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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Sep 23. 2022

앨리스 쿠퍼 (Alice Cooper)와 유재하

Grotesque 음악과 Blues, Progressive 음악의 다양성


팝 음악에 관심이 있거나 좋아한다면 혹시 캐나다 출신 팝 뮤지션들의 이름이나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미국의 팝 음악이 전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이 된 이후 캐나다 출신의 뮤지션들도 세계적으로 대중의 많은 인기를 얻고 음악시장에 영향력을 주어왔습니다. Neil Young, Alanis Morissette, Celine Dion, Bryan Adams, Rush, Drake, Avril Lavigne, Justin Bieber 등등 수많은 가수나 그룹이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Rush와 Alice Cooper를 좋아합니다.




오래전 영어를 배우기 전 초등학생 시절부터 소위 말하는 팝송을 배우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가사의 뜻도 잘 모르면서 Barry Manilow, Beatles, Eagles, Carpenters, John Denver, Olivia Newton-John, Bee Gees 등의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흥얼거리며 입문한 팝 음악은 제가 중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인 마니아(?)로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Hard Rock, Heavy Metal, Easy Listening, Blues, Jazz 등 각 장르를 섭렵해 가며 레코드를 사 모으며 많은 음악을 듣는 시기였습니다. 학교에 가면 음악에 대해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끼리 목에 핏대를 세워가면 '너 이 노래를 들어봤냐' '새로 나온 이 가수는 아냐' 등등 자기가 아는 모든 팝의 지식을 동원해 서로 잘났다고 떠들다가 집에 가면 공부보다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그 당시 유명한 DJ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사춘기의 감성을 키우던 때였습니다.


늘 부족한 용돈을 모아 옛 서울 중앙우체국과 지금의 중국대사관 사잇길에 즐비하게 모여있던 외국 서적과 잡지를 파는 책방에서 구입한 일본의 대중음악잡지 'Music Life"는 팝에 대한 제 갈증을 풀어주고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소중한 매개체였습니다.


일본어로 된 잡지 속의 내용을 읽고 이해를 해야 하니 고등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히라가나' '가타카나'배우고 일본어 문법책찾아서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때 배운 일본어는 대학 시절 제2 외국어 선택과 졸업 후 직장생활, 심지어는 캐나다로 이민 와서 취업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 취미에 빠져있던 중 우연히 지를 통해 캐나다 출신의 Alice Cooper라는 좀 Grotesque 한 Rock 가수를 알게 되고 그와 함께 영국의 Glam Rock이라 불리는  장르에 심취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보고 듣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침내 직접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거금(?)을 모아 기타와 교본을 구입해서 외로운 독학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책으로만 배우며 별로 늘지 않는 타 실력에 한동안 좌절했지만 우연히 직접 보게 된 친구 형의 실력에 매료되어 애걸하다시피 해 두 달 동안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가 배우면서 실력이 일취월장 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사교육(?)의 힘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기타 코드를 잡는 왼손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터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며 굳은살이 생길 즈음 마침내 실력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은 기본기 수업을 마치고 제일 처음 배운 연주곡인데 얼마나 연습을 많이 하고 몸이 기억하는지 지금도 그 음악을 들으면 손가락이 자동으로 멜로디에 따라 코드를 잡는 행동이 나옵니다.




군사 정권하였던 당시 국내 가수들은 물론이고 외국의 유명 가수들도 그들의 사회적 성향이나 발표하려는 곡들의 모든 가사 내용을 사전검열을 통과 허가를 받아야만 라이선스 음반으로 제작되어 국내에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라이선스를 받지 못한 음반들은 소위 '빽판'이라 불리는 불법복제 방식으로 만들어져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레코드 가게라 불리는 음반과 음향기기  부품을 판매하는 업소에서 일부 '원판'이라는 이름으로 Original LP(주로 미군 부대 PX를 통해서 나오는)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일단 금지곡 가수로 이름이 오르면 TV와 라디오 방송에서 음악을 내보내지 못해 들을 수 없고 시중에 음반이 전혀 유통되지 않아서 불법 복제 음반이나 비싸기는 했지만 어렵게 오리지널 음반을 구해 들었습니다.


1973년부터 나온 앨리스 쿠퍼의 많은 앨범들을 좋아하지만 그중 저는 어렵게 구했던 1977년에 발표한 앨범'Lace and Whiskey'를 제일 좋아하고 그 음반에 수록된 'You and Me'는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무척 좋아하고 자주 듣는 곡들 중 하나입니다.


Alice Cooper의 'Lace and Whisky' 앨범




10년  1987년 초등학교 시절 동창이자 작곡가이자 건반 연주자겸 가수로 데뷔한 친구 유재하의 유일한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데뷔 음반이 나온 그 해 늦은 가을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고 재해석하는 등 한국 음악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군 제대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그 해는 국내에서 발생한 유난히 많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와 민주화 항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 날 친구들의 모임에서 어렵게 작업을 끝내고 세상에 나왔던 그의 데뷔 앨범이자 마지막이 되었던 앨범선물로 받았던 날이 아직도 저의 기억 속 남아있습니다.


그로부터 2개월도 되지 않아 그는 사랑하던 음악과 연인을 남겨놓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고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영화같이 세상을 떠난 정확히 3년 후 같은  그룹 '봄여름 가을 겨울' 초기에 같이 활동했고 음악적 동지였던 가수 김현식 또한 병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술을 좋아했지만 유재하가 세상을 떠난 후 여러 가지 상황과 겹쳐 폭음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김종진과 함께 남아 그룹 '봄여름 가을 겨울'을 이끌어 오던 초등학교 시절  다른 동창인 드러머 전태관 또한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곳 캐나다에서 많이 낙심하고 슬퍼했던 때가 벌써 4년 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도 '봄여름 가을 겨울'활동할 당시 'Hyatt JJ Mahoney's'에서 신들린 듯 드럼을 치던 태관이의 모습, 신촌 블루스에서 혼신의 힘으로 노래를 부르던 현식이 형의 모습과 수줍은  처음 TV에 나와 노래 부르던 재하의 풋풋한 모습이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어우러져 지금도 눈앞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세월은 흘러가도 그들의 음악은 영원히 남아서 듣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슬픔, 사랑을 전해주는가 봅니다.


모든 이미지 (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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