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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Nov 15. 2022

커피와 눈밑 떨림의 상관관계

커피의 추억을 회상하며


커피를 무척 좋아하고 하루에도 여러 잔을 마십니다. 우선 에스프레소로 아침을 시작하고 브런치 시간쯤 돼서 한잔, 점심식사 후 한잔 그리고 졸리는 오후 시간에 한잔, 퇴근 후 집에 가면 한잔, 저녁식사 후 1잔, 잠자기 전 한잔.. 7잔 정도 되는 것 같네요.


Roger Federer가 광고한 에스프레소 머신. 성능보다 단순히 팬의 입장으로 사용합니다.




한국에서 여러 식품회사들과 다양한 신제품과 설비 프로젝트를 함께 는데 그중 기억에 많이 남는 회사는 미국의 KRAFT General Food의 기술 제휴 회사 동00품입니다. 인스턴트 커피의 대명사인 맥0, 000 하우스 브랜드 제품과 각종 커피믹스, Post 브랜드 시리얼을 만드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회사를 기억하면 아직까지 생각나는 것은 파일럿 플랜트 (Pilot Plant)입니다. 파일럿 플랜트는 실제 생산 라인이나 설비소규모로 똑같이 만들어 놓아 여러 가지 제품의 생산 테스트와 실험을 하고 그 데이터를 신제품 생산에 적용을 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설비입니다. 플랜트에 들어가는 모든 기계와 설비들은 사이즈만 작을 뿐 실제 생산 모델과 똑같은 기능을 가지고 작동을 하며 주문생산을 통해서만 만들기 때문에 정상 규모의 기계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그래서 그 전체 파일럿 플랜트 설비 가격만 해도 웬만한 생산공장  라인 가격보다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거의 커피만을 단일품목으로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였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원두를 로스팅할 때 나오는 커피 향을 회수해 액체 질소에 보관하다가 포장단계에서 용기에 재충전하는 시스템으로 새로 구입한 제품의 실링을 뜯었을 때 진한 커피의 향을 느낄 수 있도록  방식으로 품질과 마케팅이 합쳐진 결과물입니다. 또한 동결건조 커피를 뜨거운 물에 넣었을 때 저을 필요 없이 빠르게 물에 녹는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스크림 프리저를 적용했발상의 전환을 한 시스템도 있었습니다. 렇게 당시 세계 최고 품질인스턴트 커피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회사 연구소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우연인지 이민 온 캐나다에서도 일반 식품업체 외에 특히 커피 전문 업체인 스타벅스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했습니다. 위의 두 회사가 모두 열정으로 커피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점은 같지만 동00품은 인스턴트커피를  생산 제품으로 만들고 스타벅스는 브루잉에 사용되는 로스티드 (Roasted) 커피를 만드는 점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서 필터링한 일반 브루잉과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 같이 고압의 뜨거운 스팀으로 추출해서 나온 커피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가장 큰 차이점은 원두에서 나오는 지방이 커피에 들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신맛이나 쓴맛의 다른 몇 가지의 원두를 블랜딩 한 후 커피의 원두를 볶게 되면 원두 안의 커피 향을 싸고 있는 지방 입자가 열에 의해 팽창하여 터지며 지방에 포함되어 있던 향을 분출하게 됩니다. 비슷한 예로 참깨를 볶기 시작하면 참깨의 지방 입자가 열에 터지며 고소한 향과 함께 기름을 나오게 됩니다. 이 볶은 참깨를 압착해서 얻는 것이 우리가 음식에 사용하는 참기름입니다. 커피 원두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방 함량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로스팅 후 그라인딩 한 커피를 스팀으로 추출하게 되면 남아있는 소량의 지방이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에는 거품 흔적이 잔에 남게 됩니다.


요즘 많이 마시는 'Americano' 불리는 커피의 기원은 2차 대전 시 연합군으로 유럽전선에 참전한 미군들이 이탈리아 지역 카페에서 찾던 미국 스타일의 커피를,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누구보다 강한 이탈리아인들이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더해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합니다.


추출된 지방으로 만들어진 크림 (사진출처: Google)


커피를 하루에 여러 잔을 마시지만 특이하게도 카페인에 반응을 안 하는지 아니면 다른 체질적 문제가 있는지는 몰라도 잠자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잘 때 머리맡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놓고 자다가 마셔도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그러던 커피를 하루 2잔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한두 달 전부터 눈밑에 미세한 떨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잠이 부족하고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고 자가 진단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런데도 증상이 나아지질 않고 한쪽 눈에서 더 심한 떨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마그네슘이 부족한가 해서 먹고 있는 종합비타민에 추가로 마그네슘 함께 먹기 시작했습니다. 도무지 증상에 호전이 안 생기고 저와 이야기할 때 쳐다보던 직장 종료도 증상이 보이는지 알려주며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가정의와 예약하여 상담 문의를 하였습니다.


나: "떨림 증상이 2달 넘게 호전되질 않네요."

가정의: "스트레스 많이 받는 일이나 잠을 잘 못 자나요?"

나: "수면시간을 많이 늘렸고 마그네슘까지 먹고 있습니다."

가정의: "혹시 커피 마셔요? 하루에 몇 잔이나 마시나요"

나: "7 정도 마십니다."

가정의: "뭐라고요? 7잔이나 마셔요?"

나: "... 보통 그 정도 마시지 않나요?"

가정의: " 이 양반이?... 당장 1,2잔으로 줄이고 숙면을 하도록 노력해보세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 믿을 수가 없었지만 불편함에 할 수 없이 줄이기로 결심했습니다. 갑자기 줄이게 되니 금단현상이 생기는 것 같아 7잔 마실 양을 반으로 줄이고, 회수를 줄이고 마침내 하루 2잔 정도의 양으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커피양을 줄이는데 모든 신경을 쓰다 보니 잘 느끼지 못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눈밑 떨림 횟수가 줄어들고 강도도 점점 약해지더니 마침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커피를 하루 7잔으로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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