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4의 한강

놀러 가는 길

by 필마담

놀러 가는 길에 만나는 한강은 더 반갑다.

남편의 등에 휴대폰을 대고 사진을 찍는다. 내 앞에는 꾸벅꾸벅 졸다가 유모차에서 낮잠 자는 아들이 있다. 여유롭게 지하철을 타고 코엑스몰로 가는 길이다.

낮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낯선 풍경에 고개를 두리번거리기 바쁘다. 우리의 목적지는 아쿠아리움이다. 여느 아이들이 가보는 곳을 우리도 데려가고 싶었다. 대신, 남편과 아이만 입장한다. 나는 무서워서 못 간다. 절대로.

내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포증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심해 공포증'이다. 영상이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그게 무엇이든 간에 바닷속 장면을 보면 무섭다. 귀신이나 벌레를 보았을 때 느껴지는 공포감과는 다르다. 숨이 막힌다고 해야 할까. 몸이 얼어붙은 듯 정신이 아득해진다. 인터넷을 통해서 '심해 공포증'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남편도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우연히 바닷속 장면을 보고 놀라버린 내 표정을 보고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도 나 때문에 아이가 아쿠아리움을 못 갈 거라고도 했다. 에피소드 중 하나로, 학창 시절 친구와 노래방에 갔을 때 그 방의 벽지가 바닷속 풍경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던 순간 그대로 얼어버렸던 나는 급하게 뒷걸음질을 쳤고 대기해도 좋으니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공포증이 있다고는 하는데, 나도 이런 내가 신기하다. 엄마께 여쭤봐도 어릴 적 물 때문에 놀란 일도 없었다고 하셨다. 농담으로 "전생에 물에 빠져 죽었나."라며 넘기는데, 사는데 특별히 불편함을 주는 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 내게 환 공포증도 있었다면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는 절대로 못 봤을 것이다.

고맙게도, 이런 나의 두려움을 잘 아는 남편이 아이와 함께 아쿠아리움을 다녀왔다. 그사이 나는 별마당 도서관에 자리 잡고 앉아 책을 읽었는데,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편이 관람하는 중간중간 보내주는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괜히 속이 상했다. 갑자기 엄마와 멀어지고 아빠와 단둘이 들어가는 아이는 영문도 모른 체 당황했을 것이다. 여러 차례 아빠와 단둘이 즐겁게 데이트를 즐겨왔지만, 엄마가 함께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컸다. 입구에서 용기를 내어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리하지 말라는 남편의 위로를 받으며 돌아서는데, 괜히 가슴이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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