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이민 와서 처음 살기 시작한 주거형태는 임대 아파트였는데 전용면적 1,200 square feet (한국 34평 정도)에 방 3개와 2개의 화장실이 있고 차량 1대용 지하 주차장과 공용 놀이터와 수영장을 가진 제법 괜찮은 아파트였습니다.
그 당시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어서 우리 가족 3명과 반려견이 함께 살기에는충분히 넉넉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2년쯤 지나고 와이프도 취업이 되었는데 우리 가족은 차량이 1대뿐인 관계로(직장이 먼 제가 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와이프가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직장에서 가까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랜딩 시 민박을 했던 집의 소개를받은리얼터(부동산 중개인)를 통해 임대 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집들을(주로 아파트) 봐도 썩 마음에 드는 임대 매물이 없어 고심하던 중에 중계인이 이런 말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중계인: "월 임대료도 이제 오르기 시작하고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두 분 직업이 있으니 대출받아 아예 적당한 매물을 사는 게 어떨까요."
중계인: "어차피 대출금 갚는 비용이나 임대료로 매달지출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 기회에 내 집으로 마련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날 밤 와이프와 상의 끝에 임대에서 매매로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중계인에게 연락해 방문해서 볼수 있는 집들을 뽑아서 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다음 날부터 시간을 내서매물을 보기로 했는데 한국에서 늘 하던아파트 생활이 익숙한 저와 와이프는 손이 많이 가는 주택보다는 콘도를 위주로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준공 후 입주가 시작된 신축 콘도의 한 유니트에 그만 꽂히고 말았습니다. 그 유니트는 살고 있던 아파트보다는 넓지는 않았지만 방 2개, 화장실 2개와차량 1대 지하 주차장으로 같았고 무엇보다 더 그건물의 펜트하우스로 천정도 9피트로 높아 공간이 넓어 보여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로 구매계약 오퍼를 작성하고은행에서 계약금으로 쓸 체크를 만들어준비한모든 서류를 집주인 쪽 중계인에게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 우리 중계인으로부터 사무실로 와서 최종 가격결정을 하자는 연락을 받고 달려간 우리는 리스팅 된 가격보다 조금 낮춰서 보냈던 우리오퍼를집주인이다시 조정해서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집주인은 리스팅 한 가격 100%를 다 받겠다는 의미고 우리가 이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습니다. 한국 같으면 밀고 당기고 해 볼 수 있었겠지만 캐나다 생활 초짜인 우리 부부는 집주인이 우리 오퍼를 완전히 거절할지 모른다는 걱정과 펜트하우스와 높은 천장에 콩깍지에 씌어 버티지 못하고 그 가격에 오케이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캐나다에서 수업료 내고 배운 부동산 거래에서의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이후 그 콘도에서 둘째 아이가 태어 나고 자라면서 다시 공간의 협소함을 몸으로 체험한 우리 가족은 좀 더 넓은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에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마침내 주택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매물로 나온 집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주택으로 한 결정은 쉬웠지만 실제로 우리가족이정말로 원하는 주택의 매매는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매매를 원하는 지역은 구매 경쟁이 너무 심해 가격만 계속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져생각을 조금 바꿔지역을 옮겨서 상황을 지켜보니 그곳은거의 경쟁 없이 매매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중계인에게 연락해서 그 지역에 리스팅 된 몇 집을 보았는데 그중 수영장이 있는 집이 하나 있었고 크기와 가격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는 수영장에 콩깍지가 씌어 원하는 금액만큼 가격을 깎지도 못한 상태에서 거래가 얼렁뚱땅 성사되어 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주택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수영장이 있는 집이라는 긍정적인 면만 생각하고 반대로 유지 비용, 보수 관리 등 부정적인 점에 대한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결정한, 다시 수업료를 지불한 두 번째 실수로 기록됩니다.
캐나다에서 수영장이 있는 집은 주택보험 가입 시부터 따지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가족 중에 18세 미만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인 경우 수영장 주변에 안전시설은 설치되어 있는지, 수영장 내부의형태에(콘크리트 벽, 타일 벽, 비닐 벽) 따른 구조의 안전성 여부에 따라 보험료가 추가됩니다. 보통 일 년중 6월부터 9월까지 사용하는 기간 동안 유지 관리비도 많이 들어갑니다. 수영장은 일반적으로 시즌이 끝나는 9월부터 물을 빼고 전체의 1/4 정도만 남긴 상태에서 염소와기타 약품으로 처리한 후 수영장커버로 덮는 클로징 작업과 6월 여름이 시작되면 겨우내 덮여있던 커버를 열고 수영장 안 청소와물을 채우고 정화한 후 기존 설치된 펌프로 물을 계속 순환시키는 오프닝 작업등 2개의 큰 작업이 있습니다. 또한사용기간 중에는 일정한 염소 농도의 유지와 바닥에 가라앉은 이물질 제거 등 3, 4일에 한번씩은 관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들은 시즌 중 전문 업체와 시즌 계약을 하고 매주 업체에서 방문해서 청소 및 수질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를 받지만 저는 그 집에 살던 5번의 시즌 동안 백지상태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배워가며 몸으로 때우는 고생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나중에 그 집을 팔 때도 수영장이 있는것이 꼭 장점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영장이 딸린 집의 장단점을 잘 아는 매수자들은 하나같이 '수영장만 없었으면 바로 계약할수 있었을 텐데' 라며 아쉬워했고 수영장을 매립해주는 조건으로 계약하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아본 수영장 매립 공사에만 몇 만불의 비용이 들어가는(수영장을 메울 흙도 전부 따로 사야 합니다) 견적서에 엄청나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100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우리 집을 오픈하우스 동안 보고 갔지만 오퍼는 받지 못하고 리스팅 한지 9일 뒤수영장에 꽂힌 두 가족이 서로 가격경쟁(?)을 벌인 끝에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족이 그들의 고집에 못 이기고 최후의 승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덕에 저희 가족은 오른 가격으로 집을 처분할 수 있었습니다.
5년간 몸으로 때우며 배운 수영장 정비, 수질관리는 전문가 수준에 올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 여름 시즌 중 퇴근 후에 부업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물론 두 아이들은 어릴 적에 여름마다 함께했던 그 수영장에 대한 잊지 못할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고 성인이 된 지금도 그때의 이야기를 하며 그 시절을 떠 올리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