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직장에서 당한 소송과 변호사 구하기 (2)

이직 시 발생한 계약서 위반과 업무 배임의 한계

by BOSS


토론토 다운타운의 King Street는 법률사무소와 대형 로펌이 많이 위치한 유명한 거리입니다. 뉴욕의 교통체증 못지않게 복잡하고 주차가 힘든 지역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알려준 주소로 찾아간 그의 사무실은 그가 속한 로펌이 아닌 업무 시간 외 무료 상담을 하는 합동 법률사무실 같은 곳이었습니다. 간단한 인사, 소개와 함께 받은 명함의 이름을 통해 그가 유태인계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또한 시간당 400-500불의 높은 수수료를 받는 변호사라는 것도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서류를 검토하는 그에게 제가 질문을 했습니다.


나: "내가 하는 일이 첨단기술 분야이거나 소위 잘 나가서 경쟁이 치열한 IT 쪽도 아닌데 왜 그렇게 민감하게 법적 대응으로 반응할까요"

변호사: " 첨단기술업체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서명한 고용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을 위반(breaching) 한 것과 사직 통보할 때 정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괘씸죄도 추가된 것 같네요"

나: "정직하지 않다뇨? 사직 시 당분간 재충전하면서 다음 직장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이야기한 것뿐인데요"

변호사: "하지만 사직 통보전에 이미 옮길 회사에서 면접 후 오퍼를 받고 언제부터 출근할지도 결정된 상태가 아니었나요?"

나: "그렇지만 어느 회사로 옮기기로 했다는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요?"

변호사: "이곳에선 일반적으로 이야기하고 갑니다. 어느 기간 동안 근무한 기록은 당신의 이력서에 항상 남아있고 옮기려고 하는 회사에서는 당신의 실제 업무능력과 personality를 확인하기 위해 몇 곳의 이전 근무 회사에 연락해서 확인합니다"

변호사: "만약 당신이 옮길 회사의 정보를 사직 시 통보했더라면 아마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계약서의 문제 되는 이 사항을 알려주었을 것이고 이로 인해 발생할 상황에 대하여 서로 간의 협의와 조정으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겁니다."

나: "... 그렇겠군요"




결국 계약서에 모든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대처하지 못한 제 불찰이었습니다. 소송에 관련한 저의 모든 설명과 자료를 검토한 후 그는 유태인답게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였는데


첫째는 A사의 소송에 대응하여 법정에 서는 경우, 최후 판결까지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그동안 몇 번의 재판이 열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하루에 2,500에서 3,000불 정도의 변호사 비용이 부과된다는 점. 승소하면 옮긴 B사에서 현재와 같이 고용이 유지되어 직장과 위치를 지킬 수 있지만 불편함,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고,

둘째소송 대응 기한 날짜 전 양쪽 변호사들이 만나 상대방의 요구 조건을 조정하여 일정한 수준에서 합의하는 방법으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현재 직장을 잃지 않고 계속 일할수 있는 경우. 그러나 새로 옮긴 B사에서의 퇴직을 저와 B사를 상대로 요구한 소송이기에 사퇴 없이 서로 간의 조건 조정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셋째는 A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B사에서 퇴직하고 보관하고 있는 A사로부터의 모든 자료 (usb는 원래 있지도 않았고 프린트물 몇 장과 머리에 기억하고 있는 게 전부인데)를 반납하고 소송을 취하하는 방법인데 이 경우 직장을 잃게 되는 경우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의 경우 승소를 해도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혹시 패소를 하게 되면 거기에 직업까지 잃게 되는 최악의 상태가 됩니다. 더욱이 캐나다에서는 승소를 해도 한국과는 달리 비용 청구 소송이 없다는 사실도 추가로 알게 되어 선택지에서 지우고 다시 장고를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 누구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상의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갑갑하고 막막한 상황이 계속되던 중 A사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우연히 받은 이메일로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 회사는 퇴사 이후 가끔 제품 개발 컨설팅 서비스 의뢰가 들어오면 별도의 보수를 받고 일해주고 있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근무할 당시에도 저를 잘 대해주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근무할 당시 가깝게 지냈던 유태인인 회사 오너에게 듣고 싶어 그와 만날 약속을 만들었습니다.


3년 만에 반갑게 다시 만난 그는 제 이야기를 모두 다 듣고 나더니 망설일 일이 뭐가 있냐며 이 모든 일들은 변호사들이 만드는 그들의 비즈니스며 제가 그들의 주머니를 불려줄 이유가 전혀 없다며 세 번째 조건으로 진행하라고 바로 조언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괜찮다면 연봉은 B사보다 좀 떨어지지만 동종업체가 아닌 자기 회사에서 1-2 년 근무하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역시 유태인답게 빠른 상황 파악을 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유리한 부분을 머릿속으로 이미 계산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순간 그동안 머릿속에 쌓여있던 검은 먹구름이 싹 걷히며 한줄기 빛이 비치며 서서히 주위가 밝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그래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정말 고마움을 느끼면서 겉으로는 덤덤하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B사에 사직서를 내고 A사의 소송 대리인인 로펌에 상황을 통보하고 그 사직서 사본과 요청한 저의 모든 자료(머리가 기억하는 건 어떻게 지울 수가 었어서 아직 남아 있습니다)를 보냈습니다.


마침내 소송이 취하되고 1년 반 동안 그 유태인의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그 후에 B사로 다시 복직하여 원하던 업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제게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겨 사인이 필요한 모든 서류는 시간이 걸려도 꼼꼼히 보고 검토에 오랜 시간을 요하는 중요한 계약서나 서류는 비용이 들더라도 변호사에 의뢰하여 검토한 후 사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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