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시 발생한 계약사항 위반과 업무 배임의 한계
어느 개인 또는 근무했던 직장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일은 살면서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미국과 같이 캐나다에도 많은 로펌(law firm)과 변호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변호사의 숫자만큼 이런저런 소송도 많고 다양합니다.
캐나다는 부동산 거래 시에도 매도자와 매수자가 각각 지정한 변호사들이 매매계약에 관련된 모든 서류와 거래대금을 관리하고 마지막으로 부동산 등기까지 마치게 되면 모든 매매 업무가 완료되게 됩니다. 이런 업무를 주로 하는 변호사들은 부동산 및 상거래에서 요구되거나 혹시 문제로 발생하는 법적인 일에만 주로 관여할 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민, 형사 소송을 맡아 법정에 서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law school에서 이 분야를 이수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워낙 숫자가 많다 보니 변호사간의 경쟁도 치열하고 너무 흔하다 보니 심지어는 변호사 같지 않은(?) 변호사도 아주 많습니다.
몇 년 전쯤 쇼핑몰 주차장에서 옆에 주차한 차의 운전자가 문을 열면서 제가 차 안에 타고 있는 상태에서 문이 찌그러지는 손상을 준 적이 있었는데 미안하다는 소리는 한마디 없이 보험 처리하려면 하고 아니면 수리비 청구 소송을 하라고 하며 자기 명함을 주더군요. 이건 뭐지? 뭐 이런 무례한 경우가 있나 싶어 한판 붙어 보려는데 자세히 보니 변호사였습니다.
이런 경우를 보면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어디나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유의 법조 관계인들을 법꾸라지(?)라고 비하해서 부르기도 하던데 법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무지한 상대방에 대하여 일종의 보이지 않는 힘을 휘두르는 경우입니다. 어쨌거나 변호사는 너무 흔합니다.
오래 전인 2006년에 제가 직장을 옮기며 당한 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A사에서 R&D manager로 근무하던 중 구직 사이트에 등록된 B사의 R&D manager에 지원하여 서류 통과와 면접 후 job offer를 받았습니다. 수직 이동이 아닌 수평 이동이었지만 근무 환경 및 연봉 조건도 훨씬 좋은 데다 성과에 따른 'signing bonus'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B사로 옮겨서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집으로 온 등기우편 서류를 받았습니다. A사를 대표하는 로펌으로부터...
'당신은 A사와 고용계약을 맺을 당시 서명한 첨부 계약 서류에 있던 '동종업체 1년간 이직 금지 조항'을 위반하였고' 'A사 근무 기간 중 회사 업무에 관련하여 작업하였던 모든 정보를 자신의 usb에 복사하여 반출한 업무 배임'
등으로 1.5 million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습니다. 놀람과 황당함으로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 중인 와중에 옮긴 지 한 달 밖에 안 되는 B사에도 저를 고용했다는 이유로 3 million의 배상을 청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완전히 멘붕에 빠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괘씸죄로 찍혀 제가 스스로 B사를 그만두던지 아니면 B사가 저를 해고하던지 둘 중의 하나를 얻기 위한 소송인 것 같았습니다. 며칠 밤을 제대로 잠을 못 자며 와이프와 고심하여 상의한 결과는 '그래 법대로 한번 붙어보자'였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 소송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자 했던 새로 옮긴 회사인 B사가 발을 빼는 모습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결국은 혼자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해 한국 커뮤니티 주소록에 나온 토론토의 모든 한국계(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본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거의 모든 변호사들은 부동산 거래, 공증업무에 관여할 뿐 법정에 서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
- 법정에 설 수 있는 변호사는 약속해 상담해야 하며 최근 많은 기존 소송으로 수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 일부 변호사들은 '영어를 잘하시는 것 같은데 캐나다 변호사를 선임해 보세요'라고 도움을 주었습니다.
소송 통보를 받은 후 2주일 안에 맞소송을 하던지 아니면 소송을 받아들이고 반론을 제시할 재판 신청을 하던지 어떻게 할 것인지 상대방 로펌에 회신해야 하는데 아직 변호사 선임도 못한 상황이어서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와이프와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각종 법률 및 소송 관련 사이트를 이 잡듯이 뒤져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토론토 내 법률소송의 파워는
1위는 영국계 (주로 민사소송)
2위는 유태인계 (주로 형사소송)
3위는 그 외에 기타 유럽계
4위는 러시아계 중국계
로펌들입니다. 조사하면서 저는 유태인계가 민사소송 분야로 1위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예상 밖의 2위였습니다. (여담이지만 3명의 자녀들이 있는 유태인 부모는 가장 공부 못하는 자녀는 의사, 조금 나은 자녀는 변호사 그리고 제일 똑똑한 자녀는 비즈니스를 시킨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볼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소송을 건 로펌은 영국계이며 전 회사인 A사의 지분을 가진 변호사가 그 로펌 소속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린 허탈감 속 우연한 기회에 경제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법률 상담을 무료로 해주는 변호사들의 모임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그중 한 분과 연락이 되어 상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상담 날짜 약속을 정하는 전화 통화에서 그 변호사는 제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고 그 시간 동안 상황을 설명할 모든 자료를 준비해 오라'고 당부를 하고 마침내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 되었습니다.
"(2) 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