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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Feb 13. 2023

조직의 쓴맛을 보셨나요?

다이어트와 늘고 줄기를 반복하는 고무줄 체중


대학시절 독일에서 대학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받아 전공과목을 가르치시던 교수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오랜 독일 생활의 영향 때문인지 조금 어눌한 우리말과 강의 중 모든 영어단어를 독일어식으로 발음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근육을 뜻하는 영어단어 muscle의 발음도 무스클레라고 발음합니다. 어느 해 봄날 점심식사 후 졸음이 쏟아지는 강의실에서 단백질에 관한 지루한 수업을 하던 중 졸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 지적했습니다.


"어이, 거기 학생 지금 뭐 하고 있나요?"

"아! 아닙니다. 잠시 눈을 감고 교수님께 물어볼 질문을 생각 중이었습니다."

"아 그래요? 질문해 보세요."


친구는 강의 중 졸면서도 단백질 조직이라는 단어는 귀에 들렸지 교수님에게 짓궂게 이렇게 질문을 했습니다.


"교수님, 조직의 쓴맛이란 무슨 뜻인가요? "

"그것이 궁금한가요? 설명 잘 듣도록 하세요"




사람이 음식물을 섭취하면 필요한 영양소로 흡수할 수 있도록 분해하기 위한 효소가 몸의 각 기관에서 나오게 되는데 입안의 침샘에서는 탄수화물과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나와 분해되면서 맛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단백질 분해효소는 위장과 췌장에서만 나와 소화시키기 때문에 입안에서는 맛을 느낄 수 없고 씹어서 잘게 부숴주는 느낌만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씹을수록 뻣뻣하고 씁쓸한 맛과 단백질이 가진 특유한 조직감만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표현이 조직의 쓴맛(?)입니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고 즐겨 먹는 삼겹살은 지방과 살코기인 단백질이 섞여 있는데 놀랍게도 지방의 비율이 60~70% 정도로 높습니다. 그래서 지방분해 효소가 나오는 입안에서 씹을수록 단백질의 뻣뻣한 조직감보다는 지방이 분해되는 고소한 맛과 식감을 더 많이 느끼게 니다. 소고기도 마찬가지로 지방의 마블링이 잘 된 부위살코기만 있는 부위보다 구웠을 때 훨씬 맛있는 이유입니다. 육류를 특히 사랑했던 저는 그 지방 때문에 항상 늘어버린 체중을 줄이고 다시 줄이기정말 오랫동안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잘 구워진 삼겹살 (츌처: knorr.com)




3년의 팬더믹기간을 포함해서 최근 7년 동안 감기 한번 걸린 적이 없었는데 2주 전 갑자기 감기증상이 나타나 실시한 코비드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일주일 정도 집에서 격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간 중 한 이틀 정도 열과 심한 통증이 있었고 그 뒤로는 바로 회복기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4번이나 맞은 백신 덕분에 짧은 증상으로 끝날수 있었을 거라고 주위에서 이야기합니다. 겪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도 음식의 냄새와 맛을 느끼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식욕도 감소해서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놀랐던 은 체중이 일주일 만에 2kg이 빠졌던 점이었습니다.


저는 제 몸으로 여러 가지 테스트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오트 (Oat)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리포트가 많이 있어서 직접 오랫동안 먹어보며 정말로 수치의 변화가 있는지 확인도 해보았고 녹는점이 사람의 체온보다 낮은 돼지지방을 과다 섭취했을 때 얼마나 체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본 적도 있습니다.


성장이 완전히 멈춘 20대 중후반쯤 키는 180cm 몸무게는 77킬로가 되었습니다. 결혼과 함께 몸무게는 잦은 음주와 과식, 불규칙한 식사습관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30대 중반에는 90킬로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몸무게가 늘면서 바로 나타난 증상은 무릎관절의 통증과 바지의 허리치수 증가였습니다. 무릎의 통증이 생각보다 심해 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해 두 달 만에 체중을 원위치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 몸은 식습관의 변화로 체중이 쉽게 늘지만 반대로 쉽게 빠지기도 합니다. 몸무게 관리를 위한 다이어트 시 운동을 함께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저는 걷기 이외에는 별도의 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제 몸은 운동보다는 식습관의 변화만으로 충분히 조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로 알려진 오트 (출처: Google)


몇 년 전 정기 건강검진 결과가 나오고 가정의의 면담요청을 받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여러 항목에서 정상수치보다 높게 나오는데 약을 드시겠어요?"

"아닙니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해서 3개월 뒤 다시 검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이어트를 바로 시작했습니다. 탄수화물, 염분, 당분을 거의 먹지 않고 하루 두 끼를 양파, 양배추, 당근, 가지, 호박, 브로콜리, 콩등 냉장고에 남은 야채에 물을 붓고 밥이나 현미 한 숟가락을 넣고 끓인 것으로 점심 저녁식사를 대체습니다.


원래 아침에는 식사를 하 않고 커피만 마시다 보니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직장에서 제품을 먹어보는 테스트를 하는 과정 (Sensory Evaluation)때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입안에서 예상하는 맛과 조직감만 느끼고 음식물을 삼키지 않고 모두 뱉어버리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그런 방식의 음식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2주 만에 4kg이 바로 빠지더군요. 그리고 2,3일에 한 번씩 걷거나 숨쉬기 운동 이외는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부터 야채죽에 닭가슴살생선등의 육류를 추가하기 시작했고 가능한 탄수화물은 절제하는 방식으로 계속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한 달 만에 6kg 정도 감량한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 식단 (출처: Google)




고무줄 같은 제 몸무게는 크루즈 여행을 가게 되면 순식간에 올라가게 되는데 평소에는 먹지 않던 아침식사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점심저녁 풀코스 식사에 중간중간 배에 있는 풀장에서 먹는 햄버거, 저녁식사 후 출출하면 가서 먹는 야식까지 살이 찌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심한 후회와 함께 필살기인 다이어트가 다시 시작됩니다. 그런 저도 한때 몸짱에 빠져 식스팩 복근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벌크업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감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무엇에 홀려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면서 스스로 감탄하고 성취감에 충만했었는데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생긴다'말대로 무리한 운동으로 결국 왼쪽 어깨의 인대가 찢어져 버렸고 치료와 재활로 거의 9개월을 보내면서 힘들게 만들었던 근육도 좋아하던 골프도 내려놓게 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이를 먹다 보니 점점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고 먹지 말아야 할 것도 함께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연 건강한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오래 살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하며 사는 것일까요 아니면 오래 살지 못하더라도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며 사는 것일까요.


이 문제에 대하여 요즘 많이 고민 중입니다.


전면 사진(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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