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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Oct 03. 2022

캐나다에서도 과외를 시키나요?

캐나다의 대안학교와 사교육


캐나다에서도 한국과 같이 학생인 자녀들을 학교 외에 학원에 보내거나 개인교습을 시킬까요?


정답은 '' 입니다. 


캐나다의 많은 부모들도 공교육 외에 사교육에도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자녀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사교육을 시키 있습니다.




캐나다에 정착한 후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많이 놀라는 것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내주는 숙제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느긋하게 놀기만 하는 아이가 공부라는 무게에서 벗어나 자유로와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부모들의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고는 합니다.


와이프: "책 좀 보시지, 컴퓨터에게 미안하지도 않니? 쉬지도 않고."

큰 아이: "엄마 오늘 숙제 없어요. 그리고 요즘 배우는 거 별로 어렵지도 않고 잘 알고 있어요."


이런 식의 대화가 며칠에 한 번씩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 었습니다. 와이프가 취업이 되고 직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큰 아이가 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옮긴 주소지의 지정 학교를 확인하고 아이와 함께 신청서와 주소지 증명서류를 가지고 학교에 도착하였는데 건물붙어있는 두 개의 학교 이름을 보입니다.


'0000 Public School'

'0000 Alternative Elementary School'


같은 건물에 붙은 학교 이름인데 Public School은 초등학교로 알겠는데 'Alternative School? 이건 뭔가?'


마침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선생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우리에게 다가와 묻습니다.


여성: "도와드릴까요? 아이 학교 때문에 오셨나요?"

나: "네. 그런데 학교 건물은 하나인데 이 Alternative School은 무슨 의미인가요? 따로 있는 학교인가요?"

여성: "네 같은 건물에 있지만 별도로 지정된 독립적인 학교입니다. 소수 정원으로 주로 현장 체험학습을 위주로 하고 있는 '대안학교'인데 지금 정원이 차서 대기자 명단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등록하고 퍼블릭 스쿨다니다 결원이 생겨 연락드리면 그때 옮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날 대기자 신청을 했고 6개월 뒤에 큰 아이는 그 대안학교로 옮겨 수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잘한 결정이고 괜찮을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했지만  혼란스러워지고 당황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옮긴 지 며칠 학부모들이 참관하는 공개 수업에서 1,2,3학년 4,5,6학년 7,8학년의 세 그룹으로 나누어  교실에서 그룹 별로 모여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8학년 졸업 후 원하는 학생들은 같형식 고등학교인 'Alternative Secondary School'로 진학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좀 놀랐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경험하고 알고 있던 교육에 대한 상식으로는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일단 수업이 끝나고 이루어지는 질의응답 시간까지 더 지켜보고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마침내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우리가 준비한 질문을 하기도 전에 함께 참관했던 다른 학부모들의 질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 "왜 학년별로 나눠서 수업을 하지 않나요? 각 학년별 교과 과정과 수준이 다르지 않나요?"

"그룹으로 모아서 하면 어느 학년을 중심으로 수업을 하게 되나요?"

"학년별로 학생들의 학습차가 날 텐데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은 아예 관심이 없어질 것 같은데요."

"중학교까지 그런 식의 수업을 받고 일반 고등학교로 가서 다시 정상적으로 학업이 바뀌면 대학 진학에 문제가 없나요?"


많은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이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은


선생님: "각 학년 그룹마다 과목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이 있어 각 테이블에서 진행 중인 수업이나 문제를 도와줍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의 기본 학습은 교실에서의 수업과 문제를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그 외에 많은 현장학습과 체험학습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체득합니다. 이를 토대로 고등학교에서는 보다 더 독립적으로 교과과정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교실에서의 제한되고 일방적인 수업방식이 아닌 현장에서의 체험과 경험을 통해 관계와 사고의 폭을 넓히는 인성교육이 주가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이것도 캐나다의 교육 형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어 와이프와 상의하여 계속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공개수업 이후 학교를 옮기는 아이들이 많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큰 아이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주로 중국, 한국, 아시아계 이민자의 자녀들이었습니다).




숙제도 없고 시험도 자주 안보는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학교 가는 것이 즐거운 일이었는지 몰라도 학부모들에게는 불안함과 답답함 그리고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우리에게는 늦게 태어난 둘째 아이의 양육으로 큰 아이의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했던 것이 항상 마음에 짐으로 남아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의 소중한 시간은 대안학교에서 모두 채워주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 다양한 문화체험: 박물관, 미술관,  음악회, 연극, 영화, 오페라 

- 운동 경기 관람, 운동 배우기: 수영, 스케이트, 스키, 스노보드.


