리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보라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도착한 종합병원 응급실은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댔고 번호표를 받고 접수한 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옆자리에 보호자와 앉아 있는 학생으로 보이는 환자는 무슨 사고를 당했는지 한쪽 귀가 거의 떨어져 나간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고 저보다 더 심하게 부상당하고 아픈 사람들도 많았지만 누구 한 사람 먼저 치료해 달라는 요구 없이 모두 조용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4시간을 기다린 끝에 응급실 레지던트를 만나 사고 경위를 설명하자 바로 봉합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그를 기다리며 또 30분을 보냈습니다. 돌아오자마자 어설프게 마취 주사를 놔주고 나간 후 1분도 안돼 다시 들어온 그는 다른 응급 환자들의 체크가 많이 밀렸는지 마취가 채 되지도 않은 상처부위를 서툰 솜씨로 15 바늘을 꿰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봐초짜인 그의 솜씨에 답답해서 중간에 물었습니다


나: "혹시 스테이플러 봉합기가 있으면 그걸로 몇 번 찍어서 해줄 수 없을까?"

레지던트: "... 그건 응급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데"


마취가 안돼서 봉합실이 살과 피부를 통과하는 느낌과 통증이 그대로 머리끝에 전해져 왔지만 이를 물고 참아냈습니다. 끝나고 봉합한 부위를 보던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내가 꿰매어도 이보다는 훨씬 이쁘게 잘하겠네'. 제가 봐도 거의 엉망으로 꿰매 놓았습니다. 파상풍 주사를 한 대 맞고 병원을 나서며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아프거나 사고로 응급실에는 오지 말아야지.


그런 아픈 흑역사가 있었던 응급실을 올해 2월에 다시 가게 되는 불상사(?)벌어졌습니다. 어리석게도 파인 땅에게  얼음을 발로 깨려다 충격이 그대로 발로 옮겨와 통증과 함께 걷기 불편해져 뼈에 금이 간 것으로 의심이 되었습니다. 통증에 밤을 새우고 다음 일찍 응급실에 가기로 마음먹고 어느 병원으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다 다운타운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마 평일이고 출근하는 이른 시간이니까 상황이 괜찮겠지 생각하고 도착해 보니 역시 예상대로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팬더믹으로 병원의 근무 인원이 많이 줄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드디어 기다리던 레지던트 만나서 엑스레이 찍고, 또 기다리고, 골절은 아니다는 진단을 받고 전문의가 와서 확인할 때까지 그리고 처방전 받느라고 기다리고... 아! 병원문을 나서는데 6시간이 걸렸습니다. 건강하고 멀쩡한 사람도 이렇게 기다리다가는 지쳐서 병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많이 놀랐던 것은 거의 18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 응급실에 갔던 그때와 별로 달라지거나 나아진 상황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이런 응급실문제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인데 매년 지역별로 경쟁을 합니다. 어느 지역 병원의 응급실의 대기시간이 개선되어 가장 짧아졌는가. 평균 시간이 좀 줄어든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결과는 도토리 키재기식 늘 거기에서 거기까지입니다.


토론토 종합병원의 모습


생명에 바로 직결되는 감염성 질병 또는 암과는 달리 치료에 급한 시간을 하지 않는 신체기관의 노화나 기능 이상에 따른 문제점들은 그래도 처리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 또는 퇴행성 고관절 문제로 고생하다가 수술이나 인공관절 교체(물론 무료입니다) 걷지도 못하다 뛸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많이 좋아진 분들은 '오! 캐나다'를 으로 연발하시지만 안타깝게도 암환자로 수술과 항암치료로 대기하시던 분들은 그 긴 기다림의 시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많이 돌아가셨습니다. 워낙 많이 생하는 암환자들로 빠른 시간 내에 전문의를 만나지 못하고 무한정 진료순서를 기다리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유명을 달리하셨던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암 수술 후 5년간 검사에도 이상이 없어 완치되었던 것으로 생각했던 지인은 폐로 전이된 암을 등과 허리가 아픈 것으로 잘못 알고 한 달간 여름휴가로 자리를 비운 담당 의사를 속절없이 기다리다 골든 타임을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급하게 한국으로 가서 검사와 치료를 받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려 그해 세상을 떠나시게 되어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모릅니다. 팬데믹으로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혈액검사로 나온 결과가 암으로 의심되어 CT촬영이 요구되었는데 엄청난 대기자 숫자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어 사비를 들여 미국 병원에서 검사한 CT 자료를 가지고 겨우 담당 전문의와 난 후 마침내 기다리던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안타까운 사례있었지만 글로  쓰기에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토론토 종합병원의 대기중인 환자들 모습


이민을 떠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개선되고 발전한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이곳의 시스템을 교하면서 정말 정치제외하면 한국이 의료 수준에서는 앞서가는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캐나다는 첨단 의료 장비의 개발과 생산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좋은 설비들은 병원 현장에서 많이 이용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 의료 선진국의 유명한 병원에서 먼저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정부의 의료예산 부족 때문입니다. 그 좋은 첨단 의료 설비를 개발하고 생산하지만 자신들은 바로 사용해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팬더믹 이후에는 급경우가 아니면 지정된 가정의 전화통화로만 진료상담을 할 뿐, 직접 대면 진료를 받으려면 또 하염없이 2-3주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발병해도 필요한 전문의를 만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리는 열악한 조건입니다.


결론적으로 캐나다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여 그 부족한 예산으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사와 간호사의 수를 늘릴 수가 없습니다. 의사들은 그들대로 자신들의 파이를 지키기에 집착해 의과대학 학생의 정원을 많이 늘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족한 예산으로 인한 우가 개선되지 못하니 젊고 능력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Traveling doctor나 Traveling nurse로 훨씬 많은 수입과 근무환경 및 삶의 질이 높은 외국으로 떠나버리고 캐나다에는 의사와 간호사의 숫자가 다시 부족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됩니다. 새시설과 장비의 공급을 위해 많은 캠페인과 홍보를 통해 전폭적인 기부와 지원을 호소하지만 한계가 있다 보니 결국 모든 것은 돈문제, 예산 부족이라는 점으로 귀결됩니다.


여담으로 Traveling doctor들특히 소득세가 전혀 없는 일부 국가를 선호하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 테니스 선수들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Monaco옮겨가 살듯이 부유한 중동 국가 중 UAE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젊고 유능한 캐나다 의사들 중 일부는 두바이에 있는 병원과 계약하여 높은 연봉과 여유 있는 삶으로 그곳에서의 의사 생활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진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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