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과 경력직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모습에 엄마는 내게 “아들은 원래 이런 거니?”라고 물으신다. 그 물음에 “나는 애가 처음인데요.”라고 답하고 이어 “엄마는 애를 둘이나 키워봤잖아요.”라고 한다. 아이를 키워 본 지 오래되었고 딸만 둘 키워본 엄마에게 손자를 육아한다는 건 또 다른 어려움인 것이다. 경력직 엄마도 당황하게 하는 아들이라… 그때 궁금해졌다. ‘과연 엄마라는 직업에 언제쯤 익숙해질까?’
엄마는 두 명이나 양육해봤기 때문에 아들이라도 익숙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딸만 둘 키워봤기 때문에, 아들의 성향은 낯설으신 거 같다. “나도 어릴 때 이랬어?”라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시는 건 성별 때문일까? 성격 때문일까? 사실, 아이마다 육아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육아 관련 정보를 조금만 보아도 내 아이와 다른 성향의 아이들을 발견하게 된다.
육아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세계를 넘어, 경험해봐도 모르는 세계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나 육아 선배들이 해주는 조언을 내 아이에게 대입해보지만 100% 맞지 않을 때가 많다. 아이마다 성격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기에 기출문제집에 없는 변형된 문제를 보는 거 같다. 우리는 외동아들을 선택했지만, 설령 둘째가 태어난다고 해도 익숙해지진 않을 거 같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첫째와 둘째의 성격이 다르다. 나와 내 동생의 성격이 다른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육아 정보를 찾아내는 건 내게 익숙한 방식이지만, 엄마의 짬에서 나오는 노련미를 이길 수는 없었다.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나는 핸드폰에서 찾았지만 엄마는 감으로 바로 알아차리기도 하시니깐. 그런 엄마도 아들의 행동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생각을 정리해보니, 엄마라는 직업에 익숙해지지 않을 거 같다. 분명, 날로 날로 새로운 고민이 생길 것이다. 지금은 아이를 건강하고 밝게 키우는 게 목표지만 유아학교에 가면 한글 공부를 걱정할 것이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시험지의 점수가 신경 쓰일 거고 입시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면 몸과 마음의 건강함보단 사회로의 발걸음을 걱정하게 될 것이다. 내겐 매일매일 숙제가 주어질 것이고 그 숙제들은 이전에 받아본 적 없는 것일 거다. 기출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아이의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을 거다. 결코 익숙해지지 않으리라. 늘 새로운 상황이 밀려와 낯섦과 두려움을 느낄 거 같다.
하긴 경력자라고 해서 모든 일에 능통하지는 않다. 좌충우돌하고 우여곡절을 겪다 보니 마케터라는 명함을 갖고 10년 이상 일하고 있는 나도 때론 새로운 상황에 당황할 때가 많다. 새로 접하게 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평가할 때마다 낯섦을 느끼곤 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