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웬만하면 읽기 시작한 책은 마지막 장을 넘기기 전엔 책장에 다시 꽂지 않는다. 하지만, 《법정의 얼굴들》은 그러지 못했다. 분노, 슬픔, 아쉬움, 그리고 때로는 감동. 넘실거리는 감정 곡선을 파도타기에는 출퇴근길의 에너지가 부족했다. 결국, 반 정도 읽은 후 쉬어가기로 했다.
대신 잡은 책은 김호연 작가님의 《불편한 편의점》이다. 베스트셀러인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느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보고 나서 구매했다. 내용은 따듯했다. 산해진미 도시락, 참치김밥, 참깨라면, 참이슬, 옥수수수염차, 에일맥주, 핫바... 언젠가 집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장바구니를 들고 책에 나온 것들을 하나하나 담아보리라 생각하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 드라마로 나온다면 독고 역에 김대명 배우님이 어울릴 거라는 생각과 함께 추운 겨울의 편의점을 통해 온기를 채웠다. 그리고, 이제 다시 《법정의 얼굴들》을 펼친다. 마지막 장을 향해 다시 차근차근 읽어가고 있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것처럼 맑은 하늘이 얄밉다.