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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Sep 08. 2022

캐나다 고등학교 학제와 직업을 위한 대학의 선택

취미로 할것인가 직업으로 할것인가


얼마 전 작은 아이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펜더믹 상황에서 작년까지 열리지 못했던 졸업식 행사를 올해에는 다행히  수 있게 되어 준비하는 기간 동안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기대가 컸었습니다.


캐나다의 고등학교 학제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4년 과정이고 9월에 마지막 12학년 학기가 시작되면 어느 때보다 성적 관리에 많은 집중을 합니다.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 지원서(application)를 제출하기 시작하는데 서류를 받은 대학은 지원한 학생의 관할 지역교육청에 등록되어 있는 11학년과 12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과 수상 및 활동 내역열람해서 평가하고 이것을 기초로 입학 허가(admission)를 지원한 학생에게 보냅니다. 보통 지원서는 원하는 대학교의 학과 3곳 까지는 무료로 보낼 수 있지만 추가되는 학과에 지원서를 제출할 경우에는 지원서 당 일정 금액을 내야 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습니다.


성적이 매우 우수한 학생들은 12월이나 1월 초에 바로 입학 허가서(admission)와 함께 입학 조건으로 지급하는 장학금 내용과 우수학생 지원통보를 지원한 여러 곳의 대학에서 동시에 받게 됩니다. 학생은 각 대학에서 제시한 입학 시 지원과 조건 등을 비교 검토하여 결정한 대학에 입학 허가서를 수락한다는 통보를 5월 말 전에 하면 최종적으로 입학이 결정됩니다.


한 학생이 평균 3-4 학교, 혹은 지원한 모든 대학에서 입학 허가서를 받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에 각 대학에서는 이를 대비해 그다음으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별도로 대기자 명단(waiting list)에 포함된다는 통보를 합니다. 먼저 입학 허가서를 보낸 우수 학생이 다른 대학을 선택하여 모집 정원에 결원이 생기면 대기자 명단을 보낸 학생들에게 다시 입학 허가서를 보내 최종 결정을 받습니다. 한편 입학 허가서를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지원에 대한 감사와 함께 채택되지 못하였다는 통보(rejection notice)를 보내게 됩니다.


9월에 시작하는 대학교 새 학년의 수업시간은 타이트하고 학습 강도는 매우 센 편이어서 이것을 버티지 못하고 12월 크리스마스 전에 시작해서 이듬해 1월 첫 주까지 쉬는 겨울방학을 전후로 학교를 옮기거나 전공을 바꾸기 위해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캐나다에서 입학은 비교적 수월한 편이지만 졸업하는 것은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와 같이 입학하면 대부분 졸업하게 되는 시스템에 익숙한 분들은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주위에 많이 알리고 축하를 주고받는 것이 보통이지만 학업을 끝내고 졸업을 축하했던 경우가 드문 것을 보면 4년간의 대학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미술을 전공하신 어머니를 닮아서 저도 그림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할아버지를 비롯한 집안 어르신들의 '어디 남자가 할 일이 없어서 간판장이가 되냐'라는 호통과 핍박(?)을 못 이기고 고등학교를 진학한  꿈을 접었는데 그놈의 DNA를 물려받았는지 이곳에서 태어난 작은 아이도 어릴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날이 늘어가는 실력에 칭찬해주고 내심 흐뭇했지만 걱정도 마음 한편에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진학 1년 전까지도 본인이 무슨 일에 흥미가 있고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결정을 못하고 혼란스러웠던 아이와 진지한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나: "그림에 대한 너의 깊은 관심과 실력은 잘 지만 그걸 최우선의 선택지로 하기에는 그 분야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네가 잘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은 아이: "저도 취미로는 정말 좋은데 이것을 제 직업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질 않아요. 그렇다고 뚜렷이 해보고 싶은 분야도 아직 없고..."


작은 아이와 달리 한국에서 태어나 여덟 살에 캐나다에 온 큰아이는 공부에 흥미도 가지고 있고 성적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특히 외과의사가 무척 되고 싶어 해 메디컬 스쿨을 목표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4년의  학부과정(주로 이과 쪽 전공들인데 우수한 학생은 3년 만에 모든 과목을 이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마치면 최종 성적과 보통 학부 2학년이나 3학년 중에 미리 시험을 보는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 성적을 진학을 원하는 메디컬 스쿨(undergraduated medical school)에 지원해 합격하면 비로소 의사기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딛게 됩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 4 years university in science study

- 4 years undergraduate medical school

- 1 year residency training

- 2 years of post-residency fellowship training.


최소 11년이 걸리고 전문의로 불리는 specialist가 되는 경우는 여기에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립니다. 캐나다에서 가깝게 지내는 분들의 자녀들도 저의 큰 아이보다 한 두해 빠르거나 같은 나이였고 4년 학부를 마치고 메디컬 스쿨에 이미 입학했거나 준비 중이어서 큰 아이도 어렵지 않게 입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과정에서 택받지 못하고 메디컬 분야지만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규모가  대학의 메디컬 스쿨의 입학 정원은 120-220명  정도입니다. 큰아이가 지원한 대학에서는 6,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지원했고 1차로 서류전형을 통과한 400명 정도가 면접을 보고 이후 190명 정도가 최종 합격했으니 보통 상위 2-3%에 드는 성적과 적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며 그냥 공부를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엄청나게 잘하는 넘사벽으로 생각됩니다.


이제는 당당히 의사가 되어 병원에서 일하는 지인들의 자녀들을 가끔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지만 메디컬 스쿨에 입학해서 또다시 경쟁하고 졸업 후 전문의(Specialist)가 되기 위해 레지던트 때에도 또  그 어려운 경쟁 (보통 10명의 레지던트 중 2-3 명만 전문의가 됩니다)을 통과한 그들에게 정말 대단하다는 경의를 보내고 싶습니다. 또한 팬더믹으로 힘든 2년 동안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에게도 또한 그동안의 노고경의를 표합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큰 아이가 그동안 보여준 직업의 만족도와 좀 더 여유롭고 자유로운 생활에 영향을 받았는지 마침내 작은 아이도 같은 길을 선택해 같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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