우리 부부시간을 내어 가기 어려운 장소나 배움의 기회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겨울철에는 등교하면 스쿨버스로 3-4일씩 매일 가까운 스키장으로 이동해 직접 스키를 배우잘 타는 학생이 초보인 같은 반 친구들을 가르쳐주기도 하는 경험을 직접 체험하게 합니다. 특히 큰 아이의 중학교 담임선생님은 젊은 여성분이셨는데 감성적으로나 이성적으로도 사춘기의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이끌어주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이곳에서 보기 드물게 중학교 졸업식에서 그 반 학생들이 펑펑 울면서 떠나감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 이사로 지역을 옮기게 되면서 큰 아이는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와는 다르게 고등학교 (9-12 학년)부터는 교과과정이나 학습 강도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힘든 대학과정을 잘 내기 위한 준비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많은 가정에서 자녀들을 위한 학원이나 개인교습을 찾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의 과외 수업은 크게 학교 성적 위한 교과목 위주와 예체능 위주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교과목 위주의 과외 수업은 한국과 비슷하게 1대 1의 개인교사를 두던지 보통 10명 이내의 학생들을 한 반에서 과목별로 가르치는 학원을 주로 보냅니다. 그러나 예체능 과외 수업의 경우는 미술, 음악(기악성악)실기를 위주로 하는 한국과는 조금 다르게 체조, 댄스, 하키, 수영, 축구, 테니스와 같이 입시나 전문적인 선수로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고 주로 본인의 체험 활동과 구성원으로서 팀워크를 향상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작은 아이는 스케이트, 수영과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캐나다에서 특히 수영과 스케이트는 생명과 직결된 운동이기에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무척 강합니다. 10학년까지 꽤 오랫동안 수영을 배웠는데 놀랍게도 아이최종 목표는 Life Guard (인명 구조요원) 자격증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수영을 배워서 본인의 생명도 지키지만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도 구조할 수 있다는 공동생활에서의 기여와 나눔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부터는 한 학년에 3번 학부모들이 자녀의 과목 담당 선생님들과 면담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때 학생들의 성적과 수업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알려주고 해결방안을 의논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학생들의 정확한 학습 상황을 파악하여 부진한 학생들은 성적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을 서로 찾아보고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칭찬과 격려를 하며 가능한 모든 학생들이 교과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 아침 등교시간 전 학교에 와서 선생님이 진행하는 보충 수업반에 참가하거나 또는 성적이 좋은 학생과 연결시켜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합니다 그 외에 방법은 한국에서 말하는 개인교습과 학원입니다. 


개인교습(Tutoring) 직접 가정을 방문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학생과 일대일로 가르치는 방식으로 한 명의 선생이 여러 과목을 봐주기도 하고 특별한 과목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교습을 전문으로 하는 비즈니스 형태의 학원 또는 교습소가 있으며 교습 경험이 많은 개인은 직접 광고나 추천을 통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학원(보충수업 학원)북미의 오래된 유명한 학원들과 로컬 브랜드의 학원이 지역별로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토론토의 중국, 인도, 한국 커뮤니티에도 캐나다의 학교 커리큘럼을 기본으로 나라별 수업 특색에 맞게끔 만들어진 학원들도 많이 있는데 공통적으로 수학과 에세이 과목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말하는 에세이는 한국의 논술과는 좀 다른 의미로 여러 과목에 걸쳐 특정 주제에 대한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거나 만들어 논리 정연하게 서술하는 글입니다.


그 외에 '0000 Academy'란 이름으로 불리는 School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립학교'가 아닌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이수해야 할 과목의 성적이 좋지 않아 학교에서 배울 과목을 취소하고 이곳에서 공부해 이수하는 대체 학습방법입니다. 이수한 과목의 성적은 관할 교육청으로 등록되는데 아무래도 대학입시에서 평가해야 될 과목들은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한 학생들의 성적보다는 좀 불리하게 평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은 아이가 French Immersion School을 다닐 때 초등학교부터 알게 된 같은 반의 아프리카 출신의 학생이 있었습니다. 프랑스령 국가 출신의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프랑스어가 더 편한 까닭에 이 학교를 선택해서 다니고 있었습니다. 농구를 정말 좋아해 NBA의 James LeBron을 롤모델로 삼고 있지만 성적은 별로여서 항상 작은아이에게 '넌 공부를 잘해서 좋겠다' 하며 부러워하는 밝은 학생이었습니다.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가끔 학교에서 볼 때마다 크고 의젓해진 그 친구를 대견하게 봤는데 농구에 대한 열의를 공부로 바꾸었는지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아이에게 듣곤 했습니다.


이번 졸업식에서 우등상을 받고 의사가 되기 위해 생명과학 전공의 대학으로 진학한다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공부만 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사고와 체험을 통해 자신 정말 잘하고 열정을 가진 것을 선택해 나아가는 모습이 진정한 교육의  을 보는 것 같아 마음에  울림이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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